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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에 끌려간 학계, 새 논의보다 반성 많았다
사회 이슈에 끌려간 학계, 새 논의보다 반성 많았다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3.01.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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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학계결산
올 한해는 월드컵, 반미, 대선이 정국을 분할통치하면서 학술담론을 이끌어갔다. 크고 작은 세미나와 계간지 특집호들이 대외 이슈들을 주요하게 다뤘고, 이론적으로 검토하려는 현실참여 의지를 보여줬다. 크고 작은 논쟁과 학술담론이 있었지만 새로운 논의보다는 과거를 반성적으로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더 강했던 한해였다.<관련기사 9면>역사학계와 국문학계는 친일청산을 화두로 내놓았지만, 일부 보수세력과 학계 신중파에 막혀 흐지부지됐다. 새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은 탈국수주의 역사교육의 토대구축 차원에서 분석적으로 진행됐다. 담론 차원에서 허약한 자본주의 맹아론을 누르고 식민지 근대화론이 우세종으로 등장했고, 리얼리즘-모더니즘의 경계와 상호성을 두고 일진보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철학계는 들뢰즈 수용이 본격화됐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개념 해석논란이 일었고, 문부식 발언 이후 일상적 파시즘 논의가 민주주의 인사들 사이에서 북새통처럼 번졌다.

정치사회 분야는 대선 정책검토에 바쁜 와중에도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민주주의의론, 중앙집권화와 지역주의, 인권문제, 진보와 보수 문제를 중심에 놓고 걸어갔다. 김진균, 신용하, 임희섭 교수 등 사회과학 분야에서 4·19세대들이 대거 퇴진하면서 학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기도 했다. 학술대회와 학회지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정부의 기초학문지원이 증액되면서, 학술권력을 겨냥한 문제가 제기돼 시선을 끌었다. 학술진흥재단을 비롯한 학계의 경직된 논문형식주의가 갈수록 자유로운 학문하기를 좀먹는다는 지적은 따가웠다.

한편 인문콘텐츠학회가 발족해 정보화 시대의 인문학 경쟁력 모색에 큰 시동을 걸었고, 진보, 강단좌파, 맑시스트로 호명되던 한국 지식인 그룹의 한 축이 맑스코뮤날레를 출범시켜 새로운 기대를 모았다.

자연과학 분야는 이공계 기피설이란 유령에 1년 내내 시달리면서도 SCI 등재논문수 급증 등 연구의 질을 높여가는 일희일비를 겪었다. 대규모 국제학술대회를 여는 등 외형적으로도 성장세를 감지할 수 있었고, 쥐 유전자 지도가 완성되면서 생명윤리법 제정을 둘러싼 인문, 과학, 시민단체의 합동 논설전이 거세게 벌어지기도 했다.

강성민·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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