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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명예로운 교수상 / 김현룡 건국대 명예교수(국문학)
[원로칼럼] 명예로운 교수상 / 김현룡 건국대 명예교수(국문학)
  • 교수신문
  • 승인 2001.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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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1-16 17:58:09
사람은 사회에서 남을 의식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자연히 자기의 존재를 나타내 과시하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 마음은 곧 내가 남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으로 발전하면서, 남들이 미치지 못하는 무형의 가치를 지니려 한다. 옛부터 이 무형의 가치에 속하는 것으로 권력과 부, 즉 부귀와 존경의 대상이 되는 명예를 꼽아왔다.
흔히 사람들은 욕심을 부려, 이 세 가지를 혼자 다 가지려고 하다가, 오히려 모든 것을 잃고 멸망의 길을 걷은 사람이 많다. 우리 교수들은 이 세 가지 중에서 명예 하나만을 가진 사람들이다. 사회에서 교수라고 하면 으레 돈 없고 권력 없는 사람으로 인정해왔었다. 그래서 교수 직업을 가진 사람은 이 존경받는 명예만은 지키려고 애써왔다. 그러나 세상이 많이 바뀌다 보니 교수의 이 유일한 명예도 점점 빛을 잃어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자존과 권위가 생명인 이 명예만은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교수 직업에 종사하는 한, 고수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아직까지도 사회 일반인들은 교수를 존경하고 명예를 지키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교수에게는 다른 직업에서 요구하지 않는 특수한 한 가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것은 곧 연구업적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또한 다른 직업에서는 볼 수 없는 혜택 한 가지를 주고 있다. 이것이 바로 연구실 또는 실험실인데, 교수는 전임강사로 처음 발령 받더라도 혼자만이 생활하는 공간인 연구실이 주어진다. 다른 직장에서는 몇십 년 근무해 직급이
올라가야만 주어지는 개인 공간을 교수에게는 처음부터 제공한다. 이는 연구업적을 쌓으라는 의미에서 제공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교수는 이 의무에 결코 소홀히 하면 자격을 박탈당하게 됨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데 이 연구 업적 문제도 많이 그 양상이 바뀌고 있다. 옛날에는 몇 년씩 걸려 큰 저서를 내면 크게 빛이 났는데, 지금은 아무리 큰 저서라도 작은 논문 한 편과 같이 평가한다. 그러니 이제는 큰 저서를 계획하면, 그 것을 각 장으로 쪼개서 각기 작은 논문으로 작성해 평가받고, 그런 뒤에 모아서 책으로 내야 현명한 방법이 된다. 이것은 아주 좋지 않게 변화한 풍조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점점 좋은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는데, 정말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다음으로 교수 직업으로 본업이라 할 수 있는 강의 문제도, 물론 시대에 따른 풍조이겠지만
너무 많이 변질된 것 같은 느낌이다. 이른바 옛날의 ‘명강의’는 교수가 많은 연구를 해, 그 해박한 지식을 거침없이 무한정으로 토해 전수할 때, 학생들은 감탄을 금치 못하고 명강의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것도 많이 변화해 명강의의 기준이 해박한 지식의 전수가 아니라, 재미있게 말을 잘 하고 잘 웃기면서 학생들을 즐겁게 해주면 명강의가 된다. 정말 잘못 변화되었다고 생각한다. 제야의 종소리를 몇 번 들은 기억이 날 뿐인데, 어느덧 교수직에서 퇴임을 하고 나니, 무엇이 많이 변화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심경을 토로해 보았지만, 어쩌면 시대에 뒤떨어진 얘기인지 알 수 없다. 여하간 많이 변했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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