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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를 찾아서: 한국가족관계학회
학회를 찾아서: 한국가족관계학회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3.03.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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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연구의 미시영역 개척한다

정보화사회가 진행될수록 가족회귀현상도 강해진다. 갈수록 각박하고 외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정이라고 사정이 낫다는 보장은 없다. 최근 강력범죄의 현장으로 가정집의 흐트러진 안방이 화면에 자주 비친다. 사실 사회의 그늘이란 그늘은 파보면 전부 결손가정이 들어앉아 있다. 한국가족관계학회(회장 옥선화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가 10년 경력에 5백명 회원을 거느리고 존재하는 이유일 것이다.

1995년 발족한 한국가족관계학회는 주로 생활과학 내에서 가족학을 전공한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뭉친 학회다. 그래서인지 여성회원이 월등하게 많다. 최근에는 대학에 남학생의 비율이 급증하고 있어 性比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총무간사를 맡고 있는 최연희 상명대 교수(생활과학부)는 “최근 들어 여성을 중심에 놓고 연구하던 전통에서 벗어나 연구대상을 남성으로 확장하는 추세다. 특히 직장과 가정의 연계라는 측면, 남성의 인성발달에서 가정 내 부성경험이나 역할몰입이 차지하는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관심을 끈다”고 밝힌다.

남성의 가정역할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환기는 가정/일, 여성/남성, 사적/공적 영역의 이분법을 뛰어넘어 양성평등적이고 민주적인 가족관계와 역할을 구성해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공감대 형성의 결과물이다. 페미니즘적 색깔을 벗은 이 학회는 연2회 학술대회를 열고 학회지를 발간하고 있는데, 눈에 띠는 활동가로는 유영주 경희대 교수(생활과학부), 김순옥 성균관대 교수(생활과학부), 김태현 성신여대 교수(가족문화소비자학과)를 들 수 있다.

가족관계학은 ‘미시적인’ 관점에서 가족에 접근한다. 따라서 구조적인 큰 틀보다는 기능적인 부분, 내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 더 초점을 맞춘다. 또한 실천적인 의미에서 상담과 가족교육에 비중을 두는 것도 사회복지학 등 기타 학문에서 가족을 다루는 방식과 다른 점이다. 학회는 그 동안 결손에 따른 가족내의 갈등, 폭력과 불안정성에 주목해왔다. 한부모가족, 이혼가족, 재혼가족 등 다양한 가족생활방식, 가정폭력과 빈곤가족, 노인기 가족, 청소년자녀와 부모관계 등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 동안 한국사회를 골병들게 한 것으로 가부장제를 들 수 있다. 핵가족을 넘어 가족해체까지 부르짖고 있지만, 아직 가부장적 유산은 곳곳에 남아 있다고 최 교수는 지적한다. “장남이 분가해서 부모와 독립적으로 살아가더라도 직계가족의 의식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은 등 혼란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학회원들은 전통적인 가족주의 경향의 변형으로 “핵가족 중심의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신가족주의적 경향”이나 가족이기주의, 연고, 인맥 중심적 사고의 기반으로 작용하는 가부장적 관계를 해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회장을 맡고 있는 옥선화 교수는 “향후 2년간 연구방법론의 강화, 상담영역과 생활교육 영역을 대폭 넓히고 이것을 전문화시켜 사회참여를 높이려고 한다”고 밝혔다.  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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