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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혁명’으로 교육을 바꾸자
‘평가혁명’으로 교육을 바꾸자
  •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 명예대표
  • 승인 2017.10.1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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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 명예대표
▲ 민경찬 논설위원

대학 홈페이지 앞부분의 대학소개를 보면, 건학 정신, 비전, 교육 목적과 목표, 인재상, 핵심역량, 추진전략 등이 있다. 창의, 호기심, 비판, 도전, 문제해결, 융합, 소통, 개방, 인성, 도덕, 공동체, 리더십, 글로벌 등의 용어들이 여기 저기 엮여져 있다. 많은 대학들은 인재상과 핵심역량을 교육과정과 구체적으로 연계시키고 있다.
  
2015년 세계경제포럼은 「교육을 위한 새로운 비전」이라는 보고서에서, ‘인재야말로 21세기를 이끄는 핵심요소’라고 하면서, 새 시대에 요구되는 16개의 기본역량을 제시했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우리 사회도 교육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생각한다. 초등학교에서는 내년부터 ‘코딩’ 교육이 필수과목이 된다.

오늘의 지구촌은 컴퓨터의 계산능력, 빅 데이터,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상상력, 창의력을 가진 사람들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나가고 있다. 생각하고 질문하는 능력, 사람들 간의 관계, 사람과 기계의 공존 등이 주요 이슈다. 감수성, 사색능력, 인성과 인품, 열정과 배려, 감성과 논리의 융합능력, 코딩과 수학, 인공지능의 이해 등의 역량들이 요구된다.
 
문제는 이러한 역량들이 어떻게 학생들에게 담겨지느냐다. 한 연구에 의하면, ‘창의성’을 강조하지만 ‘학점’과는 관계가 없다고 한다. 강좌에서의 ‘지적 성숙’과 ‘학점’과는 상관이 없을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사실 대학 구성원들은 홈페이지의 ‘대학소개’를 열어보지 않았을 것이고, 인재상과 핵심역량의 내용을 안다고 해도, 교수-학습 과정에 연결되지 않는다.

우리 교육현장은 아직도 사고능력보다는 암기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교과서 내용의 순서대로 가르치고, 중간·기말고사 답안지를 평가해 학점을 준다. 과제들은 자신의 생각보다는 주어져 있는 지식들을 잘 모아 정리하는 일이 많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교육목표와는 무관한 평가 내용, 기준으로 시험을 봤다. 수능의 난이도도 문제 자체가 아니라, 예시된 답들 간의 유사도에 달려있다고 한다. 

우리 교육의 문제는 교육목적, 기대하는 역량과는 별개로 ‘엉뚱한’ 능력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시험에서 평가하는 능력, 측정방법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법이 달라진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최우등생들은 자신이 아무리 좋은 생각이 있어도 무조건 교수의 성향에 맞추려고 한다’고 한다. 높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전략이다. 평가가 교육에서의 모든 행동을 결정한다. 

대학들은 ‘평가’에 대한 철학과 태도를 바꿔야 한다. 새 시대에 요구되는 역량들을 학생들에게 제대로 담아줘야 미래가 있다. 추구하는 인재상과 핵심역량이 매 강의, 학습현장에 담겨져야 한다. 문제는 교수들의 열정과 시간의 투자가 크게 요구되는데, 이는 업적평가에서 제대로 인정해줄 때 기대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먼저 ‘성과’의 개념을 새롭게 세워야 한다. 이것이 국가 생태계 전체를 이끌어간다. 5년 정부의 성과, 감사원 등의 공무원의 성과, 정부와 언론사의 평가 지표가 ‘대학과 교수의 성과’를 규정한다. 이는 단기적, 양적 연구 성과에 집중하게 하여, 교육에 대한 관심을 약화시킨다. 대학에서의 교육내용과 평가에 대한 ‘영혼이 없는’ 태도는 대입 정책의 철학 부재로 이어진다. 이는 초·중등교육에서 획일적 ‘수능’이 자리 잡게 한다.

지금 세계는 문명사적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며, 일자리, 양극화 문제가 심화되는 새로운 지구 생태계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MOOCs, 미네르바 대학 등 대학의 존재 형태가 달라진다. 중국 등 주변나라들의 경쟁력과 위세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한 학생의 성공을 진정으로 돕는 ‘평가혁명’을 위해 대학들이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의 교육을 선순환시키는 큰 과제다.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 명예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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