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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제국주의 정당화한 로크와 밀 … 세계시민‘에밀’의 가능성 타진한 루소
영국 제국주의 정당화한 로크와 밀 … 세계시민‘에밀’의 가능성 타진한 루소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7.09.12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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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안과 밖‘패러다임의 지속과 갱신’_ 제22강~23강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의 2017년 강연‘패러다임의 지속과 갱신’이강연3섹션‘정치/경제’영역으로이동했다.‘ 정치/경제’강연들에서는 시대의 사상, 인식 체계의 틀을 깨고 정치·경제의 발전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변해 왔는지 살펴 볼 예정이다.
‘패러다임의 지속과 갱신’강연은 34강에 걸쳐 새로운 시대로 도약을 가능케 한 역사적 인물 혹은 작품을 선정해 혁신적 사유를 조명해보는‘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의 네 번째 강연 시리즈다.
강연 3섹션‘정치/경제’포문을 연 두 강연, 제22강「로크와 밀, 민주주의와 자유주의」(강정인·서강대), 제23강「루소, 국제 정치와 평화」(김용민·한국외대)의 일부를 지면에 요약, 발췌했다.

자료제공 = 네이버문화재단
정리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22강.「 로크와밀, 민주주의와자유주의」(강정인·서강대)

크와 마찬가지로 밀 역시『자유론』과『대의정부론』에서 영국의 제국주의를 정당화했다. 로크의 경우에는 광활한 땅에 인구밀도가 희박한 북아메리카라는 신대륙에서 인디언을 몰아내고 빈(?) 공간을 채우는 식민주의를 정당화할 필요가 있었다. 그는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경작과 울타리 치기 등 오직 농업 노동에 의해서만 발생한다는 논변을 전개함으로써 영국계이주민의 토지 침탈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밀의 시대에 영국의 식민주의는 이제 인구밀도가 높은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정복해야 했기에 새로운 철학적 정당화를 필요로 했는데, 동인도회사의 관리로서 근무를 했던 밀은 이 철학적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밀 역시 근대 유럽의 선배 사상가들과 마찬가지로 인간 사회를 두 가지로 구분한다. 문명화된 유럽 사회는‘자유의 원리’가 지배하고, ‘자유롭고 평등한 토론을 통해 진보를 이룩’할 수 있다.

그러나 비유럽 사회는 모두 후진적이며, 유럽의 식민 통치를 통해서만 진보를 성취할 수 있다. 그는 인도, 중국 및 동양 전체가 처음에 출발은 좋았지만, 관습의 전횡이 극에 달해‘자유, 진보, 개선의 정신 같은 것’을 가로막아왔고 이로 인해 오랫동안‘역사’가 없이 정체 상태에 놓여 있었고, 스스로 문명 상태로 나아갈 전망이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제국주의 정당화한 밀 논변의 정수『자유론』

그 결과 후진적 사회는 유럽 문명이 도달한 대의정부를 통해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더 우월한 민족이나 발전된 사회 상태에 속하는 외국인들의 지배를 필요로 한다. 그들은 외국 정부의 지배를 통해서만 자신들의 힘으로는 타개할 수 없는 고질적인 장애물을 극복하고 여러 단계의 과제를 압축적으로 이행(履行)함으로써 문명상태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진적인 민족이나 국가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제국주의를 정당화하는 밀의 논변은『자유론』에서 개인의 자유를 옹호하는 밀의 주장과 전반적으로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앞에서도 논한 것처럼 먼저 개인의 자유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면, 밀은 개인의 행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으로‘자기 보호(selfprotection)를 위해 필요한 때’,‘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때’를 든다.

‘빈 땅’정복하기에서‘문명화’의 사명으로

따라서 선의의 간섭이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러한 자유의 원리는 모든 사람에게 당연히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the maturity of their faculties)’에게만 적용된다. 따라서‘아직 다른 사람의 보호를 받아야 할 처지’에 있는 어린아이나 미성년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미성년자와 마찬가지로 장기적으로 정체 상태에 놓여 있는 후진적인 상태의 사회 역시 선의의 간섭이나 개입을 배제하는 자유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한 사회에서는 미성년자에게 성인인 부모가 하는 것처럼 문명 상태에 도달한 외국 정부에 의한 선의의 제정치(despotism)가 정당한 통치 기술이 된다.

따라서 밀의 주장에 따르면, 공동체의 차원에서 타국의 개입을 배제하는 영토적 불가침성과 자결권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는 문명이 발전한 유럽 국가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 후진적인 사회는 그러한 권리를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아버지처럼 권력을 행사하는 전제정치나 귀족정치, 특히 생시몽식 사회주의를 닮은 체제’가 필요하다. (어린애의 걸음마를 익힐 때 부모가 사용하는) 보호용 목줄이 끄는 정부라고 부를 수 있을 이 체제는 그런 민족들을 다음 단계의 사회적 진보로 가장 빨리 끌어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것 같다.

결론적으로 후진적인 비유럽 사회는 유럽 국가가 파견한 식민지 관료에 의한‘선의의 그러나 강력한 전제정치’로 통치되는 것이 문명 상태에 이르는 (그들의) 장기적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논변으로 밀은 영국의 인도 식민지 통치를 정당화한다. 다시 말해, 19세기 서구 제국주의가 내세운‘문명화의 사명’을 통해 밀은 영국의 제국주의를 정당화했다.
 

