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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총애 받은 화가이자 관료…절터에는 무심히 잡초만 무성해
정조 총애 받은 화가이자 관료…절터에는 무심히 잡초만 무성해
  • 이근우 중원대·교양학부
  • 승인 2017.10.10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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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우 중원대 교수, 단원 김홍도와 상암사 재조명 요구

2017년은 김홍도가 연풍현감에 제수된 지 226년이 되며, 상암사에 오른 지 225년이 되는 해다.
백여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희대의 천재라 할 만한 단원 김홍도, 일찍이 정조의 눈에 발탁돼 미래의 큰 꿈을 키우던 김홍도, 연풍현감에 부임하여 화가와 관료라는 두 가지 큰 업적을 이뤄낸 단원 김홍도. 그러나 그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지나온 긴  시간만큼 아득해 보인다.

정조대왕은 1791년 12월 22일 어진도사의 공로를 인정해 단원 김홍도를 연풍현감에 제수했고, 연풍현감에서 체임된 것은 1795년 1월 7일자로 근무한 기간은 약 3년이 된다. 김홍도에게 있어서 한 고을의 수령인 현감 벼슬의 제수는 가히 인생관에 영향을 줄만한 일대 사건이며, 그것은 정조의 각별한 총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하겠다.

김홍도는 1791년 세밑 연풍현감 부임이후 기근으로 고통 받는 면민을 위해 백두대간 공정산 해발 1천26m 8부 능선 상암사를 찾아 기우제를 지내고, 안부역 화재에 대해 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청렴과 공정, 즉 忠恕思想으로서 백성을 위해 성심을 다했다.

특히 상암사에 올라 기우제를 올리고 祿俸 施主로 소조 불상의 색이 흐려진 것을 改金해 환하게 드러내고, 眞影과 탱화가 부서지고 벗겨진 것을 비단에 물감을 먹여 그리고 칠했다는 이야기가 조선사찰사료 공정산 상암사 중수기에 전한다. 김홍도와 상암사는 이렇게 깊은 인연을 맺게 됐다. 이러한 역사적 기록과 그 현장이 연풍에 남아 있다.             

하지만 필자가 상암사를 찾았을 때는 상암사의 절 모습은 찾을 수 없고 잡초만 무성했다. 또한 대안보 옛 안부역참 표지석에 연풍현감 김홍도와 안부역 화재 관련한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참으로 마음이 무거워 지는 순간이었다. 조령산 등산객들이 잠시 물마시고 쉬었다 가면서도 이곳(상암사 터)이 정작 어떤 곳인지를 아는 분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의 기억과 관심이 개인의 이익에 따라 그 깊이가 다를 수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불편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연풍현감 단원 김홍도, 화가와 관료라는 두 가지 큰 업적을 이룬 조선 당대 최고의 畵神, 천재화가로 손꼽히는 그의 흔적이 무성한 잡초 속에 소리 없이 사라져 가는 현실이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고 하겠다. 연풍현감 재직 시의 행적과 상암사에 대한 재조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상암사는 단순히 불교유적지로서의 가치를 넘어 한 시대의 역사적 자연요소와 문화, 희소성, 학술적, 예술적 가치 등을 풍부하게 담지하고 있는 문화유적지다. 상암사 입구로 부터 약 100m 전 커다란 바위에 큰 불심을 반영한 듯 大施主 宋文敎 이름이 크고 깊게 각자 돼 있다. 이 분은 상암사에 있어서 가장 많은 공을 세운 사람 중의 한 사람으로 사료된다. 또한 佛, 三神山, 吳有根, 李鉉斗, 秋福仙 이라는 刻字가 남아 있다. 아울러 수백 년의 오랜 세월을 역사로 간직해온 名刹의 상암사 터에는 법당 초석, 기와 편들, 당시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 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백두대간 조령산 아래 따뜻한 봄 햇살을 받으며 눈부시게 초록의 탄생을 알리는 상암사는 자연이 주는 무심의 가치를 알게 한다. 비록 상암의 겉모습은 작지만 인간이 가늠할 수 없는 무량의 불법과 아울러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진리를 전해주고 있다.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곳이 위치의 구애됨이 없고, 크고 넓고, 많은 것과는 거리 먼, 외형보다 깨끗한 마음과 정성이 중요하다는 본질을 상암은 말하고 있다.

연풍현감 김홍도, 안부역, 상암사는 우리에게 소중한 자산이다. 하루속히 그에 대한 재조명과 발굴조사가 진행돼 행정적 발전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이근우 중원대·교양학부

중국 남경예술학원에서 미술학 문학박사를 했다. 역서로 『중·서회화 구도 비교연구』가 있으며

G20 서울정상회의 개최기념 월드아티스트페스티벌 집행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대만 의난현 예술학회 고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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