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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을 향한 통섭의 아우라 혹은
영혼 없는 사이보그 알고리즘에 대한 헌사
불멸을 향한 통섭의 아우라 혹은
영혼 없는 사이보그 알고리즘에 대한 헌사
  • 강문구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 승인 2017.09.27 13: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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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_ 유발 하라리의 인간 종의 역사와 미래에 관한 거대담론

예루살렘의 히브리대 역사학과에 적을 둔 ‘유발 하라리’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저서 『사피엔스』(2015)를 통해 인간의 역사와 미래에 대한 논쟁적인 담론을 제안한 그의 지적 수사에 대해 구체적 내용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라틴아메리카 변혁운동과 한국 민주주의 문제를 천착해오다 회심한 정치학자인 강문구 경남대 교수가 <교수신문>에 유발 하라리의 지적 작업을 자본주의 문명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진단한 글을 보내왔다. 200자 원고지 52매 분량에 담긴 촘촘한 그의 논의는, 하라리의 책을 투과하면서 자본주의 문명, 과학 제국, 행복한 삶의 문제라는 연관된 고리로 더욱 단단해진다. 정치학자가 유발 하라리의 빅히스토리를 어떻게 분석하는지 따라가 본다. 강 교수의 글을 2회로 나눠 싣는다.

 

공산주의 블록의 몰락과 자본주의 문명에 대한 새로운 응시

1980년대 후반, 세계는 소비에트 연방을 위시한 동구 공산주의 블록의 붕괴를 맞이해 우왕좌왕, 혼돈에 휩싸였다. 동서 냉전, 양극화시대가 그렇게 하루아침(?)에 몰락할지는 몰랐다. 실로 베를린 장벽은 하루 밤 사이에 붕괴됐던 것이다. 그 현상을 ‘위대한 승리’운운하는 이데올로그들로부터 참고할 메시지는 별로 없어보였고, ‘문명의 충돌’테제로 탈냉전 시대를 전망하는 흐름도 그리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다소 편협하지만‘역사의 종언(말)’이라는 구도 속에서 자유(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체제를‘인지(인정) 투쟁’에서 우월욕망과 대등욕망을 모두 충족시킨 최고 단계의 체제로 격상시켰던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제언은 그래도 살펴볼 거리가 있었다(후쿠야먀가 거론한 인지투쟁은 하라리가 논하는 인지혁명과는 다르다). 그리고 근대 초기부터 자본주의 대 공산주의라는 대립구조는 성립하지 않고, 세계에는 하나의 세계자본주의 체제만이 작동해왔다고 하면서, 공산주의를 후발 국가들의 산업화 전략으로 이해한 월러스틴의 세계체제론 정도가 공산주의 붕괴 이후를 전망하는 데 참조할 만 했다.

1980년대 말, 90년대 초반 지식인들의 방황과 혼돈은 골이 깊었다. 공산주의에 대한 (현실적) 이해 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자본주의 제체에 대한 인식도 편향되거나 얕거나 혹은 둘 다였는지도 몰랐다. 그런 탓인지 월러스틴으로 채워지지 않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이해를 페르낭 브로델(Fernand Braudel)의‘물질생활-경제-자본주의’삼분할 체제와 아날학파의 다층적 분석까지 기웃거리며 찾으려 했다.

요컨대 자본주의 체제를 자유주의적으로 해석하고, 공산주의 체제를 마르크스주의적으로 해석하는 편협한 혹은 세분화·구획화 된 방식에 대한 회의가 그 저변에 깔려있었던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월러스틴이 꾸준히‘사회과학의 개방’을 주장하고, ‘새로운 지식 패러다임’을 모색해왔음은 반가운 일이었다. 그는“객관적 세계는 인간의 지각을 초월해 존재해왔으며 그 세계는 인간의 정신이 만들어낸 환상이 아니며,”“과학적 선택 역시 가치와 의도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유토피아 학을 사회과학에 통합해 중립적 과학자상에서 오만을 자제하는 현명하고 사려 깊은 과학자상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주장했다(월러스틴, 『지식의 불확실성』, 유희석 옮김,창비, 2007).