23강.「 루소, 국제정치와평화」(김용민·한국외대)

밀처럼 교육받은 사람이 군주가 되거나, 아니면 군주를 포함한 모든 시민이 에밀과 같다면, 국제정치의 현실에서 각 국가 간에 존재하는 죄수의 딜레마는 보장 게임으로 전환될 수 있게 된다. 군주를 교육시켜 지혜를 갖추게 만드는 방법은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면, 시민교육을 통해 에밀과 같은 시민들을 양성한다는 것은 장기간을 요구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에밀과 같은 시민으로 구성되고, 이러한 시민들 가운데 지도자가 선출되는 정치제도를 갖춘 국가는‘공화국’이라 할 수 있다. 만약 모든 국가가 공화주의적 정치제도를 갖게 된다면, 평화를 확보하기 위해 국가연합을 수립하는 것은 별로 큰 어려움에 봉착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서의 문제는 만약 한 국가라도 공화주의적 정치제도를 갖지 않을 경우, 각 국가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사회계약론』에서 설명되고 있는, 대외관계의 부담에서 벗어난‘고립된 공화국’의 경우, 정부의 완성은 일반의지에 따라 법을 제정할 때 이루어진다. 이때 일반의지는 시민의 시야가 국가라는 경계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인류 전체의 행복을 고려해야 할 필연성이 없으며, 인류애와 직접적으로 연관될 필요성이 없다. 그러므로 고립된 공화국의 경우 사회계약을 통해‘너무 많은 혹은 너무 적은’질서를 확보했는지의 여부에서 기인하는 혼합 상태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폴란드 정부론』과『에밀』의 차이점

그러나 하나의 공화국이 주변의 국가들에 의하여 그 독립을 위협 받는 위치에 처하게 됐을 때, 이 공화국은 독립의 유지를 위하여 일반의지의 강화를 통해 공화주의적 질서를 더욱더 강력하게 확립해야 필요가 생기게 된다.

『폴란드 정부론』에서 제시된 폴란드의 시민교육은 공화주의적 질서를 강화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하는데, 이러한 정치 질서의 강화가 초래하는 위험은 한편으로는 독재의 위험성이 커지면서, 공화국이라는 가치를 숭상하는 시민의 자기편애가 커진다는 점이다. 자기편애가 확대된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애국심이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자기편애와 애국심으로 충만한 공화국은 모순적이게도 국가를 혼합 상태에 처하게 만들면서 전쟁의 위험성과 전쟁의 잔혹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폴란드의 시민교육이‘폐쇄적 애국심’에 기반을 둔 애국적 시민의 양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 에밀』에서 추구하고 있는 교육은 ‘개방적 애국심’에 기반을 둔 인간주의적 시민의 양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루스벨트는 이 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에밀의 교육은 시민정신을 부인하지 않지만, 그가 지닌 시민정신은 애국적이라기보다는 인류애적이다. 폴란드의 청년들은 폴란드의 시민이 될 수 있을 뿐이지만, 에밀은 궁극적으로 세계의 시민처럼 느끼고 행동할 수 있을 것이다(Roosevelt 1990, 165).”

『사회계약론』에서 제시된 고립된 공화국에서는 정치 질서가 너무 많은 혹은 너무 적게 확보되었는가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폴란드 정부론』에서 제시된 폴란드 공화국에서는 너무 많은 정치 질서가 확보됨으로 해서 타국과의 전쟁에 돌입할 위험성이 증대된다. 공화국이 아닌 군주국인 경우 이런 전쟁의 위험성은 공화국의 경우보다 물론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오직 에밀 같은 시민들로 구성된 공화국들이 존재할 때, 이들 공화국들은 혼합 상태에서 벗어나 국가연합의 수립을 통하여 평화를 확보할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듯 생-피에르 신부의 영구평화안을 정리하고 비판하면서 영감을 얻은 루소의 평화구상안은 칸트가『영구평화론』을 저술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칸트는 루소가 제시한 국가연합이라는 지역적인 평화 해결책을 뛰어넘어, 국제 평화를 위해 모든 국가가 참여하여‘국제연맹’을 결성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주창했다.

교육 통한 평화 정신의 함양

루소는 우리가 불행의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 해결책은 다름 아닌 에밀과 같은 세계시민을 형성할 수 있는 교육이다. 한 국가의 경계 내에서 작용하는 일반의지는 그 시민에게 너무 많거나 혹은 너무 적은 질서를 요구할 수 있다. 일반의지가 지닌 이러한 문제는 교육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

에밀과 같은 시민으로 구성된 공화국에 있어서 혼합 상태의 문제는 많이 완화되며, 모든 국가가 공화국의 형태를 취할 때 혼합 상태의 문제는 완전히 해소될 수 있다. 공화국들 간의 국가연합의 수립이라는 루소의 이상은 실천에 옮겨지기가 물론 쉽지 않다. 그러나 교육을 통해 자기편애를 극복할 수 있다는 루소의 신념은 우리로 하여금 평화에 대해 적잖은 희망을 갖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국제정치사상에 있어 루소의 가장 큰 공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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