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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들의 희생, ‘보람’으로 바꾸겠다 … 민주대학·공영형 사립대학 추진하겠다”
“구성원들의 희생, ‘보람’으로 바꾸겠다 … 민주대학·공영형 사립대학 추진하겠다”
  • 한태임 기자
  • 승인 2017.09.12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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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대 임시이사회 이사장 맡은 고철환 서울대 명예교수

상지대는 구재단 복귀 후 계속된 학내 갈등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정부의 대학평가에서도 ‘빨간불’ 경고를 받던 상지대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지난 8월 4일, 대법원 판결에 근거, 상지학원 정이사 체제를 대신해 임기 1년의 관선 ‘임시이사’ 8명을 파견했다. 이어 14일 신임 이사장에 고철환 서울대 명예교수(해양학)가 선임됐다. 이후 상지대는 빠른 속도로 ‘대학다운 대학’ 만들기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고철환 이사장은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상임공동의장을 지냈으며,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해양정책 분야 세계 최고 국제학술지로 평가받는 <Ocean & Coastal Management>(Vol.102PB, <해양-연안관리>)에 ‘한국갯벌 특별호’가 꾸려지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그런 고철환 이사장에게 대학 안팎에서 기대가 쏠리고 있다. 그가 ‘상지대 정상화’의 역사적인 단추를 어떻게 꿸지, 서울 강남구 대청역 주변에 위치한 고 이사장의 개인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일시: 2017년 9월 6일 오전 11시
•대담: 최익현 편집국장
•사진·정리: 한태임 기자 hantaeim@kyosu.net

 

△상지학원 이사장 직책을 맡아 정대화 총장대행과 함께 새 출발을 하시게 됐다. 새 출발의 소감이 궁금하다.
“교육부에서 상지법인 임시이사에 대한 의사를 물어봤을 때, 상지대의 동료교수님, 직원 노조 선생님, 학생 등 인생을 바쳐 투쟁했던 분들이 생각났다. 어쩌다가 상지대를 직장으로 택했는데 평생을 비리재단과 싸울 수밖에 없었던, 그래서 인생을 송두리째 바쳐야만 했던 분들의 눈물겨운 희생이 마음에 무겁게 다가왔다. 최소한 이사 역할이라도 감당해야 그 분들께 미안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이사장 선임은, 상지대 구성원들이 그간 학교를 살리기 위해 바친 숙명적 희생을 ‘보람’으로 바꿔야 한다는 각오로 받아들였다.”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1년 시한의 임시 관선이사로서 상지학원 이사회는 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임시이사에게 주어진 임무는 ‘정상화’다. 정상화 성취 여부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가 판단한다. 이때의 ‘정상화’란, 임시이사 대신 정식이사를 선임해서 재단으로 보낼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여기에도 약간 모순이 있다.
상지대의 경우에는 정식이사가 활동할 때 오히려 학교가 침체되고 비리로 연결되곤 했다. 2010~2016년 정식이사 체제 당시 ‘대학구조개혁평가’에 실패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보통 사분위의 정식이사 선임은 종전이사 과반수라는 ‘정상화 심의원칙’에 따르는데, 정상화를 했다지만 결국 구재단에 권력을 넘기고 그 권력이 다시 부패권력이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곤 했다. 정상화가 다시 비정상이 되는 것이다.
일단은 1년 동안은 구성원 화합과 시스템 정비에 힘쓰고 싶다. 교수님들은 교육과 연구라는 본래의 업무로 돌아가고, 직원 선생님들은 공정한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하며, 학생들은 평화롭게 교육을 받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가능하면 1년 임기 내에 훌륭한 총장님을 모셔와, 그 분이 법인과 산하기관을 지역사회와 국가에 공헌하는 조직체로 만들기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구재단 김문기 씨 문제가 남아 있다. 구재단은 이제 완전히 극복됐다고 볼 수 있나. 이사장님과 정 총장대행 체제가 출범했지만, 아직 학교 안팎, 지역사회 등 넘어야할 과제가 많은 것 같다.
“구재단의 상황은 ‘법적’으로 종료됐다. 이는 상지대 교수협의회, 직원노조, 총학 등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의 활동과 법률 소송이 맞물려서 만들어 낸 결과다.
이명박 정부 당시 2010년에 사분위 정이사 체제로 김문기 씨 측근들이 이사로 복귀했고, 2014년 8월에는 급기야 김문기 씨가 총장으로 복귀했으나, 그는 교육부의 감사결과 해임처분 조치 요구로 2015년 7월에 해임됐다. 물론 그 해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중요한 것은 2016년 10월에 ‘2010년의 사분위의 정이사 선임을 취소’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는 점이다.
김문기 씨를 총장으로 선임했던 이사들이 법적으로 ‘취소’된 이사였기 때문에, 김문기 총장의 복귀는 법적 효력이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임시이사회는, 지난달 11일 첫 이사회에서 2014년 김문기 씨를 총장으로 선임했던 이사회 의결을 취소했다. 따라서 김문기 총장 해임과 관련된 민사·행정소송이 진행되고 있지만, 의미가 없어졌다고 할 수 있다.
만일 2017년 현재의 임시이사 체제가 정이사 체제로 ‘정상화’되면, 사분위가 김문기 씨 측근을 다시 정이사로 선임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김문기 씨 문제는 법적으로 극복됐다고 보며, 이를 상지대 구성원들이 얻어낸 것이라고 하겠다. 지난달 31일에는 본부 앞에 설치된 비상대책위의 투쟁 텐트를 철거하고 그간의 고통을 털어버리는 행사를 가졌다.”

