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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직업교육', 부처간 협업 필요
'선진직업교육', 부처간 협업 필요
  • 한강희 전남도립대 사회복지과
  • 승인 2017.10.23 2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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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전문대를 생각한다

출범 40주년을 앞둔 전문대가 전방위적으로 ‘혁신과 도약’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유관부처인 국회·기획재정부·교육부·고용노동부·중소기업청·일자리위원회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는 지 의문이다. 이들 유관부처의 독려와 지원이 없다면 절반의 고등교육인 전문대는 설자리가 없게 되며 국가적 소모로 이어진다.

전문대는 1979년 개명 이후 일반대학과 또 다른 한 축으로 고등교육 중 직업교육 부문을 떠맡으며 5백만 명 이상의 산업역군을 양성해 왔다. 최근의 사회적 하이엔드(high-end) 화두인 융복합으로 불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견인하는 데도 결정적으로 이바지했다. 특히 학문적, 이론적 측면보다는 실용적, 기능적인 전문직업인을 배출하는 등 우리 산업의 생산적인 활력 시너지를 창출해왔다.

그런데도 전문대는 법적인 규제에서, 재정적 지원으로부터, 사회인지적 측면에서 차별적 열패 구도에서 여전히 비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대는 최근 들어 자체적으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요구하는 직업교육 콘텐츠의 혁신적 도입(NCS), 직업교육 선진국이 신축적으로 운용하는 수업연한 매트릭스를 실험적으로 운용하려는 등 혁신의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법적, 제도적 차원에서 뒷받침하지 못해 공허한 일과성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국가의 근간인 직업교육 부문은 민간이 아닌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는 체제로 재조정해야 한다. 1995년 준칙주의 이후 우후죽순식으로 설립된 대학이 구조조정 단계에 돌입한 만큼 교육 선진국 추세에 맞춰 국공립 비율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일부 부실사립의 경우 공영형으로 변환을 유도해야 한다. 선진국의 전문대학 격인 커뮤니티 칼리지(community college)’는 OECD기준 85% 이상이 국공립 형태인데 우리나라는 겨우 3%에 불과하다. 대학 수업연한(1, 2, 3, 4년제)도 시공간을 뛰어넘는 융복합 시대에 걸맞게 일선 전문대학 자율선택에 맡겨야 한다. 일반대학, 원격대학, 직업훈련대학, 평생교육원, MOOK 등 교수·학습형태가 다양하게 변주되고 학과 설치 경계가 무색해진 판국에 전문대학에만 연한을 강요하는 것은 선진직업교육 추세에도 한참 뒤떨어지고, 교육기관 운영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대학에 자율권을 부여하면 자체 경쟁력이 없는 대학은 학습수요자에게 외면당해 자연도태하게 되므로 인위적인 대학구조조정이 불필요하다.

특히 기획재정부 및 고용노동부는 4년제 일반대학 졸업생과의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NCS 연착륙을 위해 고용보험기금 유인 및 확충에 협업해야 한다. 다만 NCS는 직업교육 기반이자 흐름이므로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야 마땅하지만‘특성화사업에 이끌려 가는 수단’이 되지 않으려면 그 수준과 범위를 조정할 여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부 재정지원 사업은 일반대학에 대비되는 전문대학 규모에 걸맞게 현재의 10% 수준에서 적어도 30% 수준까지 확대돼야 한다. ‘직업교육 백년대계’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일과성 프로젝트 방식을 넘어 학생 등록금 및 장학금 충당, 취·창업 및 創職 예비 프로그램 등 실질적인 투여가 요청된다. 예를 들면 반값 등록금이 아니라 선진국처럼 전액 국고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일반대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전문대생의 사회경제적 계층적 지위, 경제적 지위를 보전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요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요컨대 관련부처의 협업에 의해 직업교육 부문에 파격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 基幹을 이루는 노동 건전성이 확보되고 평생직업교육 체제인 ‘일터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일터로’가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다. 한편 전공 및 스킬 미스매칭으로 사회적 비용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학력 및 전공별 중장기 인력수급 계획이 정부 차원에서 마련돼야 한다. 대학은 인력 수급에 부합하는 전문직업인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각종 평가 및 재정지원 사업 때문에 본업인 교육이 실종되는 ‘본말전도’사태가 이어진다면 직업교육의 수월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전문대 구성원의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여느 정부에 비해 높고 크다. 고등직업교육의 건전성을 회복하고, 선진직업교육 흐름을 좇아가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간 선진직업교육 추세 반영도가 지지부진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 차원의 전문대학에 관한 혁신적 발상과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는 第一義는 전문대의 자구적 생존권을 넘어서 평생직업교육시대 국가의 동력을 고등직업교육에서 찾아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찾아진다. 국회·기획재정부·교육부·고용노동부·중소기업청·일자리위원회가 함께 팔을 걷어 부칠 중차대한 시점이다.

한강희 전남도립대 사회복지과
한국전문대학교육30년사 집필편집위원장, 교육부 자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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