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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개혁의 주체
대학 개혁의 주체
  • 남송우 논설위원/부경대·국문학
  • 승인 2017.09.0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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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지난 8월 17일 오전 11시 부산대 10·16 기념관에서 故 고현철 교수 2주기 추도식이 있었다. 날씨는 무더웠지만, 일부러 지하철역에 내려서 금정산 자락에 위치한 식장을 향해 걸었다. 그를 힘들게 떠나보내던 2년 전의 기억이 편하게 차를 몰고 학교로 갈 수 없도록 마음을 무겁게 했기 때문이다.  

대학의 자율화와 사회의 민주화를 외치며, 그가 산화한 이후 지난 정부는 이 한 목숨의 희생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정부뿐만 아니라, 대학의 구성원들도 거리를 두고 비켜서서 바라만 보는 자들이 많았다. 대학의 지식인들이 권력과 돈에 노예가 되어 양식을 저버리고, 방황하는 지식인도 되지 못하고, 위선적인 지식인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디어진 지식인들을 향해 그가 몸을 던졌던 것이다. 그래서 2년 전 당시 뜻있는 대학교수들이 유례없이 서울에 모여 고 교수의 정신을 현실화하기 위해 집단적인 모임을 가졌다. 그러나 권력의 시녀가 된 공영방송들은 이를 외면하고 보도도 하지 않았다. 2년여 지나온 시간을 생각하면, 고 교수의 희생은 그대로 땅에 묻혀버릴 것도 같았다. 그러나 인간사에 어찌 정의가 영원히 사라진 적이 있는가?

2주기 추도식 식장에 참석한 모두가 함께 느낀 것은 고 교수의 희생이 뿌려진 한 알의 밀알이 되어 그 정신이 되살아났다는 점이었다. 다른 일정을 포기하고 추도식에 참석한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인사말에서 고 교수의 희생정신을 살려 국립대학 총장 선출은 대학자율에 맡기고 아직 공석 중인 국립대학들의 총장 임명을 빨리 추진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이 한 마디에 추도식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그러나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지난 정부의 잘못된 대학정책에 대한 사과가 없었다는 점은 유감이었다.

정부가 바뀌면서, 한국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비정상을 정상화 하는 작업들이 시작됐다. 그래서 교육 영역에서도 다양한 논의들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교육개혁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그 구체적인 실천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실천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천 계획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학개혁에 관한 소리는 무성하게 듣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실천 계획안은 보이지 않는다. 헝클어진 실타래 같은 대학교육 문제를 한 번에 다 해소할 수는 없다.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바로 인식하고, 그 뿌리부터 잘라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병의 근원을 치료하기 시작하면, 자연 몸 전체에 영향을 주었던 병인들은 해소되기 마련이다. 이런 차원에서 대학은 문제해결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정리해 나가는 대수술을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대부분의 정부가 교육 개혁을 시행하면서 정부 주도로 개혁을 시도했기에 거의 실패작으로 끝났다. 교육개혁은 교육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자생력에 토대한 교육개혁이 실천되지 못했기에 모든 교육 개혁은 미완으로 끝난 것이다. 그래서 한국교육사에서 교육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정부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정부가 정말 제대로 된 교육개혁을 원한다면, 국립대학총장 선출의 자율권을 대학에게 돌려줬듯 모든 교육권을 대학에 넘겨줘야 한다. 그래서 대학 스스로가 개혁의 주도권을 가지고 스스로를 세워나갈 수 있도록 배려해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부는 우선 교육부 자체가 그 동안 무엇을 잘못해왔는지를 고백하는 참회록을 정리해서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대학 구성원 모두도 뼈를 깎는 자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 선행 작업 없이 교육부가 주도적으로 대학교육을 개혁해 보려고 한다면, 여전히 이 정부도 교육에 실패한 정부로 평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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