△상지대 정상화를 위해 가장 선결돼야할 과제는 무엇인가.
“우선 상지학원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산하기관 및 구성원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상지학원 모든 산하기관이 민주적이고 자주적인 기구로 발돋움하게 하는 것이다. 구성원 각자가 본연의 임무에만 집중해도 전체 기구가 잘 돌아가는 구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수님들, 직원 선생님들, 학생 모두가 자기 할 일로 돌아가 평화롭게 각자의 인생을 채울 수 있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선결과제를 굳이 꼽는다면,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 과제가 당장 코앞에 있고, 구재단 극복 과정에서 어쩔 수 없었던 구성원간의 반목을 치유하는 일, 어려운 재정을 극복하는 일 등을 들 수 있겠다. 신입생 입학률, 재학생 등록률 모두가 이들 요소와 연결돼 있어서 ‘선순환 종합체’로 어떻게 되돌릴지가 관건이다. 그 동력은 구성원이 동의할 수 있는 의사결정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민주적 운영을 주안점으로 놓은 것이다. 구성원들의 동의하에 ‘민주대학’을 목표로 놓고 싶다.”

△그간 상지대는 외부에서 좋은 분을 총장으로 모시는 경향이 있었다. 새로운 총장선출 방법과 공영형 사립대학 추진 등, 복안이 궁금하다.
“상지대는 ‘총장 추대제’라는 좋은 전통을 갖고 있었다. 구성원이 총장을 추대하는 형식으로 모셔오던 관습인데, 이쪽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영형 사립대’는 이미 이슈로 던져놓고, 학내 구성원의 열띤 토론을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가 ‘공영형 사립대학’을 제시했고, 정부 출범 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도 2019년 출발을 공식화했고, 교육부가 추진 계획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시민대학, 공영대학으로의 탈바꿈을 모색했던 상지대로서는 좋은 기회이자 발전의 기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대학 구성원들과의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공영형 사립대학’의 첫 주자로 선택될 가능성을 열어보자는 생각이다.”

△상지대는 이번 1주기 대학평가 이행점검에서 낮은 평가결과를 받아 고민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사장께서도 고민이 깊으실 것 같다.
“현재 임시이사진의 노력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다. 2015년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에 따라 2016, 2017년 매년 이행점검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번 2017년 8월에 선임된 임시이사는 이런 평가 구조에 던져져 바퀴를 굴려야 하는 상황이다. 과거에 만들어진 결과를 이번에 선임된 임시이사가 맡게 됐다.
물론, 이행점검을 저버릴 수는 없다. 그러나 과거와 현재를 분리해서 생각하면 어떨까 싶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식으로 말이다. 과거를 기준으로 한 이행점검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래를 기준으로 이행점검을 한다면 자신이 있다. 2017년 8월 이후의 활동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면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2016년 10월에 ‘2010년의 사분위의 정이사 선임을 취소’하라는 대법원 판결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상지학원은 이 판결로 2010년 사분위에 의해 선임된 이사 전원이 취소되는 결과를 얻었다. 다시 말하면 상지학원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이사 부존재 상태가 된 것이다. 상지대는 이사 부존재라고 할 수 있는 이 기간 동안 황폐화됐고,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준비할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2017년 이행점검은 ‘사정변경의 원칙’에 근거해 재정지원 제한 집행을 유예해 줘야 한다고 보고 있다.” (편집자주: 1주기 대학평가의 2차년도 이행점검 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상지대는 대법원 확정판결 문제가 걸려 있어 따로 ‘추가 심사’를 받았다.)

△이사장님과 총장대행 체제, 그리고 새로운 총장 선임 이후, 상지대가 빠르게 ‘민주대학’으로 자리잡아가길 기대한다. 새삼 한국사회에서 ‘대학의 역할’이 무엇인지 묻게 되는데, 상지대가 새로운 모델상을 제시했으면 좋겠다.
“‘대학’은 국가의 교육체제에서 마지막 부분을 담당한다. 즉, 사회로 진출하는 마지막 단계를 담당하는 것이다. 원래 교육은 마지막 단계까지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 아이를 낳고 기르고 사회인으로 만드는 것이 개인의 의무만은 아닐 것이다. 교육받은 개인은 국민의 한사람으로 살아가지만, 그가 하는 일은 결국 국가에 공헌하는 일이 된다. 국가의 인적자원, 사회재산으로서의 개인이라고 보는 것이다.
훌륭한 자산으로서의 개인은 당연히 전문지식을 갖추고,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을 가지며, 협동하는 개인이어야 한다. 바로 이런 전문가, 민주시민, 협동하는 개인을 육성하는 단계의 마지막 부분에 대학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의 역할은 이런 점에서 지대하다고 하겠다. 상지법인은 대학, 전문대학, 고등학교를 산하기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지역사회와 국가에 공헌하는 훌륭한 시민이자 국민이 되는 개인을 육성하는 대학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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