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부터 몰입 …‘진화 메카니즘’ 규명 성과
2004년부터 몰입 …‘진화 메카니즘’ 규명 성과
  • 최성희 기자
  • 승인 2017.09.18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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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을만나다_‘예쁜꼬마선충’으로 다윈의 연구를 잇는 이준호 서울대 교수

교수에게 연구실은 어떤 곳인가. 지적 모색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곳, 강의의 고민이 곳곳에 냄새를 남기는 곳이다. 그런 연구실을 만난다는 것은, 한 연구자 개인의 내면까지 엿보는 행위임에 틀림없다. <교수신문>은 연구자로서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가, 이들의 학문 연구 과정을 들여다보는 ‘연구실을 만나다’를 새롭게 마련했다. 과학자에서 예술가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연구 성과를 내고 있는 연구자들의 연구실을 통해 학문에 대한 이들의 다양한 생각과 통찰력을 담아본다.

 
‘꼬마선충’을 영어로 하면, 'Worm'이다. 학명은 C.elegans(Caenorhabditis elegans), 말그대로 ‘예쁜꼬마선충’이다. 함께 해온지 어느덧 27여 년, 이준호 서울대 교수(생명과학)의 눈에는 이 1mm도 채 안 되는 이 선형동물이 예쁘기만 하다. 올해로 독립적 연구 생활 22년째인 이준호 교수의 서울대 연구실을 찾아 생물학과 꼬마선충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예쁜꼬마선충과의 인연


지난달 17일, 예쁜꼬마선충의 히치하이킹 전략인 닉테이션(nictation) 행동에 대한 새로운 메커니즘을 규명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The genetic basis of natural variation in a phoretic behavior」, <Nature Communications> 8). 이준호 교수 연구팀이 행동조절의 진화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돌연변이를 통해 발견해 낸 것.

이 교수 연구팀은 꼬마선충이 닉테이션 행동으로 새로운 서식지로 갈 수 있다는 ‘어떻게’에 대한 설명을 해냈다. 새로운 서식지로의 종의 확산을 위한 행동을 한다는 것을 규명해 의미부여를 한 거다. 영국 꼬마선충은 빈도가 하와이 꼬마선충에 비해 두 배 정도 빈도가 높다. 닉테이션을 많이 하는 꼬마선충의 자손들과 그렇지 않은 꼬마선충들의 유전자를 분석 비교해 실었다. 염기서열 하나가 차이를 만들었다.

그와 꼬마선충과의 인연은 꽤 오래됐다. 2004년에 콜로라도대에서 안식년을 보내던 중 다소 모험적인 주제인 꼬마선충 행동 연구를 골랐다. 예비 실험을 해보니 연구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귀국한 뒤 대학원생들을 한 명씩을 설득해 연구팀을 꾸려 연구를 시작했다. 결과를 내는데 2004년부터 무려 8년간의 시간이 걸렸다. 70년대에 고개를 흔드는 행동에 대해서 이미 관찰이 됐지만 그에 대해 어떠한 연구된 바는 없었다.

 

 

생물학의 매력, 개척해가는 과정 그 자체
 

하나의 사실을 알면 모르는 게 10개가 생긴다는 게 생물학의 매력이다. 365일 중 364일 고생하지만 그만큼 보람이 크다. 생물 연구 과정 자체에 보람을 느낀다. 생물학에 대한 흥미가 점점 커져 지금이 가장 흥미롭다. 80년도 입학을 했을 때, 89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을 때, 그리고, 95년 대학교수가 됐을 때 점점 더 생물학에 흥미가 커졌다. 생물학에 대한 흥미는 생애를 통틀어 지금이 가장 높다.

그는 생물학에서 중요한 건 동기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말한다. 분석방법을 찾기까지, 연구팀은 매일 차를 마시면서도 ‘어떻게 대장균 환경을 조성할지’에 대한 토론을 이어갔다. 실험방법을 개척해 나간 거다. 칫솔이나 실도 넣어봤다. 그러다 거즈를 잘라 줘봤더니 꼬마선충이 거즈면을 타고 올라오는 반응을 보였다. 거즈를 이용해 실험을 할 수 있겠다는 단서가 됐다. ‘마이크로 더트 칩’을 개발해 꼬마선충들이 그 위로 올라가 닉테이션 행동을 관찰할 수 있게 됐다.

생물학에 대한 흥미가 컸음에도 불구하고, 한 때는 해석방법을 몰라 좌절할 때도 있었다. ‘논문 한 편 내고 끝나자’고 적당히 타협할 생각도 했지만 ‘1년 만 더하자’고 서로 격려하며 실험에 열중했다. 그 시기를 버티고 나자 새로운 걸 발견하는 희열을 느꼈다. 힘든 시기를 넘고 나니 재밌는 결과가 나온 거다.

과학자의 사명: 증명하기

그는 200여년 전의 다윈을 부러워한다. 다윈은 관찰능력과 소통능력이 뛰어났으며, 연구자로서 환경도 좋았다. 이 교수가 보기에, 난초며 식충식물, 지렁이 등 다양한 관심사에 대한 다윈의 관찰능력은 세계사를 통틀어 대단하다. 그런 관찰능력이 다윈을 세기의 과학자로 만들었다는 생각을 엿볼 수 있다. 프란시스 크릭의 조부인 W.D.크릭에게 받은 편지로부터 발전한 마지막 논문이 <Nature>에 실리기도 했다. 그는 직업을 가져본 것도 없고, 건강이 안 좋으면 휴양도 가고 책을 구하기도 어렵지 않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풍족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 교수는 지금 어느 학자도 그 시절의 다윈처럼 좋은 환경에 있지 않다고 본다. 일종의 역설이다. 그래도 이 교수 생각에는 다윈이, 과학자의 자유 의지가 존중받던 그 좋은 환경에서도 유전현상과 관련, 변이에 대한 규명을 멈췄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아쉽다.

“기초과학 연구는 힘들다. 실험적으로 연구가 힘들기 때문이다. 상상을 하고 사고는 할 수 있으나 증명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하는 이 교수는 ‘왜?’라는 질문의 힘을 믿는 연구자다.  그렇지만 ‘왜?’ 그런가를 증명하기란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다. 그에게도 ‘왜’라는 행동의 원인을 찾기까지 오랜 실험과정이 필요했다. 연구 지속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다음과 같은 당부는 크게 공감이 간다. “과학자는 몇 년의 시간이 걸린다 해도 객관적인 실험을 통해 정직하게 연구를 해야 한다. 사실 과거에 비해 연구 분야에 대한 로망과 안정성이 떨어졌다. 열심히 해도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없을 거 같은 생각이 원인이다. 유능한 연구자들이 좋은 데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좋겠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예쁜꼬마선충을 충실히 연구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두 가지 큰 질문에 매달려 있다. 하나는 신경계가 완전히 재구성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가정에서 시작해서 발생 단계에서 신경계가 어떻게 유연하게 변화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염색체의 말단부분 텔로미어(telomere)에 관한 연구도 중요한 연구주제다. 사람의 암세포 꼬마선충을 재현해 사람에게도 적용 가능한지에 대한 연구인데, 지금 하고 있는 연구를 정년까지 완성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최성희 기자 is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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