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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 교수-사회적 신분
계약직 교수-사회적 신분
  • 문성훈 편집기획위원/서울여대·현대철학
  • 승인 2017.10.0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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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문성훈 편집기획위원/서울여대·현대철학

근로기준법 5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해 남녀의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며, 국적,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러한 규정은 헌법 11조 1항과 맥을 같이한다. 즉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에 의해 ...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그런데 신분제도가 철폐된 현대사회에서도 사회적 신분이 존재할까?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사회적 신분이란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평가를 수반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사용자, 노동자, 공무원, 농민, 어민 등도 사회적 신분에 해당되며, 정부투자기관 직원임을 이유로 지방의회 입후보를 금지시킨다면 이는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이 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고용형태 역시 사회적 신분으로 해석된다는 점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한 지방 공기업에서 무기계약직 전환자라는 이유로 사내근로복지기금 적용에서 제외된 사례를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불합리한 차별이라 규정한 바 있으며, 무기계약직에 대해서 군 복무기간을 근무경력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사례 역시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 판단했다.

이러한 점은 법원 판례에서도 나타난다. 2016년 MBC 무기계약직 차별에 관한 소송에서 법원은 무기계약직 (MBC에서는 업무직)을 ‘사업장 내에서 근로자 자신의 의사나 능력발휘에 의해 회피할 수 없는 사회적 분류에 해당하는’ 사회적 신분으로 규정하면서, 채용절차, 보직부여, 승진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뿐, 사실상 동일가치노동을 수행하는 이들에게 주택수당, 가족수당, 식대 등 각종 수당에서 차이를 두는 것은 부당한 차별이라고 판시했다.

우리나라 대학의 계약직 전임교원은 정년직과 임용경로는 다르지만 법률상 교원으로 인정된다. 그리고 대법원 판례에 따라 계약의 횟수를 제한해선 안 되기 때문에, 이론상 정년까지 계약연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계약직 전임교원 제도가 대학평가를 위해 전임교원 확보율을 높이면서도 예산 절감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처럼, 이들에 대한 대우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계약직 전임교원의 평균연봉은 3천655만원이라고 하지만, 정년직은 7천426만원이다. 이는 정년직에 비해 경력도 인정되지 않고, 호봉도 없고, 각종 수당도 지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약직 전임교원 역시 정년직과 마찬가지로 임용 시 박사학위는 물론 일정한 연구업적이 있어야 하고, 재계약 때도 교육과 연구업적을 평가받는다. 더구나 이들 역시 법적 교원으로 인정되고 있는 마당에 역할에 있어서 정년직 전임교원과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계약직 전임교원의 정년직 전환제도가 없다면 이 역시 해당 대학 내에서 각자의 ‘의사나 능력발휘에 의해 회피할 수 없는 사회적 분류’에 해당하며, 따라서 사회적 신분으로 보아야하는 것은 아닐까?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한 일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 약속이다. 이 때문에 많은 국가 기관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고, 교육부 역시 교육부문 정규직 전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학 내 계약직 전임교원은 예외인 것일까?

물론 2주기 대학평가에서는 저임금 교수들에 대한 ‘보수 책정 근거의 구체성과 합리성’을 평가하겠다고 하면서, 연봉 하한 값을 3천99만원으로 책정하기도 했다. 이것이 과연 계약직 전임교원에 대한 차별 철폐 대책일까? 아니면 이 정도 수준에서 그간의 차별을 용인하겠다는 것일까? 과연 교육부는 차별 금지에 관한 헌법 규정과 최근의 판례에 따라 계약직 전임교원 문제를 심각히 검토하기는 한 것일까?

문성훈 편집기획위원/서울여대·현대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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