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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끈 이 한권의 책 : 알프레드 마샬의 『경제학원리』
●나를 이끈 이 한권의 책 : 알프레드 마샬의 『경제학원리』
  • 교수신문
  • 승인 2003.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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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윤 / 서울대 명예교수·경제학

냉철한 머리 따뜻한 마음. 이 말은 나의 학창시절에 나를 매료시킨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영국의 위대한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1842∼1885)이 1885년 그의 모교인 케임브리지대의 경제학 교수로 취임하면서 행한 강연 '경제학의 現狀'의 끝 부분에 나오는 다음에 연유한다.
"강한 인간의 위대한 어머니인 케임브리지가 세계로 배출하는 자는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마음을 갖고서 자기 주위의 고뇌와 싸우기 위해서 자신의 최선의 힘 중 적어도 얼마를 기꺼이 바치려고 하며, 또 교양있는 고상한 생활을 위한 물질적 수단을 모든 사람에게 부여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한가를 명백히 하기 위해서 자신의 전능력을 다하지 않고서는 안심하거나 만족하지 않는다고 결심한 자인데 나는 나의 부족한 재능과 한정된 힘을 다해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다는 것이 나의 가슴 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염원이며 또 최고의 노력이다."
그런데 나의 학창시절에는 대체로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부가 있는 영국의 케임브리지는 경제학도의 메카로 통했다. 그리고 이 메카를 상징하는 인물은 그 경제학부의 창시자인 마샬이었다. 사실 마샬은 그 이후의 경제학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분명히 오늘까지도 마샬은 그 이후의 경제학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분명히 오늘까지도 마샬의 유산은 많이 남아있다. 따라서 자연히 마샬은 그의 경제학과 함께 나의 동경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마샬은 네 번째 주저를 저술하다 1924년 82세의 나이에 사망했다. 그러나 그의 주저 중의 주저는 1890년 제1판을 발간한 후 30년간 개정작업을 계속해 제8판을 1920년에 발간한 '경제학원리'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 책은 6편과 부록 및 수학부록으로 구성되는 방대한 책이다(본문 601면, 부록포함시 706면). 마샬은 이 책의 첫머리에서 경제학을 "일면에 있어서는 富의 연구이지만 다른, 보다 중요한 측면에서는 人間 연구의 일부"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貧困이 피할 수 없는 것인가 아닌가는 경제학에 있어서의 최대의 관심사"라고 강조하고 있다. 마샬은 또 앞의 인용문에서 알 수 있듯이 케임브리지에서 경제학을 배우는 자는 교양있는 고상한 생활을 위한 물질적 수단을 모든 사람에게 부여하는 것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가를 명백히 하기 위해 전능력을 다하는 사람으로 못박고 있다.
그러나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어찌된 셈인지 그 이후의 경제학 및 경제학자들은 부의 연구와 관련해서는 많은 그의 유산을 이어오면서도 빈곤층의 처참한 생활의 해결에 역점을 두는 인간연구의 일부라는 측면을 소홀히 다루고 있다. 나는 이 점을 특별히 부각시켜 방대한 '경제학원리'를 제1편 '예비적 고찰'과 제6편 '국민소득의 분배'를 중심으로 읽어줄 것을 권하고자 한다. 특히 '경제학원리'의 최종장인 제6편 제13장 '생활기준과의 관련에 있어서의 진보'를 잘 음미 검토하면서 읽어주기를 바란다. 이 장의 끝부분에서 經濟 騎士道가 다뤄지고 있기도 하다. 여기서 경제기사는 일단 中世의 기사처럼 명예와 국민의 찬사를 중시하는 기업가로 보면 된다. 경제기사는 어디까지나 명예와 국민의 찬사를 중히 여기면서 사업에 있어서 이익을 내고 지출에 있어서 사회, 지역, 주위에 유익한 일을 우선한다. 물론 빈곤층, 불우층에 대한 배려도 남다르다.
세계화, 정보화하면서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오늘날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하며 따라서 경쟁의 패배자는 계속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들 경쟁의 패배자 다시 말하면, 경제적 약자 내지 빈곤층을 따뜻하게 배려하는 일은 절대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을 포용하는 사회제도를 강화하고 또 그런 사회분위기 조성에 더 한층 주력해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경제기사도도 새삼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경제학은 "다른, 보다 중요한 측면에서는 인간연구의 일부"라는 마샬의 정의는 현시점에서 점차 실감을 더해오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내가 앞에서 이 점을 강하게 부각시킨 것도 바로 이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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