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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논란 : 한반도, 지진 안전지역인가
과학논란 : 한반도, 지진 안전지역인가
  • 윤순옥 (경희대·지질학)
  • 승인 2003.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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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한반도는 구조적으로 안정된 지역으로 알려져, 단층운동이나 지진에 관한 관심이 대단히 적었으며, 격렬한 지반운동은 거의 없는 것으로 생각됐다.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진활동들은 우리나라가 안정지괴라는 생각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역사시대에도 우리나라에는 지진이 드물지 않게 발생했으며, 그 사실은 많은 문헌에 기록돼 있다.
한반도의 지진은 1978년부터 2000년까지 23년간 총 4백69회 발생해 연평균 약 20회의 빈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 중 규모 3.0 이상의 지진은 연평균 약 9회며, 실재 유감지진으로 보고된 것은 1백50회로서 연평균 약 7회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발생한 최대규모 지진은 1980년 의주에서 발생한 규모 5.3의 지진이며, 최대 진도 지진은 1978년 홍성에서 발생한 진도 5의 지진으로 건물파손 등의 피해가 있었다. 올해만도 45차례 지진이 기록됐으며 그 빈도도 잦아지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과연 지역적으로 뿐 아니라 시기적인 주기성이 있는가에 관심을 갖게 된다.

판내부 지진활동, 이론 정립돼 있지 않아
한반도 내에서 발생하는 지진들은 판구조론의 견지에서 볼 때, 우리나라가 유라시아판의 내부에 위치하므로, 캘리포니아나 일본 등지의 판경계 지진활동이 아니고 중국 내부의 경우와 같이 판내부 지진활동의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역사시대에 우리나라에 지진이 드물지 않게 발생했으며, 그 사실은 많은 문헌에 기록돼 있다. 즉 대륙의 안정육괴에 속해있어 지질의 형성연대가 오래됐고 안정돼 있으므로, 활단층이나 지진의 정도가 미약하며 시기적으로도 불규칙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판내부 지진활동은 판경계 지진활동에 비해 시공간적으로 매우 불규칙한 특성을 가지며, 엄밀한 의미에서 판구조론적 접근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현재까지도 판내부 지진활동에 대한 만족할 만한 통일된 이론은 정립돼 있지 않다. 바로 이 점이 한반도의 지진활동을 이해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이다.
지진은 지하의 단층운동으로 발생하는데 지하에서 대지진을 일으키는 급격한 단층변위가 생기면 단층면 주변에서는 암석에 가해지는 힘(응력)의 상태가 급변하게 된다. 이것을 조절하기 위해 본진을 일으킨 지하의 단층(진원단층)의 단열을 따라 다수의 작은 지진 즉 여진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고베지진으로 알려진 1995년 효고현 남부지진은 진도 7.2의 대규모지진으로 여진의 집중지역이었는데, 이는 그 아래의 활단층이 활동했기 때문이다. 활단층이란 이름 그대로 최근의 지질시기인 제4기(200만년 BP)에도 빈번하게 발생했으며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단층을 의미한다. 학계에 잘 알려진 우리나라의 활단층은 남동부지역으로 경주에서 울산 사이의 울산단층선과 경북 영해에서 경주를 거쳐 김해에 이르는 양산단층선이다. 실재로 울산단층선 상에 위치한 불국사는 내진설계 공법인 그랭이법이 적용돼 옛 선인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축조된 예리함이 느껴진다.

조선왕조실록의 지진 기록들
계기지진관측을 시작한 1905년을 기점으로, 이전을 역사지진시대, 이후를 계기지진시대로 구분하는데, 역사시대의 지진활동이 공간적으로, 시간적으로 어떠한 규칙성이 있는지, 어떤 패턴을 형성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미흡하다. 조선시대 5백년 간의 한반도 전역에 걸친 지진자료를 지진이 미친 범위와 강도, 시간적, 공간적으로 분류하고, 현대에 측정된 지진기록을 보충해, 조선시대 지진의 시·공간적 분포특성을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통해 검토했다.
