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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뜸 국민’이길 소망한다
‘으뜸 국민’이길 소망한다
  • 김영하 전 단국대 석좌교수·도시건축학
  • 승인 2017.10.09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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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김영하 전 단국대 석좌교수

우리는 동방예의지국이라는 긍지를 갖고 있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 속에 남·북한의 대화도 중단된 상황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 긴장관계가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리틀 로켓맨’으로 지칭했는가 하면,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은 트럼프 대통령을 ‘투정꾼, 정신이상자, 거짓말왕초’로 조롱했다.

정치권의 여/야 지도자들 역시 거친 말들이 도를 넘나들고 있다. 여당 대표가 “골목대장도 안하던 짓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는가 하면, 야당 지도층 인사 역시 대통령을 북의 ‘기쁨조’라고 표현을 하기도 했다.

또한, 외교안보특보가 공식 자리에서 한 말(“한미 동맹이 깨진다고 하더라도 전쟁은 안 된다” 등)도 특보로서 한 이야기가 아니고, 대학교수로서 한 말이라고 했다. 청와대 구성원의 신분이라면, 외교특보와 교수 사이를 교묘하게 처신한다는 자체가 명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말에 대한 책임한계도 없다. 그리고 특보로서 처신에도 말을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국방장관의 국회 발언에서는 ‘개탄한다’는 말보다 정제된 표현을 썼어야 했다. 그렇지만 청와대가 국방장관에게 ‘엄중한 주의’를 주었다는 것 또한 적절치 않다. 60만 군대 사기 진작에도 문제가 됨은 물론, 군대의 령(令)이 서겠는가?

즉, 막말과 쓴말을 마구 사용하는 이러한 사회병리현상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심지어 ‘금수저’ 엘리트와 ‘흙수저’ 빈민층으로 이분화하는 이기주의 및 집단주의에 대한 표현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또한, 박前정권에 이어 MB정권의 재수사로 적폐청산 같은 과거에 집착하게 하는 말들로 대립각으로 치닫고 있다. 역대 모든 대통령의 공과는 역사가 평가하게 돼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국가지도층은 물론이고, 그것을 접하는 일반인이나 젊은 학생들도 일상적으로 험악한 말을 사용하고 있다. “개××”, “×팔×” 라는 등의 정제되지 않은 말들을 무의식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예컨대, 일본에는 다테마에(立前)와 혼네(本音)가 있다. 즉, 일본인의 양면성을 표현하는 말로, 그 뜻을 구분하기가 용이한 일이 아니다. 일본인하면, 우선 친절하고 예의 바르다는 것이 ‘다테마에’에 속한다. 일본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 있는데, 첫째는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이다. 이게 다테마에의 정신이다,

그리고 상대의 흠집을 내색하지 않고, 정제된 표현으로 실리를 추구하는 성격이 ‘혼네’이다. 혼네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실익을 챙기는 국민성을 뜻한다. 누구에게도 말을 가려서 하는 것이다.

우리도 관용을 베풀고 화합하고, 서로를 존중해주는 언어의 표현에 신중해야 할 것이다. 그게 으뜸 국민으로서의 가치이다. 사대주의 사상 속에 움츠려 있던 관념을 탈피하고, 으뜸 국민의 위상에 걸맞게 아름다운 문화양식을 정착해 나가는 데 획기적인 전환점이 ‘언어’로부터 시작되길 소망한다. 이것이 으뜸 국민으로서의 품위이자 위상이며, 국격에 부합되는 행복한 세상을 열어가는 초석이다.

 

김영하  전 단국대 석좌교수/도시건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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