이 정도 문제제기도 공산주의 블록의 붕괴 이후 세계와 국가, 정치를 이해하는데 유익한 것으로 보였고, 월러스틴은 그후속작업으로 자유주의 이후 시대와 세계를 조망하는 작업을 계속했다. 그의 입장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는 자본주의 세계체제에 속한 반주변부 국가의 경제발전 전략이었으며, 그 이데올로기의 실패는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틀 내에서 국가발전이란 근본적으로 환상 때문이었다고 논한다. 그래서 그는 사회과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서“이 시대의 지식생산에 나타나는 위기의 역사적 뿌리들에 대한 하나의 분석이자 또한 이 위기를 해결하려는 어떤 특정한 접근방식에 대한 요청으로 사회과학의 재고가 아니라 사회과학으로부터의 탈피”를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이 논의에 간략히 첨언하자면, 필자는 문화와 문명에 대한 정치 공학적 접근, 즉 통제중심의 정치적 방식의 실패가 공산주의 블록 및 좌파 정치의 실패의 본질이라고 인식한다. 통치수단으로서의 문화통제(요컨대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은 심지어 비자유주의적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도 발견된다)로부터 좌파식‘문화혁명’에 이르기까지 그 스펙트럼은 광범위하다.

인간의 정신을 통제·장악하고자 하는 발상은, 종교나 이념에 관계없이, 별반 효율적이지도 못하고 예상보다 처참하고 황폐한 결과를 초래하곤 한다. 프랑수아 르벨(Francois Revel)은 다른 어떤 독재나 권위주의 체제보다 공산주의 체제가 끼친 해악이 더 심대하고 심각했던 것은 사회주의적 유토피아 정신의 결과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유기적 사회구성체로서 공산주의는 공산주의가 남겨진 그 땅위에는 인류에게 유익한 그 어떤 것도 자랄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황폐화를 초래했다고 평가했다(르벨, 『민주주의의 부활』, 강문구 옮김, 경남대출판부,2003).

이에 반해 자유분방한 상거래와 금융 네트워크를 통해 번성하던 이탈리아 북부를 중심으로 한 메디치가 등 귀족 가문들의 문화 예술에 대한 후원 등의 경제적 스폰서십은 천박해질 수 있는 자본주의 문화 예술의 격조를 높이고 풍성하게 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그래서 자본주의 체제를 뒷받침하는 자발적 동의구조의 문화가 장기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이다. 돈과 자본은 인간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통제하거나 장악하려 하지 않는다. 돈에 대한 이러한 간접적·이중적 태도는 그 동의의 일부를 자본주의 발전의 추진력으로, 다른 비판의 일부를 체제 내 순응으로 길들여 활용한다. 이것이 문화나 정신을 정치적으로 지배·통제하려는 좌파적 시도보다 경제적 인센티브(돈)를 통해 간접적으로 길들이려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고 장기 지속가능한 이유다.

단초의 확장—근대성과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 지금까지의 논의가, 과문한 필자가 우리시대에 대한 성찰을 자본주의 문명으로 확대해 고찰하려했던 생각의 단초라고 할 수 있다(<교수신문> 2008년 4월 14일자에 실린「‘자본주의 문명’의 새로운 운명-‘문화정치’와‘문화경제’를 생각하다」참조). 빅히스토리 흐름에 있는 유발 하라리의 담론은 이러한 자본주의 문명을 시대적으로, 공간적으로 훨씬 더 확장 심화시키고 있는 점에서 놀랍고 반갑다.

지금까지 익숙해진 근대와 연관된 인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종에 대한 역사를 태곳적(135억 년전)부터 시작해서 현재와 미래로 펼쳐가는 이야기 담론은 시작도 끝도 알기 힘든 만화경 같은 장면들을 연상시킨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도 크게 각광을 받고 있는 빅히스토리(거대역사) 담론은 그간 구획화 되고 세분화된 연구가 노정시킨 결함과 한계를 다른 각도에서 조명할 수 있게 해준다. 빅히스토리는 태곳적의 빅뱅으로부터 현재, 미래까지를 하나의 통일된 이야기로 제시해 우주와 그 진화에 대한 거대한 지도 속에서 인간(종)의 위치를 표시하고 추적하려는 새로운 탐험이다. 이 분야는 과학과 인문학, 더 나아가서 사회과학까지 통합하고자 하는 거대한 통섭의 길이기도 하다.

윌리엄 맥닐은 데이비드 크리스천의 빅히스토리 입문서인『시간의지도』를소개하는 글에서,“ 17세기에 아이작 뉴턴이 통일된 운동법칙을 통해 지구와 우주를 통합하고, 19세기에 다윈이 진화라는 하나의 과정에서 인간과 다른 생명체들을 통합해냈듯이, 크리스천이 자연의 역사와 인간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를 제시하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유발 하라리는 이러한 빅히스토리 분야를 몇 가지 핵심 테제들을 중심으로 훨씬 더 세련되고 통합된 이론의 틀로 발전시키고 있기에 앞의 찬사는 하라리에게도 충분히 해당된다고 본다.

