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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의 고통을 외면하는 시대 … “서로 간의 유대로 극복해야”
타자의 고통을 외면하는 시대 … “서로 간의 유대로 극복해야”
  • 한태임 기자
  • 승인 2017.10.24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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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장편소설 『대전 스토리, 겨울』 펴낸 방민호 서울대 교수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어국문학)가 두 번째 장편소설 『대전 스토리, 겨울』(도모북스, 2017)을 냈다. 첫 장편소설 『연인 심청』(다산북스, 2014)을 낸 뒤로 3년만이다. 이번 소설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표지’다. 바다 속에 노란색 잠수함이 유유히 떠 있는 모습은 왠지 ‘세월호’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대전 스토리, 겨울』은 2014년을 배경으로 했다. 주인공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그 뒤편에,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간다.

방 교수는 자신의 소설을 이렇게 소개한다. “이 이야기는, 2014년 초겨울부터 2015년 초겨울까지, 서울과 대전을 오가야 했던 한 ‘늙은’ 젊은이의 사연을 그린 것입니다. 그에게는 두 사람의 아름다운 여성이 있습니다. 둘 다 자기 세계가 있고, 늙은 젊은이도 그렇습니다. 저는 여기서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던 2014년이라는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의 세계를 그리고자 했습니다.”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사랑 이야기이지만, 단순 풍속소설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방 교수는 소설 속 인물들에게 저마다 ‘시대적 문제’도 부여했다. 남자 ‘이후’는 34살의 늙은 대학원생이다. 과외나 시간강사 일을 하면서 근근이 먹고 산다. 이상을 꿈꾸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고통 받는다. 이후의 모습은 이 시대 청년들이 갖는 우울과 고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서울 여자 ‘숙현’은, 남편과의 생활에 권태를 느끼다 우연히 이후를 만났다. 이후에게 자신의 욕망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물질적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숙현이란 인물은 경제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지만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마음의 공허’를 앓는 사람들을 상징한다. 대전 여자 ‘보영’은, 카페에 나가 여러 남자들을 만나고 마음 한구석에 ‘간통죄’라는 낙인도 안고 살아가지만, 늘 삶의 순수를 지키기 위해 애쓴다. 간통죄는 당초 남성보다 사회경제적 약자인 여성을 처벌하는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보영은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을 대변하고 있다고 한다.

방 교수는 이후, 숙현, 보영의 모습을 통해 이 시대의 삶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어 했다. “이 시대의 고민을 정치적 차원에서 접근하진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세월호라는 비민주적인 정치적 사건을 경험했고, 빈부 격차나 끊임없는 고용 불안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죠. 사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이 가난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서로 유대를 맺지 못한 채 고립된 상황에서 자신의 욕망이 실현되기를 꿈꾸고,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라면 타자의 고통도 외면하지 않습니까.”

위선, 교활, 야만의 시대를 지나서

이 시대의 고민을 짊어지고 있는 이후, 숙현, 보영도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때로는 타자의 고통을 ‘외면’한다. 이후는 유부녀 숙현을 만나면서도 순수한 여자의 사랑을 갈구하며, 숙현은 남편을 경멸하지만 그 자신도 도덕적으로 무결하지 않고, 보영은 다른 남자들과의 이중적 관계를 유지한다. 이후는 숙현의 고통을, 숙현은 남편의 고통을, 보영은 또다른 남자 동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방 교수는, 서로 간의 유대를 확인하고 사랑을 회복하는 것만이 이 세계를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사회는 분명 잘못돼 있어요. 그런데 그걸 바꾸려면, 우선 사람들의 마음이 바뀌어야 합니다. 구조를 아무리 바꿔도, 사람들의 마음이 그대로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거예요. 정부가 사랑이란 걸 알고, 유대라는 것의 소중함을 알았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사회도 그런 일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을 거고요.”

서울과 대전, 숙현과 보영, 현실과 이상을 오가던 ‘이후’는 결국 보영을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 “세상을 어둠에게서 되돌려 받으려면, 먼저 자기를 자기의 어둠에서 되돌려 받아야 한다. 위선과, 교활과, 야만의 세상을 구하려면 지상의 한 사람이 먼저 자기를 구원해야 한다”고.

문득 궁금해졌다. 평론가인 방 교수가 소설 쓰기에 몰두하는 이유가 뭔지. 방 교수는 처음 국문과에 진학할 때부터 ‘창작’에 뜻을 두고 있었다고 답했다. 대학원에서 이론적인 사유에 눈을 뜨면서 ‘비평’의 길을 걷긴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언제나 창작의 꿈이 있었다는 거다. “일종의 실험 의식 같은 것도 있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문학’이라고 하는 것이 어떤 형태로 ‘구체화’될 수 있는지를 실현해보고 싶었다고 할까요.”

한태임 기자 hantaei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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