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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 전제조건
새 정부의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 전제조건
  • 교수신문
  • 승인 2003.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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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과학계를 비롯한 각계의 이목이 인수위로 쏠리고 있다. 현재 인수위원회에는 박기영 순천대 교수(생물학)가 참여해 새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의 틀을 짜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의 세부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대선 공약과 최근 인수위원회 활동을 통해 드러난 몇 가지 방향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노 당선자는 대선 공약으로 기술시스템을 선진화하고 미래산업을 육성하는 데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신성장 정책’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고부가가치 IT 관련 산업을 육성해 새로운 성장을 이룩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IT와 BT, NT, CT, ST, ET의 융합 기술을 개발하고, 원천기초기술 개발을 위한 장기지원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연구개발예산도 현재 4.7%에서 7%대로 대폭 확대하겠다는 약속했다. 노 당선자는 지방 과학기술 육성에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인력부분에서는 △기술고시의 규모를 행정고시 수준으로 확대 △사무관급 이상 이공계 할당제를 실시 △고위 개방직에 과학자를 적극 채용 △과학기술자 연금 제도 실시 등 처우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성과학기술인력 분야에서도 ‘여성인력 풀’제도 운영, 여성인력촉진법 제정 및 공공부분 인력에 여성과학자 20% 할당 등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웠다. 한편 과학기술관련 의사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해 청와대에 과학기술수석을 설치하고, 과학기술자문회의를 활성화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특히 지난 7일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0대 국정과제에는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이 포함돼 있어 당선자의 과학기술육성의지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이제 새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과학기술 수석비서관실의 신설이나 한층 강화된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의는 과학기술계의 현안과 목소리를 실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주요한 창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제도 자체보다는 한 명의 비서관이 과학기술계 전체의 목소리를 담아 낼 수 있을 지와 자문위원회가 어떤 위원들로 구성되는지가 성공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자문위원회가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실제 현장의 목소리들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의원들이 포함돼야 할 것이다. 정부의 연구개발비 7% 증액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증가된 예산 배분의 우선 순위문제와 지원에 대한 사전, 사후 평가일 것이다. 평가체계와 투명성 보장 제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예산 증액은 큰 효과를 얻을 수 없다. 차기 주력 사업으로 등장할 6T분야의 전략적 육성도 아직 모호하기만 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를 어떻게 육성하고 평가, 관리 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인 그림이 나오지 않은 탓이다.

과학기술자 사기진작과 인력양성에 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다. 정부출연기관의 안정화를 위해 PBS(연구과제중심제도)와 연구회 체제의 개선이 얘기되고 있으며 이공대 기피 문제와 처우 개선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접근들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과학기술계 내부의 인적 시스템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여성인력확충에 대해서도 단순한 비율 확대가 아닌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인력양성 계획이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 노 당선자의 ‘과학기술중심사회’구축이 다른 국정과제인 ‘참여와 삶의 질’, ‘국민통합과 양성평등’과 떨어져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면 환경, 보건, 노령화 사회 등과 같은 사회문제와 과학기술정책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 당선자는 비교적 다양한 내용의 과학육성정책을 밝혀 과학기술계의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것들이 실제 정책으로 반영되는 과정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이 과정 속에서 나오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어떻게 조정·합의되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새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을 평가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병수 과학객원기자 bski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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