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사업 문제제기, 기존팀-신규팀 다툼 아냐 …
한국인문학 위해 고민하자”
“신규사업 문제제기, 기존팀-신규팀 다툼 아냐 …
한국인문학 위해 고민하자”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7.09.04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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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 속 ‘인문한국(HK)연구소협의회’ 회장 맡은 김성민 건국대 교수

김성민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장이 지난달 21일 전국대학인문한국(HK)연구소협의회(이하 ‘HK협의회’) 제7대 신임회장에 선출됐다.

2017HK+ 사업으로 인문한국 사업이 혼돈에 빠진 상태에서 지난 10년에 걸쳐 축적된 인문한국사업 성과를 계승하고, 이를 심화하는 과제가 다시 그에게 주어진 것. 김성민 회장은 2014년 8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제4대 HK협의회 회장을 지냈다. 

김성민 건국대 인문학연구원장은 건국대 문과대학장과 뉴욕주립대 방문교수를 역임했다. 2009년부터 건국대 인문학연구원장과 통일인문학연구단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 어수선할 때 다시 협회장을 맡으셨다. 결국 HK+ 사업 공고가 났다. 지난달 31일부터 1기팀 ‘실직자’가 대량 양산됐다. 협의회는 어떻게 신규사업 정책에 대응할 계획인가?
“지난 8월 9일 한국연구재단에서는 HK+사업의 신청요강을 전격적으로 공표했다. 그 신청요강을 살펴보면 여러 문제들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기존 사업팀의 일괄적인 신청제한이다. 결과적으로 기존 사업팀에서 지난 10여 년 동안 다양한 인문학 연구주제로 연구를 수행해온 인문학 연구자들의 대량 실직사태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단순히 실직자를 대량으로 양산하는 것만이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기존 연구소들이 10년간 축적해 온 전문적인 연구 인프라와 그 연구성과들이 철저하게 사라진다는 점이다. 너무나도 안타깝다. 신규사업 정책은 보다 확실한 평가를 통해 개선해야 한다. 특히, 이 사업은 ‘애초 취지’가 부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세계적인 인문학 연구소 육성’과 ‘전문적인 인문학 연구자들의 안정적인 연구 기반 제공’이라는 애초 취지 말이다. 
HK+사업에서는 사업기간이 7년으로 축소돼 연구소 육성 전략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기존 1.5억 원 당 1인에서 3억 원 당 1인으로 채용 규모를 축소해 연구인력 확보 면에서도 완전히 후퇴했다. 협의회 차원에서는 이러한 ‘HK사업’의 기본 취지가 HK+사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다. 
또한, 이러한 큰 틀에서 HK+사업의 ‘투트랙’ 전략을 요구할 것이다. 엄밀한 평가를 거친 기존 사업팀을 선별해 연구 연속성을 보장하면서도, 신규 연구팀의 진입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건 누차 얘기했듯이, 현재의 예산 확보 차원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만일 이것이 안 된다면 기존 사업팀들에 대한 계속 지원을 위한 예산을 확보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지난 10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 것이다.”         

△ 10년 연구에 참여했던 연구자들이 그간에 쌓아온 국제 네트워크 등 연구소 사업의 지속불가능이 한국 인문학의 퇴보를 가져올 것이는 우려가 높다. 그간 10년 사업을 평가한다면?
“안타깝게도 그렇다. 한국 인문학의 퇴보를 가져올 우려가 매우 크다는 데 동의한다. HK사업은 연구인력들이 기존의 대학 내 학과 소속이 아니라 연구소에 소속돼 공동연구를 진행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단위 학과를 넘어 인문학 영역의 새로운 연구 주제를 발굴하고 개척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이유였다. 이미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에서도 이런 부분을 인정하고 있다. 
교육부가 공표한 HK사업 계획안을 살펴보면, HK연구소들이 현재 국내외 인문학 연구 담론과 방향을 선도하고 있으며, ‘사회적 양극화’, ‘4차 산업혁명’, ‘분단과 통일’, ‘동아시아와 세계정세’ 등 국가적 및 사회적으로 시의성이 있는 의제를 선제적으로 연구 개발했다고 말하고 있다. 예를 들면, 내가 연구단장으로 있는 통일인문학연구단은 사회과학중심의 북한학 내지 통일학과는 달리 ‘통일인문학’이라는 새로운 연구분야를 개척하고 꾸준히 연구해왔다. 또한 기존 문·사·철을 아우르는 전문적인 인문학 연구를 기반으로 하여 나아가 남북 및 해외 코리언의 문화적 자산을 흡수한 통합한국학의 특성화를 모색하는 연구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 인프라 및 계획들이 무산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또한 그렇게 쌓아놓은 연구성과는 어떠한가? 각 연구소들이 맺은 국내외의 연구 네트워크 구축, 도서관 및 연구실 등을 비롯한 연구 인프라 구축, 지난 10여 년 동안 특정 연구주제를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전문 인문학연구자 배출 및 학문후속세대들의 양성, 9천여 건에 달하는 논문 및 저역서들의 연구성과 및 후속연구 가능성 등이 사장될 것이 눈에 뻔하다. 이중에서도 제일 안타까운 것은 10년 동안 노력해왔던 HK연구소들의 연구인력들이 해당 분야를 이끌어가는 우수한 인문학 연구자들로 발돋움했는데, 이제 또 다른 연구주제로 자신들의 연구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10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너무나 안타깝다.”

