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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0호 새로나온 책
890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7.09.0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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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도서 목록

“현재의 대학 자율은 SKY로 대변되는 사회적 강자들만의 자유/자율이며, 이들이 누리는 자유로 인해 온 국민이 폭넓은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타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대학입시를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 대학자율화가 입시문제를 해소할 것이라는 기대가 잘못된 것임은 대학자율화정책의 여러 부작용들이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리고 대입자율화를 통해 대학의 특성화와 다양화를 촉진하려는 정책의 효과에 대한 기대 역시 대학을 서열화하고 타자의 자율을 침해하는 현행 입시제도의 해체 이후에 그나마 가능한 시나리오라 할 수 있다. 결국 어떤 대입제도 개선안도 ‘표준성취시험을 통한 입시제도’의 철폐를 기본 조건으로 한다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다.”
김영석 경상대 교수(일반사회교육과), 『한국의 교육: 모순의 근원과 대안』(경상대출판부, 2017.8) 중에서

 

냉전, 분단 그리고 도시화: 남북한 도시화 비교와 전망, 서울대 SSK동아시아도시연구단 기획, 장세훈 지음, 알트, 628쪽, 30,000원 

남북한 도시화를 냉전/분단의 틀에서 바라보는 저자의 이론적 입장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한국의 도시화 과정 추이를 ‘수위도시화’나 ‘병행성장론’ 등 외국 이론으로 설명하는 논의들을 살핀 뒤 저자는 “이론적으로 외국 현실을 근거로 만들어진 특정한 이론적 가정에 한국의 도시화 과정을 억지로 꿰맞추기도 어렵거니와 그래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연구는 한국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단기간 내에 도시화가 이뤄졌지만 그 안에 도시화의 여러 단계들이 중첩돼 있음에 주목해서, 역사적 변동 과정을 면밀히 분석해서 도시화의 시기별, 단계별 특수성을 밝히는 데 보다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남북한 도시에 중첩된 냉전의 그늘, 분단의 얼룩이야말로 한반도 도시화의 특수성과 역사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는 관점은 이러한 이론적 비판을 거쳐 탄생했다. 

대동민주 유학과 21세기 실학: 한국 민주주의론 재정립, 나종석 지음, 도서출판b, 1,055쪽, 40,000원
저자가 말하는 ‘대동민주 유학’은 잠정적 가설의 형태로나마 19세기 중반 이후 동서양 문명의 만남에서 형성된 한국 근현대사의 기본적 모습을 개념화하게 해주는 인식 방법론이다. 즉, 동아시아의 유교 전통 속에서 축적해온 유가적 대동세계의 이상이 서구 근대와의 충격적 만남 속에서 전통의 비판적 지속과 아울러 서구 근대의 해방성과 폭력성의 양가성에 능동적으로 대응해나가는 과정을 주도한 정신이었음에 주목하고 그 역사 형성적 힘을 학문적으로 성찰해보려는 인식 틀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오랜 세월 한국사회가 추구해온 바람직한 인간다운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나름의 규범적인 해석 틀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21세기 실학’으로 제안된 대동민주 유학을 통해서 민주주의를 새로운 방식으로 사유할 수 있는 가능성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문명과 전쟁, 아자 가트 지음, 오숙은·이재만 옮김, 교유서가, 1,064쪽, 53,000원
이 책은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문명과 전쟁이 어떻게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며 공진화해왔는지를 추적하고 설명한다. 저자는 인류 역사 속 폭력의 감소 추세를 논증하면서도 ‘평화의 승리’를 점치는 섣부른 환상을 경고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인류의 역사는 오히려 ‘폭력의 승리’, 강한 폭력이 약한 폭력을 제압하고 대체해온 과정이다. 평화는 그 부산물일 뿐이다. “사회 안에서 폭력적 죽음의 비율이 낮아진 것은 대개 폭력이 승리했기 때문이지 어떤 평화로운 합의 때문이 아니었다.” ‘문명과 전쟁의 共進化’라는 거대한 주제를 다루기 위해 저자는 자신의 본령인 군사학은 물론이고 진화론, 진화심리학, 동물행동학, 인류학, 고고학, 역사사회학, 정치학, 국제관계학 등 다양한 분과들을 연구했고, 저술에 무려 9년을 들였다. 기존의 수많은 연구와 주장을 논박하면서 새로운 관점을 풍부하게 제공한다. 

