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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을 몰고 온 사람 ‘루터’를 보는 시각들
태풍을 몰고 온 사람 ‘루터’를 보는 시각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7.10.24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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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볼만한 종교개혁 관련 책들
(왼쪽부터) 『루터』, 『1517 종교개혁』, 『미완의 개혁가』, 『한 인간의 운명』
▲ (왼쪽부터) 『루터』, 『1517 종교개혁』, 『미완의 개혁가』, 『한 인간의 운명』

종교개혁의 태풍의 눈이었던 ‘루터’를 다룬 서로 다른 시각의 해외 저자들의 책이 먼저 눈길을 끈다. 『루터: 신의 제국을 무너트린 종교개혁의 정치학』(폴커 라인하르트 지음, 이미선 옮김, 제3의 공간, 2017.10. 이하‘루터’)과 슈피겔 시리즈 『1517 종교개혁: 루터의 고요한 개혁은 어떻게 세상을 바꿨는가』(디트마르 피이퍼·에바 마리아 슈누어 편, 박흥식 감수, 박지희 옮김, 21세기북스, 2017.10. 이하‘1517 종교개혁’), 그리고 지난 해 출간된 『마르틴 루터, 한 인간의 운명』(뤼시앵 페브르 지음, 김중현 옮김, 이른비, 2016.11. 이하 ‘한 인간의 운명’)이다. 여기에 국내 저자의 책 『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 500년 전 루터는 무엇을 이루고 무엇을 남겼는가』(박흥식 지음, 21세기북스, 2017.10. 이하‘미완의 개혁가’)를 덧붙일 수 있다.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마르틴 루터와 그가 이끈 종교개혁의 의미를 살펴보는 도서들이 ‘신실한 믿음의 사도인 루터’ 대 ‘부패하고 무능한 교황’이라는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 반해, 이 책은 ‘프로테스탄트 측의 일방적인 해석에 근거한 종교개혁사’에서 벗어나 루터를 조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 책은 변방의 수도사가 일약 종교개혁의 아이콘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했던 또 다른 주인공, 로마 바티칸을 역사적 재판정 위에 등장시킨다. 바티칸 문서고에 잠들어 있던 당시 교황청의 회의록, 칙서, 외교관들의 보고서를 발굴하고, 마르틴 루터의 그 지지자들의 글과 교차검토하면서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종교개혁의 연대기를 입체적으로 서술한다.

『1517 종교개혁』: 총 3부의 26가지 이야기에서는 당대 종교가 갖던 위치와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세속적 욕망이 종교개혁을 어떻게 촉발시켰으며 걷잡을 수 없이 전개시켰는지 분석한다. 여러 문헌과 저명한 역사학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유추하는 과정은 종교개혁을 신학적인 가치관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이끈다. 1517년에 일어난 종교개혁은 종교가 중심이던 사회에서 일어난 정치적인 혁명이며 이는 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한 논쟁인 것이다.

『한 인간의 운명』: 종교개혁 410주년인 1927에 나온 책. 아날학파의 새로운 역사적 시각에서 본 ‘인간 루터’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페브르는 역사가로서 시종일관 한 인간의 운명을 치열하게 사유하고 판단한다. 이 책에서도 뛰어난 가톨릭사가 데니플레 신부가 ‘루터의 명성을 깎아내릴’ 의도로 촉발한 논쟁에서부터 실마리를 풀어나가며, 루터와 종교개혁에 대한 통념을 비판적으로 해체한다. 페브르는 루터가 ‘근대사회와 근대정신의 창시자 가운데 한 사람’일뿐만 아니라 ‘게르만 사회와 독일정신의 창시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보았다.

『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루터가 “헌신적인 개혁가였지만 완벽한 영웅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이 책의 목표는 성공신화 속에 갇힌 루터를 현실의 경계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많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루터는 결정적으로 시대정신에 소홀했으며, 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종교개혁을 배반해 자신에게 주어진 개혁의 과제를 끝내 완수하지 못했다. 이렇듯 루터가 당면했지만 해결하지 못한 과제를 추적하고, 그것을 통해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내다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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