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7-03 17:35 (금)
새로운 혁명은 어떻게 '문화인'을 만들까?
새로운 혁명은 어떻게 '문화인'을 만들까?
  • 김재호 과학전문기자
  • 승인 2017.09.05 08: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키워드로 읽는 과학 本色 191. 『4차 산업혁명시대 문화경제의 힘』

현 정부가 추진 중인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9월 중순 출범할 예정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과학기술 선도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략과 정책을 마련하려는 의도다. 이 가운데, 4차 산업혁명과 문화의
의미를 파헤친 책이 지난 6월 출간돼 눈길을 끈다. 저자인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위원은『4차 산업혁명시대 문화경제의 힘』(중앙경제평론사)을 통해‘인공지능 시대, 문화경제가 답이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혁명적인 제4차 산업혁명의 기술변화로 인해 문화가 바뀌는 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마른 라 발레대에서 국제관계학(지정학 전공) 박사 학위를 받은‘프랑스통’문화 전문가다.

최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기술간 융합과 사이버와 물리세계의 연결을 꼽는다. 3차 산업혁명까지가 기술적인 혁신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특정기술 중심이 아니라는 뜻이다. 최연구 연구위원은 한 칼럼에서 4차 산업과 4차 산업혁명을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오래 전 사회과학자들은 정보, 의료, 교육 등을 지식 집약적 산업으로서 4차 산업이라고 불렀다. 4차 산업혁명은 기계생산-대량생산-자동생산으로 이어지는 흐름에서 세계경제포럼(WEF)이 구분한 개념이다(<디지털타임스> 2017년 7월 19일자‘4차 산업’과‘4차 산업혁명’).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문화’활동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과 문화는 어떻게 연결이 될까? 최 연구원은“자동화라는 기술 환경에서 인간의 노동시간은 점차 줄고 여가시간은 늘어날 것이므로 점점 문화적인 삶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며 “육체노동이나 힘든 노동은 기계나 로봇이 하고, 인간은 똑같이 근력을 쓰면서도 섬세한 노동이나 아니면 레저 등 문화 활동만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갈수록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문화생활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디지털과 창의적인 상상력이다. 책에선 디지털의 용어를 살펴봤다. 디지털은 손가락을 뜻하는 라틴어 디지트(digit)에서 온 말인데, 손가락으로 셀 수 있기 때문에 ‘수’를 뜻한다고 한다. 프랑스어로 디지털은‘뉘메리크(numérique)’로‘수치로 나타낸’이란 뜻을 담고 있다. 사이버 세상의 핵심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이고, 이의 근간이 바로 숫자 0과 1인 것이다.

또한 그동안 연구개발이라고 불린 용어는‘상상개발(I&D)’로 대체되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좀 더 본질적인 질문은 문화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문화인류학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영국의 에드워드 버넷 타일러(1832∼1917)는『원시문화』(1871)에서 문화를 “지식, 신앙, 예술, 도덕, 법률, 관습 등 인간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 또는 습관의 총체”라고 넓게 정의한 바 있다. 문화의 상대어는 야만이 아니라 자연이고, 야만은 문명의 상대어로 개념을 유추해볼 수 있다. 태어날 때 본성은 자연(nature)이고, 후천적으로 습득한 게 바로 문화(culture)인 것이다. 칸트는 문화를‘자연의 보호상태로부터 자유의 상태로의 이행’이라고 정의했다. 최 연구원은 책에서“사회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구조물이라면, 그 구조 속에 담겨있는 제도, 가치 규범, 종교, 과학기술 등 내용물들이 문화”라고 적었다. 과학문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최 연구원은 과학과 기술도 정의한다. 과학은 자연에 대한‘앎의 방식’이고, 기술은 과학지식에 기반한‘삶의 방식’인 것이다. 과학기술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매개체이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고리로서 역할을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끄는 건 분명 과학과 기술이고, 이로 인해 여유가 생긴 인간은 문화생활에 집중하게 된다.

 

최초의 문화 VS 마지막 문화


인류역사에서 최초의‘문화’는 언제 나타났을까? 최 연구원은 이에 대해“기독교적 관점에서는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서 둘이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만든 것이 최초의 문화일 것이다”라며“일반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인류가 처음으로 강가에 모여 군집생활을 하며 도시를 만든 것이 최초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연결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건 ‘마지막 문화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이다. 마지막 문화라는 건 매우 디스토피아적 상상이다. 그런 문화는 차라리 없는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책 제목처럼 문화는 문화경제, 문화상품, 문화마케팅, 문화콘텐츠 등으로 확장된다. 저자는 물론 문화가 경제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다변화 하는 문화와 문화적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으며, 창의성과 감성이 상품의 차이를 결정하는 시대, 즉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나아가게 한다. 결국 다양하고 창의적인 문화들이 사람 속으로 녹아 들어가서‘문화인’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최 연구위원은 “문화는 사람이 만든 것이고, 사회구성원들이 공유할 때 문화가 된다”며 “사람들이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문화의 소중함에 대해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그는 “사회전체가 공유하는 문화도 있지만 개별적 집단 내에서만 공유되는 문화도 있는데 이런 것을 하위문화(sub culture)라고 한다”면서 “하위문화는 다양하며 다양한 문화들이 만나고 교류할 때 창의성이 발양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책에서 4차 산업혁명의 특징 중 하나로 ‘인간을 보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몸과 두뇌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몸과 두뇌가 어떻게 바뀌어 나갈까? 그는“로봇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것이고 인공지능은 인간의 두뇌를 대신해 지성적인 영역과 연산, 논리 등의 인간 활동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을 것이지만 완전한 대체는 불가능할 것”이라며“인간의 몸에 인공장기가 장착될 수 있고 미래 언젠가는 인간의 뇌에도 인공지능이 장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인간의 뇌는 인공지능으로 교체될 수도 있겠으나 만약 그렇게 되면 이미 현생인류라고 볼 수 없고 포스트 휴먼으로 넘어가는 것”이라며 그런 때가 오면“유발 하라리가 말한‘현생인류의 종말’상황이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이 시대의 유행처럼 지나가는 것일지, 실제로 인류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꿀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분명한 건 우리의 삶이 과학기술로 인해 문화적으로 변해간다는 것이고, 책에서도 언급됐듯이‘문화콘텐츠나 문화산업의 미래는 청신호인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면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드론, 스마트팩토리, 소프트웨어 등 그 무엇이든지 간에 인간의 문화를 더욱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바꿔가야 한다는 점은 명백할 것이다. 거기에 바로‘문화경제의 힘’이 존재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