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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육성·과학특보 신설” 기대
“기초과학육성·과학특보 신설” 기대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3.02.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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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쟁점]새정권에 바라는 과학계의 바람
▲ / 과학과 기술 1월호

 

 

 

 

 

 

 

한국과학재단, 기초과학문화포럼 등의 민간단체가 각종 토론회를 개최하는 한편, 젊은 인력들은 온라인으로 앞다퉈 과학정책제안서를 내놓고 있다. 과학계가 당면한 위기를 해결하고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이 가운에 쉽게 넘길 수 없는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과학기술인총연합회(회장 김시중)가 과학기술 관련 학회 64개를 대상으로 새정권이 펼쳐야할 과학정책에서부터 청소년의 이공계 기피현상 및 과학기술인 푸대접 문제, 국내 연구개발투자에 대한 문제와 개선책, 해외두뇌 활용책에 이르기까지 과학계가 안고 있는 문제 전반에 걸쳐 의견을 모은 것. 결과는 ‘과학과기술’ 1월호에 발표됐다.

기초학문,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 필요

우선 새정권이 가장 중점 둬야할 과학기술정책은 무엇일까. 전체 응답의 53%는 ‘기초과학육성’을 꼽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이공계 출신에 대한 ‘우대정책과 처우개선’(23%), ‘과학기술교육의 개선정책’(10%), 이공계 기피 방지 대책·과학기술행정조직 혁신정책·벤처 및 중소기업육성정책이 각각 4%를 차지했다. 과학계가 고민하는 사항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기초과학 육성’의 중요성에 대해서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학계도 별다른 이견 없이 합의를 모았다.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40%)는 의견이 가장 많았으며, 그 뒤로 종합계획(35%), 인력양성(22%), 교육혁신(3%)이 뒤를 이었다. 기초과학 육성은 정공법만이 해답이라는 말이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안목으로 과감히 투자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분야 정권담당자의 인식과 의지가 요구되는 부분이라 하겠다.

또한 과학기술인들은 ‘이공계 기피현상’과 ‘과학기술인 푸대접 문제’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해 그렇다’가 67.5%로 가장 많았고, ‘문과 우대 정책의 영향 때문에’가 15%, ‘힘든 일을 기피하려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가 10%를 차지했다. 과학기술인이 ‘잘사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위기의 원인은 제거되는 셈. 과학계에서 제시한 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공계 출신 우대 정책’ 시행방안으로 ‘공직 채용 확대’가 62%에 달해 ‘일반고용 확대’(23%), ‘기술고시확대’(15%)에 비해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는 ‘과학기술수석비서관 또는 특보 신설’에 대해 응답자의 79%가 찬성한 것과도 같은 맥락에 있다. 더군다나 “신설하되 정치인이 아닌 최고의 과학철학적 마인드를 갖춘 인재들 등용해야” 하며 “정치에 관심을 두는 자가 특보로 임명돼서는 안된다”는 주문도 있어 과학계의 의견을 반영할 창구가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책에 대한 의견으로는 ‘투자의 액수를 늘려야 한다’(33%)는 의견보다는 ‘균형있는 투자’(60%)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균형 있는 투자의 필요성을 역설한 응답자들은 한결같이 투자의 투명성과 공정성, 적정성을 문제로 제기했다. 역으로 말하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연구개발 투자가 신뢰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투자를 지양해야 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과학기술발전에 불균형을 이루게 되기 때문이다. 거액 연구비의 투자 비중이 너무 높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는 과학기술 개발 연구재원을 ‘대중적 스타과학자에게 편중하는 폐단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며 ‘기초과학의 저변 확대와도 거리가 먼’ 집행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투자를 논하기 앞서 ‘무엇보다 과학기술자들 자신이 정치·경제인을 감동시킬 수 있는 연구결과를 내놔야’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국책사업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견해가 부정적인 견해보다 많았지만, 전반적인 재평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대다수의 과학기술인들이 ‘운영상의 문제’를 심각히 거론(47%)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유지·발전시켜야 한다’라는 적극적인 긍정은 16%에 불과했다. ‘두뇌 한국21은 잘못된 의식의 산물’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도 13%를 차지했다.

국책사업 지원의 공정성·탄력성 요구

운영상의 문제를 지적한 응답자들은 대부분 효율성과 함께 정책 지원의 공정성과 탄력적 운영을 주문했다. 운영방향과 운영과정을 공개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하다는 불만 때문이다. 교육부에서 원하는 체제 개혁으로 유도돼 ‘틀에 맞아야만 지원하는 방식’이라 부작용이 크다는 견해, 선정과정에 잡음이 끊이지 않아 과학기술자 사이에 ‘불신과 반목’을 키웠고, 연구비 지원이 불공정을 지적하는 의견들은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내에 일자리가 없어 귀국하지 못하는 해외 거주 인력에 관해, 인력활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하는 편이지만, 국내로 불러들이는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내의 불안정 요인 척결이 우선’(51%)과 ‘굳이 불러들일 필요가 없다’(27%)는 부정적인 입장이 압도적이었다. 국내 과학기술계에서 안정적인 고용 창출을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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