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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반, 아름다움에 동참합시다”
“십시일반, 아름다움에 동참합시다”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3.03.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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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대 형설장학회, 충북과학대학 참사랑장학회

서원대, 충북과학대학 교수들이 장학회를 손수 설립해 매월 봉급에서 일정액을 조금씩 떼는 방식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있어 교수사회를 훈훈하게 지피고 있다.


특히 서원대 교수들의 형설장학회는 큰 소문없이 지난 6년 동안 62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해 더욱 이목을 끌었다.


서원대 형설장학회는 지난 1997년, IMF 등 한국사회가 전반적으로 재정적 위기를 겪고 있을 때, 서원대 교수 50여명을 주축으로 창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을 그냥 지켜볼 수 없었기 때문. 장학생을 선발할 때도 이같은 창립취지가 그대로 이어져, 스스로 돈을 벌어야할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 우선 혜택을 줬다.


형설장학회의 간사를 맡고 있는 허원 교수(역사교육과)는 “경제적 궁핍에 시달려가면서 여러가지 아르바이트 등으로 수업도 제대로 못 받는 학생들을 조금이나마 돕고자 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모임”이라며 소박하게 소개했다.


허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 4일은 더욱 뜻 깊은 날이었다. 중도에 학업을 그만둘 줄 알았던 한 학생이 학교로 되돌아왔기 때문이다. 몇해 전 장학금을 지급하려던 학생 가운데, 경제적 곤궁함에 허덕이던 한 학생이 결국 장학금을 포기하고 학교를 떠났다가, 막노동 등으로 학비를 벌어 다시 학교로 되돌아 온 것. 교수들은 올해 그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기로 결정하면서 흐뭇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형설장학회는 올해 이 학생을 포함해 13명의 학생들에게 모두 9백3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현재 교수들은 매월 봉급에서 1~5만원 정도의 일정액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돕고 있으며, 84명의 서원대 교수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교수들의 봉급에서 일정부분 떼어내는 방식을 통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은 충북과학대의 ‘참사랑장학회’도 마찬가지.


지난 해 4월, 6명의 충북과학대학 교수들이 뜻을 모아 만든 ‘참사랑장학회’는 올해 입학한 학생 7명에게 30만원씩 총 2백1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회원들로부터 매달 2만원씩 거두고, 스승의 날 특별회비들을 보태어 올해 처음 장학금을 지급하게 된 것이다. 어느 사이에 입소문이 번져 이제는 회원이 9명으로 늘었고, 지역주민이나 도청직원들도 함께 하겠다며 제안한 상태다.


회장을 맡고 있는 진경수 교수(전자정보과)는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으며, 작년 영동과 옥천지역에서 수해를 입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했다”라고 밝혔다. 또 진 교수는 “지금 목표로는 신입생인 학생들 모두에게 학비 전액을 면제해 학생들이 무료로 학교를 다니게 하고, 그들을 진정한 기술인을 양성하는 것이 꿈”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그간 동료교수와 지역인사들이 보인 장학회에 대한 관심을 생각한다면, 올해 2~3백명의 회원 확대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진 교수의 말이다. 우리 사회 엘리트 집단의 특징으로 ‘오블리제 없는 노블레스’가 거론되는 가운데, 이들 교수들의 소리없는 실천은 대학사회에 새로운 기부문화로 자리잡을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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