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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두 Y 교수를 위하여
[데스크 칼럼] 두 Y 교수를 위하여
  • 최익현 편집국장
  • 승인 2017.09.25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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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교수님, 건강하게 지내시는지요? 바람이 제법 선선해졌습니다. 2학기 일정이 시작되면서 대학 곳곳에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활기차게 들려오고 있습니다. 햇살은 적당히 따갑지만, 그늘에 서서 조금 서 있으면 이내 서늘해지는 ‘자연의 시계’는 어김없습니다.

이 자연의 시계가 그래도 아름답게 보이는 건, 어떤 예측가능성 때문이겠지요. 다음, 또 그 다음의 수를 읽고 거기에 맞춰 최소한의 대응과 준비, 적응을 할 수 있고, 이렇게 함으로써 시스템 안에 있는 생명체들은 안정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시끌벅적한 학생들의 움직임과 달리, 이번 2학기를 맞는 두 분은 조금 우울할 것 같습니다. HK연구소로 선정돼 10년 세월을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분주했던 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수로 교양강의를 담당하면서 재계약 때면, 줄담배를 피워가며 더 과묵해지던 선생님의 뒷모습이 자꾸 눈에 밟힙니다.

Y 교수님! 두 분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세계적 연구소 육성 계획에 기꺼이 동참해 인문학을 통한 시민사회 성숙에 기여했습니다. 학부생들에 좀더 좋은 강의를 제공하기 위해 교양의 영역을 더욱 단련하면서 가르침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길은 달랐지만, 연구소 교수, 교양대학 교수로서의 召命에 충실했다는 점에서 두 분은 같습니다.

한 분은 제발로 연구소를 떠나지 않고, 떠밀려 급히 봇짐을 싸셨지요? 애초 장기적 지원을 약속했던 정부는 지금 와서 말을 바꾸고, 심지어는 기본 취지와 철학조차 이해하지 못한 ‘無知’의 행보를 반복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선생님이 받으셨을 마음의 상처, 좌절과 분노, 그리고 슬픔은 그 누구도 제대로 자기 것으로 껴안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그런 개인적 아픔보다는, 10년의 세월 동안 다져온 연구소의 학문적 네트워크, 국제적인 관계 구축 노력, 그리고 10년의 시간에서 깨우친 실패로부터 도전의 교훈이 증발하는 걸 더 안타깝게 여기셨지요.

다른 한 분은 누구에게 떠밀린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강의실을 떠나 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누가 그것을 ‘제발로 떠났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전임교수라고 부르면서, 실제 신분상의 처우는 그저 ‘별정직’ 정도에서 멈추는, 정교수도 아니고 부교수까지만 승진할 수 있는 기형적 구조 안에서 선생님은 오래 고단하셨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 대학 안의 ‘계약’들은 비대칭적인 갑을 관계의 구조를 드러내주는 단적인 비정상의 例입니다. 전임교수라면 승진 심사를 해야 하는데, 선생님은 비정년트랙 전임이라는 아주 이상한 구속에 묶여, ‘재계약’을 거듭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두 사안은 물론 ‘대학’ 안에서 벌어진 知의 파행이 틀림없지만, 이 원근에 ‘철학 없는 교육부’가 자꾸만 어른거리는 것 같습니다. 10년 연구를 진행한 장기 프로젝트를 ‘일몰사업’이란 한 마디로 접어버리면서, 정부의 그 어느 누구도 “연구자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라고 머리 숙여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시간강사법과 대학평가 역시 교육부가 주도하는 일입니다. 이 일련의 움직임이 대학들의 변칙적인 비정년트랙 전임 운용을 부추긴 것이지요.  두 분을 떠나보낸 2학기 대학 교정이 흐린 하늘처럼 자꾸만 헛헛해집니다. 召命의 길을 걷는 또 다른 Y 교수님들이 이 계절 지나 두 분처럼 또 그렇게 떠나갈 것 같아 더욱 안타깝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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