조선왕조실록은 과거 조선시대에 발생한 지진에 대해 날짜, 위치, 상황 등이 비교적 명확하게 기록돼 있다. 따라서, 조선시대(1392~1910)에 발생한 지진의 시간적, 공간적 발생 유형을 지진계를 사용해 측정한 근세의 지진기록과 연결해 봄으로써 지난 6백년 간 한반도 지진발생에 관한 일련의 경향성을 확인했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모든 지진기록을 지진의 범위와 규모별로 유형화하고 이를 다시 지역과 시기별로 나눴다. 예컨데 지진이 감지된 범위가 7군데라면 A급, 4~6개 고을이라면 B급, 3개 고을 이하는 C급으로 분류했다. 또한 인명피해, 물적피해가 보고된 지진은 a급, 문과 창문이 심하게 흔들릴 정도는 b급, 그 외엔 c급으로 분류했다. 이렇게 나눈 데이타를 컴퓨터프로그램화 시킨 결과, 지진은 오랫동안 활발하다가 급격히 줄어 잠복하는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조선시대 지진은 A급 41건, B급 51건, C급 3백49건으로 나타났다. 조선시대를 통틀어 넓은 지역에 큰 피해를 낸 Aa 급은 3건인데 비해 가벼운 Cc 급은 3백37건으로 76%를 차지했다. 한반도 지진은 대체로 좁은 지역에 작은 규모로 발생한 MMI 규모 4 이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시기별 지진빈도를 보면 1단계(1392~1535)의 1백40년 동안 조선시대 전체기록의 46%인 2백3차례의 지진이 기록됐으나, 2단계(1536~1665)의 1백30년 동안엔 단 44차례만 지진이 기록될 정도로 급격히 줄었다. 다시 3단계(1666~1765)엔 모두 189차례(43%)의 지진이 감지됐다가, 4단계(1766~1863)엔 단 5차례로 거의 지진이 없다시피 했다. 조선시대 이후의 지진기록도 같은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 1904년까지는 지진의 잠복기인 4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1905년 이후는 다시 지진이 급격히 잦아지는 5단계의 활성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한반도 지진발생은 시·공간적으로 일정한 패턴이 있었으며, 대략 100~150년을 주기로 하는 활성기와 잠복기를 반복했다. 1, 3, 5시기가 활성기, 2, 4시기가 잠복기가 된다. 약 190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5번째 활동기에 해당하므로 근자에 빈번한 지진발생 원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지역별로는 조선시대 지진은 경북(20.9%), 충남(13.1%), 경남(11.4%), 전북(10%) 등에서 활발했으며 영남지역이 전체의 32.3%를 차지해 요즘 활성단층 논란이 일고 있는 경상분지에서 지진활동이 활발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은 최근의 관측데이터와 비슷한 지역분포를 나타냈는데 이는 선조들의 지진관측기록이 상당히 상세하고도 정확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1905년 이후 5번째 활동기 맞아
최근까지 한반도는 구조적으로 안정된 지역으로 알려져, 단층운동이나 지진에 관한 관심이 대단히 적었으며, 격렬한 지반운동은 거의 없는 것으로 생각됐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년 사이에 지어진 고층건물을 제외하면, 지진에 대한 고려 없이 고층아파트 중심의 거주문화가 정착됐고, 건축설계에 있어서 지진에 대한 대비가 상당히 소홀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한반도의 지진 강도는 대체로 수정메르칼리 진도 4에 해당하는 미약한 정도이므로 위험한 수준으로 볼 수는 없지만 현재는 활성기에 속하므로 아무래도 안전에 대한 의식은 좀더 고취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반도와 같이 판내부지역은 그 강도와 주기가 불규칙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예외적으로 지진이 심하게 발생하는 경우가 세계 곳곳에서 드물지 않게 보고되고 있다. 또한 최근의 분석결과도 경상도지역이 가장 발생빈도가 높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학계에서 활단층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므로 국가차원의 지속적인 연구투자가 필요할 것이고, 토목분야에서는 경상도 일대 활단층선이 지나는 곳은 건축물설계 시 좀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윤순옥 / 경희대·지질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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