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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과 미사일, 발상전환이 필요하다
북핵과 미사일, 발상전환이 필요하다
  • 정용길 논설위원/충남대·경영학부
  • 승인 2017.09.11 16: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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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정용길 논설위원/충남대·경영학부
▲ 정용길 논설위원

북한의 핵무기가 고도화되고 ICBM 개발이 최종단계에 이르자 한반도 정세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최근에 이뤄진 6차 핵실험을 통해 북한이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하고 이를 ICBM에 탑재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미국은 군사적 수단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반대하고 고강도 제재를 가하고 있음에도 북한은 마이웨이를 고집하고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예측불가능한 리더십을 보이는 것을 생각해 보면 한반도에 또 다시 전쟁의 참화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과 우려가 들고 있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전쟁이 발발하는 경우에 남과 북은 공멸할 것이기 때문이다. 형식적으로는 미국과 북한이 전쟁을 치루지만 실질적인 피해는 남한과 북한이 온전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떠한 방법으로 북핵문제를 풀어야 할까. 이를 위해서 먼저 북한이 그토록 집요하게 핵을 보유하고자 하는 목적을 알고 인정해야 한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자 하는 이유는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북한정권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의 공산주의 체제의 몰락을 바라보면서, 후세인과 가다피가 미국에 의해 허망하게 추출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북한이 선택한 길은 핵 보유를 통해 스스로 국가와 정권의 안위를 지키는 것이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현재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국교정상화를 맺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핵과 미사일은 최소의 비용을 들여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었던 것이다.
  
과거에는 북한이 미국에게 커다란 위협이 되지 않았고, 또 북한의 존재가 미국의 동북아 정책과 국익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었다. 북의 위협으로부터 남한을 지키기 위해 한반도에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이유를 정당화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중국을 견제할 수 있었다. 또한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남한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구입하는 국가가 됐고, 이는 미국의 국방산업에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이제는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개발하고, 이것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게 되자 과거와는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즉 북핵과 미사일이 미국에게 실질적 위협이 된 것이고, 동북아 질서의 ‘게임 체인저’가 된 것이다. 만일 북한이 다른 국가나 테러 집단에게 핵무기 기술을 넘겨주는 경우에는 미국의 세계전략에 커다란 차질을 가져올 수 있게 됐다.

상황이 변화되면 접근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이제는 북한과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를 통해 북한을 세계 질서에 편입시키고 적정한 선에서 ‘관리’하는 것이 유리하게 됐다. 폐쇄적 경제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온갖 종류의 제재와 압박을 가했지만 그 결과는 실패했다는 경험을 돌이켜 보아야 한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힘은 의존성의 함수다. 미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미국에게 의존적 관계를 갖게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하고 접촉하는 것에 대해 ‘코리아 패싱’ 운운하면서 이를 반대해온 냉전적 시각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북미관계가 정상화되면 남북관계도 풀리게 될 것이다. 그 동안 우리는 너무 많은 분단비용을 지불했다. 분단상황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이 땅에서 진정한 민주주의와 복지사회의 구현은 불가능하다. 북핵과 미사일이 한반도의 위기상황을 부추기고 있지만 이것이 오히려 한반도의 새로운 질서를 수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위기는 또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정용길 논설위원/충남대·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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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태 2017-09-16 22:43:56
이글을 읽고 경영학 전공자가 북핵 관련 사설을 쓴 것에 대해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외교안보 분야 전공자가 아닌 제가 마음편히 의견개진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몇 가지 반박의견을 개진코자 합니다.

먼저 저자의 논리를 따라가다보면 북한의 입장을 정말 잘 헤아리고 있는 반면
독립변수로서의 남한정부의 입장에 대한 고려는 찾아볼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자의 서술내용을 토대로 저의 견해를 간단히 제시해 보고자 합니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북미관계가 정상화되면 남북관계도 풀리게 될 것이다."

---> 저자는 평화를 마치 최고의 국가선으로 인식하는 듯 한데 저는 평화의 유지 자체가 국가의 목적이 아니라 자유와 독립적 생존권과 같은 국가공동체의 가치 수호가 보다 상위의 가치이며 이를 위해선 때론 방어전쟁도 불사할 각오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굴종에 따른 평화란 어떻게 보면 노예상태와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전쟁을 막기위해서라도 무조건 전쟁을 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전쟁도 불사할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폐쇄적 경제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온갖 종류의 제재와 압박을 가했지만 그 결과는 실패했다는 경험을 돌이켜 보아야 한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힘은 의존성의 함수다. 미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미국에게 의존적 관계를 갖게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 이미 햇볕정책의 입안자들이 과거 앵무새처럼 되뇌이던 구절로 전혀 인과적 타당성이 없음을 현실에서 체험한 바 있습니다.

"이제는 북한과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를 통해 북한을 세계 질서에 편입시키고 적정한 선에서 ‘관리’하는 것이 유리하게 됐다."

---> 이런 입장은 일찌기 일제의 폭정에 맞서 자신의 알량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타협을 선택했던 친일파들의 논리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일제의 폭정에 맞서 타협하는 것은 친일파이고, 북한의 왕조체제 유지를 위한 핵 시위와 폭정에 맞서 타협하는 것은 평화주의자입니까?
군부독재에 목숨바쳐 싸운 이들을 민주열사로 경배하는 한국의 지식인 사회의 일부가
북한 왕조 독재에 맞서 싸우는 것을 영예롭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참으로 이해하기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