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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입학에 관한 단상
수시입학에 관한 단상
  • 최희섭 논설위원/전주대·영문학
  • 승인 2017.09.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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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최희섭 논설위원/전주대·영문학
▲ 최희섭 논설위원

수시입학 시험 시즌이 시작됐다. 대학은 보다 훌륭한 인재를 선발하려 하고, 수험생들은 더 좋은 대학에 합격하려 애를 많이 쓴다. 훌륭한 신입생을 선발하기 위해 대학마다 다양한 방식을 도입한다. 그러다보니 수시입학 전형방법이 한 대학에도 여러 가지이고 이를 합하면 전국적으로 수백 가지에 이른다. 수험생들은 그중에서 자기에게 가장 유리한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시간과 땀을 투자할 수밖에 없다.

사설학원 등에서 이른바 입시전문가라는 분들이 수차례 입학설명회라는 것을 하고, 교육과 관련이 깊은 각종 공·사설 기관에서 입학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평생 한 번 치르는 입시이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느라 입학설명회에 참석하고 입학상담실을 이용하게 된다. 대학의 전형 방법이 현재와 같이 복잡하고 다양한 것은, 수험생이 입학설명회장을 따라다니고 사설기관의 입학상담실을 찾는 이유의 하나가 된다.

우리나라의 대학 수험생은 고등학교를 정상적으로 마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공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면 고등학교 담임교사나 입학 상담 교사를 통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획득해, 이를 바탕으로 소신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설기관의 입학설명회가 인기를 끌고 학교 이외 기관의 입학상담실이 붐비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의 공교육이 제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공교육이 제자리에 있으면 사교육이나 사설교육기관이 지금처럼 왕성하게 활동할 리가 없다.

정부에서는 해마다 대학의 입시제도를 수정하면서 그 이유를 사교육을 없애기 위해서라고 공언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대학입학 제도가 전년도와 동일하게 유지된 경우가 바뀐 경우보다 월등하게 적다. 교육이 百年之大計라고 말하지만 매년 제도를 바꾸니 실은 一年之小計도 되지 못한다. 금년에도 대학입학 수학능력 시험(이하 수능)을 절대평가로 하느니 상대평가로 하느니 하면서 한동안 논란을 일으켰다. 내년으로 결정을 미루긴 했지만 말이다.

방과후 학습이니 뭐니 하는 것도 사교육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공교육 기관에서 사교육을 하는 것이 아닌가? 수능을 교육방송과 연계시킨다고 하는 것도 공교육 기관에서 하는 사교육을 조장하는 것이 아닌가? 말로는 사교육을 없앤다고 하면서 공교육 기관에서 앞장서서 사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니 이야말로 공교육을 흔드는 것이 아닌가? 공교육 기관에서 이와 같은 사교육을 조장하지 않으면 사교육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여겨진다.

사교육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의 신입생 선발 방법을 학교 자율에 완전히 맡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마다 중점을 두는 교육목표가 다르니 신입생 선발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수험생의 소질과 능력이 다양하니 대학에서는 이에 맞추어 다양한 방법을 개발하게 된다. 그 방법을 통제하려 하니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 나타난 부작용 중의 하나는 수많은 전형방법으로 인한 수험생의 혼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전형방법을 대학 자율에 완전히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이 경우 당분간 더욱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정부에서 간섭하지만 않으면 혼란은 금방 가라앉을 것이다.

대학 나름대로 자체의 기준에 따라 원하는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을 것이고, 학생은 학생 나름대로 자신이 목표하는 대학의 기준에 맞추어 장기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공교육은 제자리를 잡아 굳건히 뿌리를 내릴 것이고 사교육은 발붙일 자리가 없을 것이다. 사실 현재 우리나라 초중고교의 학생들은 인간이 아니라 공부하는 기계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을 기계가 아니라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학 입학시험의 틀을 바꿔야 한다. 그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이 전형방법을 대학 자율에 완전히 맡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희섭 논설위원/전주대·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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