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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쾌한 글이면 2년도 기다린다”
“명쾌한 글이면 2년도 기다린다”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3.02.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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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뉴욕 리뷰 오브 북스(NYR) 편집자 캐서린 타이스

서평문화가 발달한 미국의 주요 서평매체로는 뉴욕타임스의 북리뷰 섹션, 뉴욕 리뷰 오브 북스(NYR), 커커스 리뷰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권위와 공신력으로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뉴욕타임스를 따라갈 곳이 없다. 다만 뉴욕타임스가 대중적인 책들을 위주로 편집한다면, 그에 비해 NYR은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무거운 책들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는 매체라 할 수 있다.

서평이 도서 비평으로서의 장르적 위치를 갖지 못한 우리의 실정을 감안할 때, NYR은 여러 가지 점에서 배울 점이 많다. 서평이 심도성 있게 사회의 논쟁점들을 제기하고, 서평만의 고유성을 갖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로 책을 다뤄야 하는지, NYR 측에게 이메일로 물어봤다. 답변자는 그곳 편집자인 캐서린 타이스(Catherine Tice) 씨다.

우선 NYR에는 미국 지식인층을 이끌고 있는 기라성 같은 필진들이 있다. 필자들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질문에 타이스 씨는 “학자와 비평가와 작가(Scholars, critics and writers)들이 고르게 참가한다”고 대답한다. 우리의 경우 서평의 필자는 기자와 해당분야의 전공교수로 대별된다. 이에 비해 NYR의 경우 대학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서 활동하는, 대사회 발언권이 높은 사람들이 주로 서평을 쓰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렇다면 NYR 편집자들은 어떤 서평이 뛰어나다고 생각할까. 타이스 씨는 “사고와 표현의 명쾌함(Clarity of expression and thought)”을 첫손에 꼽는다. 책의 주장에 휘말려들거나 단순히 요약 제시하는 글은 NYR에 실릴 수 없다. 서평자의 개성적인 논점이 없는 글은 접수불가다. 물론 판에 박힌 지적이나 겉치레 인사는 주관에서 제외된다.

그렇다면 이런 서평은 어떻게 가능할까. 타이스 씨는 “최소 1개월에서 길게는 24개월(From one to 24 months)”의 시간을 준다고 말해 우리를 놀래킨다. 시급을 다투는 문제와 관련 있는 신간을 소개할 경우는 대략 한달의 시간을 주고, 그 외에는 서평자의 상황, 자료수집, 충분히 생각할 시간 등을 배려해서 기간을 정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것은 책이 출간되기 2~3개월 전 가제본 상태의 원고를 언론에 제공하는 출판시스템이 있기에 가능하다.

아무튼 자신의 글, 그것도 서평을 받기 위해 2년이라는 시간을 ‘기꺼이 드리겠다’는 매체를 만난 필자의 기분은 어떨까. 2년이면 한권의 독립된 연구단행본을 펴낼 수 있는 시간이다. 필자로 섭외된 사람은 아마 자신의 잠재력을 최고로 발휘하자고 마음먹을 듯하다. 그런 윤택한 글쓰기의 조건 속에서는 당연히 믿음직한 열매가 맺히길 마련이다. NYR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장점으로 “많은 글과 그 글의 수만큼의 다양한 관점(Many articles, with varying points of view)”을 내세운다. 다양한 관점이라는 것은 단순히 다양한 성향의 필진과 접촉함으로써 얻어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필자라도 짧게는 3∼4일 안에, 아무리 길어도 열흘을 못 넘기는 기간 동안 개성적인 글을 쓰긴 힘들 것이다.

그 외에 NYR의 주요 독자층, 서평할 책을 고르는 기준, NYR 서평의 영향력, 번역서에 대한 서평방식, 서평으로 통해본 미국사회의 이슈 등에 관해서는 적절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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