빅히스토리와 인간 종에 대한 하라리의 복합 메시지

1) 빅히스토리 전통과 유발 하라리의 독특한 문제의식
유발 하라리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통섭적·통합적 접근을 지향하는 빅히스토리 전통 위에 서 있으면서도 독특한 자기만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듯하다. 빅히스토리 분야는 일반적으로 우주, 지구, 생명, 동물, 인간, 농업, 문명, 도시, 국가, 그리고 그 기원, 지구의 연결과 글로벌화, 산업화와 그 과정, 근대, 현재, 미래의 연결과 경로 등의 키워드로 구성된다.

하라리의 문제의식은 흥미롭고 명징하다. ‘별로 중요치 않던’동물의 한 종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세계의 지배자이자 정복자가 됐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라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사피엔스』의 후편격인『호모 데우스』(인관과 신의 합성어)에서는 세계의 정복자가 된 인간이 어떻게 더 나아가 스스로 신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인지에 대해 논하면서, 이 과정에서 야기될 사회, 문화, 경제,정치 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2) 인간 역사의 진로와 세 가지 혁명
약 135억 년 전 빅뱅을 통해 우주가 탄생하고 약 38억 년 전 생물이 등장한 뒤 약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 종에 속하는 생명체가 좀더 정교한 구조를 만들어 문화가 출현했다고 하라리는 말한다.
그에 의하면, 역사의 진로를 형성한 것은 세 개의 혁명인데, 역사의 시작을 알렸던 7만 년 전의 인지혁명, 역사의 진전 속도를 빠르게 했던 약 1만2천년 전의 농업혁명, 역사의 종말을 가져올 지도 모르는 약 5백년 전의 산업혁명이 그것이다. 이 세 혁명이 인간과 그 이웃 생명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피는 것이 이 책의 중심 주제다.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방식을 의미하는 인지혁명 이후에는 생물학 이론이 아니라 역사적 서사가 호모 사피엔스의 발달을 설명하는 일차적 수단이 됐으며, 전설, 신화, 신, 종교뿐만 아니라 국가, 법인, 인권 등의 허구적 실재가 등장하게 된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여기서 호모 사피엔스가 세계의 지배자가 되는 이유로서 수많은 종족과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겨나게 됐다. 즉 허구적 실재 혹은 공동의 신화를 만들고 함께 믿음으로써 수많은 인간들은 협력할 수 있게 되는데, 이러한 대규모 협력을 현실적으로 가능케 한 것이 농업혁명이었다. 이 농업혁명은 비록 대다수 농민들에게는 불평등한 식량분배의 운명을 받아들이게끔 했지만, 한편으로 비약적인 잉여식량의 축적을 가져와 밀집된 도시와 강력한 제국이 형성될 수 있는 기틀을 제공했다. 바로 이러한 여건 속에서 위대한 신들에 관한 종교이야기, 땅과 돈에 대한 탐욕의 피라미드 등에 관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퍼져나가게 됐던 것이다.

농부들의 잉여식량 위에 세워진 고대 제국들에서의‘대량협력망’은 대부분 압제와 착취에 적합하도록 짜여 졌으며, 또한‘상상 속의 질서’이기도 했던 이‘대량협력망’을 지탱해주는 사회적 규범은 타고난 본능이나 개인적 친분이 아니라 공통의 신화에 대한 믿음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농업혁명 이후 인간의 역사는 인류가 어떻게 자신들을 대규모 협력망으로 엮어낼 수 있었는지의 역사이고, 그 대답은 인간이 상상의 질서를 창조하고 (숫자를 포함한) 문자 체계를 고안해냈다는 데 있다(현대인들이 가장 의지하고 싶어하는 욕망과 감정 역시 실은 이러한 상상의 질서에 의해 프로그램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계속]

강문구 경남대·정치외교학과

연세대 영문과를 나와 미국오하이오대에서 정치학 석사, 미국 뉴멕시코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에는『포위된 혁명: 니카라과 혁명건설 10년 사의현대적조명』,『 한국민주주의의구조와진로』등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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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 2017-09-28 17:10:28
공기 분자들의 질량이 서로 달라서 무거운 분자가 모두 아래쪽에 몰려야 하는데 왜 공기 조성비는 일정하게 유지되는가?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서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궁여지책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질문을 바꾸겠다. 열역학 제2법칙은 왜 성립되는가? 기존의 과학과 종교를 180도 뒤집는 혁명적인 이론으로 우주와 생명을 새롭게 설명하는 책(제목; 과학의 재발견)에 반론하면 5천만 원의 상금을 준다고 하는데 대학교수들이 반론을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