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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의 침묵과 국감의 急所
김상곤의 침묵과 국감의 急所
  • 최익현 편집국장
  • 승인 2017.10.12 2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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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국감에서 들여다봐야 할 문제는 이런 것들이다. 교육부는 HK를 일그러뜨린 바로 그 논리로 SSK도 변형시켜버릴 것이다. 교육위 의원들이 나서서 만든 예산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린 것을 따져야 한다. ‘영혼없는 관료’들의 정책에 장관이 꼭두각시처럼 춤추고 있는 건 아닌지, 과연 누가 제동을 걸어야 할까. 제대로 된 질문이 필요한 때다. 

 

1. 국감이 시작됐다. ‘교육부’ 국감과 관련한 의원들의 국감 보도자료가 메일함에 쌓이는 걸 보니 확실히 국감 계절임을 실감케 한다. 

그런데 의원들이 공을 들여 작성한 자료를 보면, 대개가 주변적이고 변죽만 울리는 내용들이다. 개중에는 중요한 것도 있지만, 대개는 그렇지 못하다. 침소봉대나, 아전인수, 견강부회라고 해야 하나, 그런 유형들이 주를 이룬다.
 
교육부 국감에서 과연 무엇이 중요할까? 4차산업혁명 준비? 수능 개편? 사학 비리? 연구 윤리? 하나하나가 의미 있는 건 분명하지만, 국회 교육위 의원들이라면 좀더 큰 그림을 봐야하지 않을까. 이 나라 미래와 직결되는 교육철학 같은 것 말이다. 그와 관련된 질문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2. ‘김상곤 교육부 체제’도 어언 50여일을 넘어섰다. 그래선지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도대체 어디서 무얼 하고 있냐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일각에서는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관료들에 포위, 포섭 당해 현안을 챙기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고 있다. 

우리는 과거 YS 문민정부 시절, 교육부 관료들이 한 장관을 ‘뺑뺑이’ 돌리던 걸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장관을 ‘핫바지’로 만들어버린 교육 관료들의 행태가 재연됐다. 관료들의 장관 길들이기는 관료 체제의 하극상이다. 장관이 뭔가 일을 하려고 나서면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무력화시킨다. 현장에서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만나려고 해도 일정 때문에, 규정이 저래서 만날 수가 없다고 푸념한다. 

지금의 교육부 고위 관료들은 탄핵당한 박근혜 정부 시절 이런저런 일을 꾸려 추진하던 그 관료들 그대로다. 광장의 촛불혁명 열기를 보고 슬그머니 줄을 바꿔 선 이들이라는 말이다. ‘역사교과서국정화’ 문제에 대해 어떤 사과도, 책임도 없이 넘어간 이들이, 참여정부 시절 국가의 장기적 전망 속에서 시작한 ‘인문한국(HK)사업’을 일몰사업 논리로 꺾어놓고는 뭐가 문제인지 제대로 성찰하지 못하는 이들이 다시 장관 옆에서 장관의 視座를 가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3. 만일 ‘김상곤 교육부 체제’의 침묵, 혹은 長考가 그렇다면, 이것은 어쩌면 문재인 정부의 어떤 실책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기초학문 특히 인문사회분야는 더디게 가는 학문이다. 배고프고, 빛도 나지 않는 험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서 HK니 SSK 같은 지원책을 만들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묻고 싶다. HK를, SSK를 아시냐고? 지금 대학과 학문생태계에 커다란 균열, 붕괴 조짐이 일고 있는 데 이에 대한 어떤 대책, 대안을 갖고 있냐고? 수많은 박사 연구자들이 정책 변경으로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어느 누가 학문후속세대에 끼고 싶어할 것이냐고? 그래서 그런 그들을 볼 때마다 매번 국민 세금으로 일과적인 지원을 하는 소모적 사업을 되풀이 할 거냐고? 그나마 구축되던 학술기반이 지금 무너지고 있는데 동의하냐고? 

인문학자들 사이에는 요즘 교육부의 행태를 두고 ‘현장 패싱’이라고 비꼬는 말이 돌고 있다. 장관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민교협에서 대학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교육감으로 교육현장을 직접 챙기던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어째서 ‘신비주의자’로 변해가고 있는 걸까. 

 

4.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손대지 않던 HK, SSK를 지금 문재인 정부의 교육 관료들이 기형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릇된 관행과 싸우자고 말했다. 천번만번 공감할 수 있는 제안이다. 그런데 지금 교육부가 그 관행에 따라 ‘일몰사업논리’를 되풀이하면서 어렵게 조성되던 학술기반을 조금씩 붕괴시키고 있다. 

국감에서 들여다봐야 할 문제는 이런 것들이다. 교육부는 HK를 일그러뜨린 바로 그 논리로 SSK도 변형시켜버릴 것이다. 교육위 의원들이 나서서 만든 예산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린 것을 따져야 한다. ‘영혼없는 관료’들의 정책에 장관이 꼭두각시처럼 춤추고 있는 건 아닌지, 과연 누가 제동을 걸어야 할까. 제대로 된 질문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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