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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몰래 가꾼 밀알의 꿈
남몰래 가꾼 밀알의 꿈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3.02.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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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향기]故 김인수 고려대 교수

故김인수 고려대 교수(경영학과, 국무총리실 산하 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사진)의 홈페이지(http://linsukim.com/korpage.html)에는 지금도 추모의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평소 김 교수를 알고 있던 이들은 세상을 떠난 김 교수의 말을 가슴에 담고, 그 뒤를 따르겠다는 약속과 함께 고인과 이별한 아픔을 나누고 있다.

경영학계의 거목이자 지도층 인사로 사회봉사를 몸소 실현한 故김인수 교수. 1월초 김 교수는 늘 해오던 것처럼 밀알학교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러 나오다가 눈길에 미끄러져 뇌출혈로 쓰러졌고, 결국 깨어나지 못한 채 지난 6일 세상을 떠났다.

김 교수의 갑작스런 죽음에 학계의 충격은 크다. 김영배 한국과학기술원 교수(테크노경영대학원)는 “우리나라의 거시조직이론 분야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학자”로 기억했다. 지식경영학회를 만들었고, 학술부문 세종문화상을 받은 김 교수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높이 평가받아 왔다. 50여편의 국제논문을 발표했으며, 6개의 외국학회에서 저널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캠브리지대, 영국의 애드워드엘가 출판사에서 그의 저서를 출간했으며, 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직을 역임하면서 지난해 저술한 저서, ‘크라이시스 인 아시아’(옥스퍼드대 출판부)가 세상을 떠난 다음날 연구실에 도착해 주변인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하와이 대학에서는 2001년 김 교수를 명예의 전당에 올린 바 있다. 

사회 지도층 인사로서 김 교수가 남몰래 행한 선행들은 일일이 꼽기 어려울 정도다. 1994년과 1996년 두명의 자녀들을 출가시키면서 청첩장도 없이 소박하게 치르고, 이전에 있던 깨끗한 옷을 골라 그대로 입고 나온 일은 지금도 주변인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김 교수가 마지막으로 몸 담았던 인문사회연구회의 연구원들은 회식자리에서 공금이 아니라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었던 청렴함을 기억했다. 

자신과 가족에게는 철저하게 검소한 생활을 강조하면서도 어려운 이들에 대한 도움은 보통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2002년 연말정산에서 밝혀진 김 교수의 2002년 기부액은 1억원이 넘는다. 인문사회연구회 관계자는 “문서를 남기지 않은 기부까지 합치면 실제로 이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 자신과 부인 김수지 이화여대 교수(간호학과)의 수입 절반 이상을 베푸는데 사용한 것이다. 곽병민 밀알학교 법인 이사는 김 교수에 대해 “지식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준 지성인”이라고 기억했다. 김 교수의 시신은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고려대 병원에 연구용으로 기증돼 마지막까지 떠나보내는 이들을 숙연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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