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31일은 종교개혁 500주년일이다. 이에 개신교에서는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이 준비되고 있는데 이 중 지난 1월부터 12월까지 1년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대학로에서 장기공연 중인 뮤지컬 「THE BOOK」이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 사상 초유의 흥행몰이로 지난달 4만 관객을 돌파하였고 계속하여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월 공연 개시 후 정좌석수를 넘는 105% 객석점유율에서 시작하여 2월 역시 108%, 이후 3월부터 꾸준히 90%대 점유율을 유지하다가 지난 9월 초 관객 4만명을 돌파하며 170여석 규모의 소극장 뮤지컬로는 결코 쉽지 않은 성과를 내게 된 것이다.
유명 뮤지컬 스타가 출연하거나 대규모 제작비가 들어간 중대형 뮤지컬도 아니고 대학로에서 오랜 시간 사랑받던 스테디 공연조차 관객이 없어 중단되고 있는 이때에도 끊임없이 객석이 채워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것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시의성에 걸 맞는 실화가 주는 생생함을 바탕으로 여느 소극장 뮤지컬에서 쉽게 찾기 어려운 비장함과 웅장함이 어우러진 작품성 그리고 오직 진리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던지는 가슴 먹먹한 울림을 있으며, 결국 공연 피날레에 모든 관객들이 복받치는 감동으로 기립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서라고, 관람객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래서 뮤지컬 더북은 특별한 광고나 홍보 없이도 오직 입소문만으로 객석이 채워지고 있으며 매월 정기적으로 더북을 관람하는 분들을 비롯 스스로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더북을 알리는 성도 및 일반 관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1517년 10월 31일 루터의 95개 반박문을 기점으로 촉발된 종교개혁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몇몇 인물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이미 종교개혁 100여년전, 목숨을 걸고 성경을 전하기 위해 화형대의 등불이 되었던, 당시 종교 기득권자들에 의해 ‘독버섯’이라는 뜻과 ‘중얼거리는 자들’이라는 경멸의 의미로 불려진, 평범하지만 진리를 추구했던 서민 ‘롤라드(Lollard)’들의 희생이 토대가 된 것이다.
뮤지컬 더북은 바로, ‘THE BOOK(성경)’을 덮으려는 타락한 카톨릭 교회의 세력과, 생명을 걸고 번역된 ‘THE BOOK(성경)’을 펼치려는 롤라드들의 대결을 밀도 있게 담아내고자 하였다. ‘덮으려는 자 그러나 펼치려는 자’라는 곁제목(Head Copy)이 보여주듯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진리와 진실을 숨기려는 자들과 억눌린 자들의 자유와 해방을 위해 그 것을 펼쳐 보이려는 자들 사이의 공방을 통해, 비록 수 백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오늘 우리가 처한 현실과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온 몸을 던져 연기하는 12명 배우들의 열연과 귀에 착착 감기는 선율과 노래들, 14세기 유럽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고풍스러운 의상과 무대, 결코 잊을 수 없는 뜨거운 감동의 피날레 씬 등 소극장 창작 뮤지컬의 격을 한 단계 높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뮤지컬 더북은, 12월 30일(토)까지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공연되며, 장소는 혜화역 4번 출구에서 가까운 열린극장이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