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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쇠퇴의 진정한 원인은?
도시 쇠퇴의 진정한 원인은?
  •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 승인 2017.10.26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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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_ 마강래 중앙대 교수가 말하는 ‘압축도시’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에 재직하고 있는 마강래 교수가 조금 센 문제의식을 들고나왔다. 도시 쇠토의 원인이 ‘일자리 부족’에 있다고 진단한 그는, 도시에 벽화마을 이딴 거 하는, 도시재생 대신에 ‘압축도시’화를 제기했다. 『지방도시 살생부: ‘압축도시’만이 살길이다』(개마고원, 2017.10)이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마 교수가 도시 쇠퇴의 원인을 지적한 대목을 발췌했다.

지금까지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도시 쇠퇴의 원인들에 대해 설명했다. 제조업의 쇠퇴, 자연자원의 고갈, 미군부대의 이전, 교통망의 발달. 그런데 이러한 원인들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인구유출의 원인은 결국 깔때기처럼 하나로 수렴한다. 바로 ‘일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아니면 ‘다른 도시에 더 좋은 일자리의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도시가 쇠퇴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주민들이 떠나기 때문’이 아니다. 또한 ‘물리적으로 노후화되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일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늘어나 돈 벌 기회가 생기면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여서 먹고살 만해지면 건물 치장에도 신경을 쓰고, 또 건물을 치장하면 장사도 잘되고…. 경제적 쇠퇴와 인구적 쇠퇴, 물리적 쇠퇴는 서로 맞물려 돌지만 그 시작점은 경제적 쇠퇴다. 경제적 쇠퇴가 인구적 쇠퇴와 물리적 쇠퇴를 유발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러니 도시정책에서 외부의 인구를 유입하기 위해 대규모 아파트를 공급하는 정책은 전혀 유효하지 않다. 또한 도시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오래된 건물을 업그레이드하는 노력 또한 헛수고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쇠퇴한 지역의 현실이 알려주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였다. 1992년 대선에서 클린턴이 조지 부시를 이기기 위해 사용했던 이 자극적 문구는, 먹고 사는 문제는 생존과 직결될 뿐만 아니라 정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근본적 문제임을 강조한다. 사람들의 인심이 팍팍해지고, 동네 곳곳에 낙서가 늘어나고, 노인 비율리 높아지는 현상 모두가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이다.

도시 쇠퇴의 이유가 이러한데, 우리의 재생사업은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한 이해가 그리 높지 않은 듯하다. 2013년 말에 시행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약칭 ‘도시 재생법’)은 근린재생형 도시재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근린재생형 사업’이란 생활권 단위의 생활환경 개선, 기초생활 인프라 확충, 공동체 활성화, 골목경제 살리기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기존 ‘마을 만들기’사업의 확대 버전이다. 이 사업을 ‘지역 깨끗하게 만들기’와 ‘깨어진 공동체 복구하기’사업으로 착각하고 있는 이들도 많다. 그러니 낡은 주택의 지붕도 개량하고, 벽화도 칠하고, 예술 활동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여긴다. 그리고 지역주민들끼리 끈끈하게 뭉쳐서 공동체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우리가 살려야 하는 지방도시는 ‘먹고 살기 힘들어서’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이다. 이런 마을에 담장벽화를 그린다고 경제가 살아나겠는가? 쓰러져가는 주택의 지붕을 고친다고 지역사정이 나아지겠는가? 사람도 마찬가지다. 먹고 살기에 바쁜 가난한 사람들은 외모에 크게 신경 쓰지 못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때깔 좋은 옷을 입힌다 한들 그 말쑥함이 오래가지 못한다. 노후된 주택도 마찬가지다. 낡은 회색 담벼락에 페인트칠을 하고 호랑이와 까치 그림을 그려 넣는다고 해서 지역이 살아나는 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더 흉물스럽게 변한 호랑이와 까치만 남기 십상이다. 일자리가 없는 가난한 지역에서의 공동체 활성화 계획은 어떠한가? 배가 고파 하루하루를 어떻게 견딜지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자식 등록금 걱정에 밤잠을 설치는 이들에게 ‘서로서로 돕고 살면 세상은 아름다워진다’고 덕담하는 것과 같다.

물론 일자리 창출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 중소도시 일자리 정책 중 효과가 있어 보이는 건 그리 많지 않다. 도심지 재생사업에는 쇠퇴해가는 전통시장을 지원해주는 종류가 빠지지 않는다. 전통시장 가게 간판을 바꿔주고, 시장의 지붕역할을 하는 아케이드도 설치해주곤 한다. 하지만 이 또한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물론 그것도 지원을 안 했으면 지금쯤 전통시장이 더 어려워졌을 수도 있다!) 이런 조치를 통해 상인들의 일자리가 쉽사리 늘어날 거라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상가 일자리는 서비스업에 기반한 일자리다. 서비스의 성장은 제조업의 성장과 맞물려 있다. 제조업이 성장하면 서비스업도 커질 수 있지만, 서비스업이 커진다고 제조업이 성장하진 않는다. 시장을 깔끔하게 단장하면 뭐하나, 돈 없는 사람들은 물건을 살 수 없는데.

쇠퇴해가는 도시의 시장 골목에 예술조형물을 설치하고 조명을 설치한 분수에서 형형색색의 물이 뿜어져 나와도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시장에 와서 돈을 쓸 사람의 수 자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쓸 돈이 생기도록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줘야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이지, 시장만 지원해준다고 활성화가 되는 것이 아니다. 지붕개량, 담장 벽화, 전통시장 아케이드 설치 등의 노력들이 전혀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당연히 안 하는 것보다는 더 나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지방은 쇠락의 길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쇠퇴 현상의 핵심에 있는 경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닥칠 결과는 딱 하나다. 그건 바로 끝도 없는 예산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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