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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수준
신뢰수준
  • 김향기 편집위원·성신여대
  • 승인 2003.01.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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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신뢰가 없으면 아무 것도 안된다고 했다[民無信不立]. 신뢰는 개인과 개인 사이뿐만 아니라 개인과 단체, 개인과 국가 사이를 잇는 든든한 끈이라고 할 수 있으며, 신뢰 없이는 개인과 가정과 국가가 바로 설 수 없다. 따라서 신뢰는 사회통합의 원동력이 된다. 아마도 인간은 완전히 믿고 살기를 원하며 애증과 흑백을 정확하게 가리고 싶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우리 상호간의 신뢰가 허물어지는 이유는 약속과 원칙이 쉽게 깨지고 정정당당하게 정도를 걷기보다는 거짓과 술수와 편법이 횡행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권위주의 그늘 아래서 부정과 비리, 모순의 혼탁한 정치질서 속에 민주화의 역량을 꾸준히 키워왔고, 그 결과 외면적인 민주화의 수준도 이제는 상당히 올라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과거의 모순이 상당한 부분 잔존해 있으면서 은폐돼 있거나 외피만 번지르르 하게 포장돼 있다. 집권초기에는 개혁을 운운하다가 口頭禪에 그치고 얼마 후 스스로 부패구조에 함몰돼 동참하는 광범한 도덕적 해이상태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거듭하는 것도 볼 수 있다.
은폐된 모순이 치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제경쟁력이니 효율성이니 하는 새로운 수단적 목표가 강조되면서 계속 음성적인 상태로 존속해 가고 있는 것이다. 근본을 잃지 않는 확고부동한 신념과 대의명분으로 正道를 밟기보다는 위선과 기만과 순간순간 시장 경제적·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른 계산과 편법의 철새들이 횡행하는 가운데 어떻게 신뢰수준을 높일 수 있겠는가.
‘군자는 행동이 의에 어긋나지 않는가를 생각하고 소인은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는 말은 단순히 현시대에 맞지 않는 흘러간 고전으로 치부해야 하는가. 그러나 이러한 모순이 치료되지 않고는 효율도 경쟁력도 생길 수는 없다고 본다. 사회의 신뢰수준여하에 의해 그 공동체의 경쟁력과 발전가능성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신뢰수준의 문제는 자기 자신의 평가로부터 출발해야 하는 면도 있다. 인간은 자신의 가치기준과 거울로 타인을 평가하고 비춰 보는 경향이 있어서다. 따라서 다수의 타인의 거울로서, 감정과 사심을 비운 양심적 기초에서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비춰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뢰수준을 약화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은 기존 제도를 자주 바꾸는 데도 있다. 특히 입시제도 등 교육정책의 빈번한 변경은 혼란과 시행착오를 거듭하게 되면서 정부의 정책을 불신하는 요인이 된다. 이번 선거과정에서도 많은 공약이 있었고, 집권 후 그것을 이행하려는 노력이 있을 것이다.
선거가 지역감정을 일으킨다고 민주주의를 버리는 어리석음이 아니라 그 모순을 개선하고 수정해 나가는 계속적인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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