西間島 始終記: 우당 이회영의 아내 이은숙의 회고록, 이은숙 지음, 일조각, 35,000원
개화파 지식인의 외동딸로 태어난 이은숙은 명문가의 후손이자 선진적인 시각을 가진 개혁가 이회영과 결혼했다. 결혼한 지 2년이 되던 해 조선은 일본의 땅이 됐고, 그해 이은숙은 해외에서 독립운동의 터전을 가꾸겠다는 남편의 뜻에 따라 태어난 지 1년도 안 된 딸을 품에 안고 서간도, 즉 만주로 향했다. 엄청난 추위 속에 서간도에 정착하기까지의 몇 달은 매우 고생스러웠으나, 훗날 이은숙이 겪을 일들에 비하면 이는 서막에 불과했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를 주요 무대로 이은숙이 50여 년 동안 겪은 일을 기록한 수기로, 1966년에 탈고한 「서간도 시종기(西間島始終記)」 육필본을 보다 많은 독자들이 읽기 편하도록 주석을 붙이고, 다양한 자료를 곁들여 새롭게 편집한 주해본이다. 저자가 독립운동가의 가족으로 일제강점기를 살아내며 경험한 일과 느꼈던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 언어인간학: 인류는 소통했기에 살아남았다, 김성도 지음, 21세기북스, 360쪽, 18,000원
135억 년 전 빅뱅에서부터 오늘날 인공지능의 도래까지, 무엇이 이토록 광활한 역사를 가능하게 했는가. 인류의 종 중에서 유일하게 언어를 창조하고 ‘내일’이라는 보이는 것 이상의 의미를 발견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여정을 시작으로, 문자 이전에 이미지를 창조한 호모 그라피쿠스(Homo graphicus), 선사를 종결하고 역사를 시작한 호모 스크립토르(Homo scriptor), 말하는 인간 호모 로쿠엔스(Homo loquens), 현재도 진화 중인 호모 디지털리스(Homo digitalis)까지 인류의 진화를 언어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한다. ‘건명원’서 진행한 다섯 차례의 언어학 강의를 묶은 이번 책은 저자가 ‘인간’과 ‘언어’ 그리고 ‘문명’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한 것으로, 기존의 음성언어 중심의 언어학적 연구에서 탈피해 선사학, 인류학, 기호학 등을 총합한 초학제적 연구의 완성이다. 과거와 미래, 자연과 문명을 아우른 초월적 시선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 각계가 직면한 폐쇄성을 탈피하는 단초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삶의 인식에 관한 지평을 확장하도록 이끈다.

■ 정치학, 아리스토렐레스 지음, 김재홍 옮김, 도서출판 길, 792쪽, 40,000원
30여 년 넘게 서양고전철학을 전공하고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강상진·이창우와 공역), 『변증론』, 『소피스트적 논박』, 『관상학』을 번역해온 정암학당 김재홍 연구원이 10여 년에 걸쳐 번역한 완역본이다. 플라톤의 『국가』가 일찍부터 인류 역사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쳐왔던 데 반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은 많은 우여곡절 끝에서야 우리에게 고전적 지위를 부여받게 됐다. 그것은 바로 플라톤의 저작과 비교해 볼 때, 아리스토텔레스 저작의 전승과 원고의 보존 상태가 온전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방대한 주석과 해제를 통해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내지 정치철학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엄정하면서도 학술적인 연구의 이정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플라톤의 주저인 『국가』가 이미 번역돼 꾸준히 읽히고 있음을 염두에 둔다면, 이번에 전공자에 의해 희랍어 원전 번역으로 출간되는 『정치학』은 그동안 플라톤 정치철학과 쌍벽을 이뤘던 아리스토텔레스 정치철학을 통해 서양고대의 정치철학 전반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전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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