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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연구자’의 시행착오
‘독립연구자’의 시행착오
  • 이환휘 사스카츄완대 도시·지질 및 환경공학
  • 승인 2017.09.0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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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이환휘 사스카츄완대 도시·지질 및 환경공학

학위 과정을 밟는 이들이 대부분 듣게 되는 말이 있다. 박사학위를 받고 나면 ‘독립연구자’가 된다는 말이다. 필자도 학위를 받은 후 ‘독립’해 ‘연구’를 하려는 기대를 안고 대학원에서 공부를 했다. 하지만 처음과 달리 연구에 대한 열정이 줄어들고, 시간을 많이 쏟고 있는지에 대 한 의구심이 점점 커져갔다. 경험은 쌓여가고 머리만 커져가는 상황에서 받게 된 박사 학위는 나를 ‘독립연구자’로 성장시키기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다. 학위를 받은 무렵에는 이제 내가 원하는 연구를 깊이 있게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교만이었고,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객관적으로 하지 못했던 나만의 생각이었다. 그러는 중에 한국연구재단의 학문후속세대 양성사업 과제가 선정되면서 박사 후 국외연수로 캐나다에 오게 됐다. 연구자로서의 타문화 생활은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또 다른 난관이 됐다.

‘독립연구자’는 혼자서 스스로 모든 것을 연구해 결과를 내고 논문이나 특허 등으로 세상에 결과물을 발표하는 자만을 뜻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독립연구자’는 어떤 연구 목표, 주제 등이 정해지면 목표에 따른 결과물을 ‘독립적으로 수행해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자’가 더 범용적인 의미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학위를 받는다는 것은 단지 시작인 걸 알면서도, 마치 다 이룬 것처럼 안일한 태도가 될 때가 많았음을 돌아보게 됐다. 그래서 연구자로서의 학문의 깊이 및 박사학위 소지자로서의 자존심 등을 모두 내려놓고, 연구 배경부터 새롭게 공부하며 겸손한 태도와 성실함으로 연구에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연구과정에서는 타인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하며, 세계 연구의 흐름과 논문을 바라보는 시각차이 등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한국에서는 서론에 모든 것을 다 표현하지 않고, 진짜 주장하고자 하는 주제를 주로 뒤쪽에 배치한다. 문화의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캐나다에서는 서론에 연구의 중요성과 하고 싶은 주장을 바로 펼쳐 나간다. 캐나다에서 작성한 논문은 서론의 초두에서 연구의 중요성을 판가름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이는 문화적 차이를 넘어 논문의 ‘첫인상’을 심어주는 전략적 방식이 될 수 있다. 또한, 한국과 서양의 사고관 차이 및 비판적인 시선에 대해 좀 더 전략적으로 논문을 준비하고 연구 결과를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아직도 이런 부분에서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으며, 성장해가는 과정 중에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적응하는 것에 열정을 북돋아주면서도, 이제는 겸손과 성실함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 시대의 연구는 혼자서 수행하기보다 대부분 공동으로 진행하게 된다. 나와 다른 사람이 만나 학문분야가 서로 연합돼 학제 간 연구가 되고,  서로의 ‘독립연구자’를 존중하며 수행할 때 더 수준 높은 연구 및 질적 논문이 나올 수 있다.

필자도 생명과학분야에서 미생물학 및 환경생태공학을 전공했지만, 현재는 공과 대학 소속의 환경공학과에서 연구하고 있다. 환경공학에서 바라보는 시선과 미생물학의 시선에는 분명 차이가 있지만, 사이언스와 공학적 설계 및 실용성에서 오는 격차로부터 착안점을 마련할 수 있으며, 이 또한 독립연구자의 새로운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독립연구자’로서의 길은 끝이 없지만, 한 계단씩 올라서는 과정에서 더 수준 높은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오늘도 기대하며 하루를 보낸다.

 

 

 

이환휘  사스카츄완대 도시·지질 및 환경공학
고려대에서 생물재료공학전공으로 박사를 했다. 현재 사스카츄완대에서 유류오염분해 및 염분제거를 위한 생물학적 환경복원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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