△ 사실 이번 신규 HK+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협회장님을 비롯해 인문한국연구소 관계자들이 국회의원들을 설득해 마련한 돈 아닌가??좀 비약이긴 하지만, 이 돈이 애써 마련한 이들에게 안 쓰이고, 지붕 쳐다보던 이들에게 쓰이게 된 꼴 아닌가.
“실제로 HK후속사업 계획이 불투명하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난 이후 지난 1년이 넘게 인문한국협의회 차원에서 발 벗고 뛰어다녔다. 유관기관 관계자, 국회의원들도 참 많이 만나서 인문한국사업의 필요성, 의의 등을 열심히 홍보했다. 물론 그 노력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었겠지만, HK+사업 예산 130억 원의 확보는 협의회 차원에서의 노고가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게 단순히 기존 연구소들의 계속지원만을 위한 노력, 직설적으로 말해 내 연구소, 우리 연구소가 살아남기 위한 측면만은 결코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건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거창하게 들릴 진 모르겠지만, 협의회에서는 한국 인문학의 전체 차원을 위해서 이 사업의 후속사업이 필요하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HK사업의 연속성은 한국 인문학의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었다. 
이런 점에서 신규팀을 ‘지붕 쳐다 보다는 이들’이라고 평할 순 없다. 이들 모두는 한국 인문학이라는 지붕 아래에서 묵묵히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동료 연구자들이다. 현재 시행하려는 HK+ 사업은 그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기존팀과 신규팀을 구분 지으려고 하는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 인문학의 발전과 도약이라는 큰 목적에서 기존팀과 신규팀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이건 앞서 얘기한 투트랙 전략과도 연결된다. 기존팀과 신규팀 모두는 HK사업이 기본 취지로 돌아간다고 한다면, 충분히 지원가능하다.”  

△ HK사업은 일몰 사업이 아니라, 30~40년 지속하는 장기 사업으로 애초부터 규정됐다. 1기 팀만의 문제가 아니라 곧 내년에 ‘사업종료’되는 이후 연구팀에도 같은 불똥이 튀게 생겼다. 협의회 차원에서 구체적인 대응전략이 있다면?
“그렇다. 이 문제는 올해 사업이 종료되는 팀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앞으로 사업을 해 가야 하는 팀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빨리 문제를 수습하지 않는 이상, 올해 사업이 종료되는 연구소들은 대부분 연구인프라가 해체될 것이다. 교육부가 인문학의 성과를 보존하고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서서 해체하고 있는 꼴이다. 그래서 당장 시급한 과제는 현재 교육부가 진행하고 있는 17억 원을 지원하는 HK+사업을 조정해 기존 HK사업처럼 8억 원 정도로 현실화하고 남는 재원으로 기존 사업팀들 중 우수 연구소에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처럼 사업을 진행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게 된다. 올해 사업이 종료되는 팀들도 문제지만 앞으로 사업을 몇 년 동안 더 수행해야 하는 팀들은 원년팀들과 달리 삼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첫째는 형평성 문제다. 기존 HK팀들은 1.5억 당 1명의 HK교수를 임용해지만 신규 HK+팀은 3억 당 1명의 HK교수만을 임용하면 되기 때문에, 학교나 재단 측에서 HK교수를 정교수로 임용하는데 난색을 표할 수 있다. 
둘째는 재정 사용의 문제다. 기존 HK팀들은 70%이상을 인건비에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서 인건비를 많이 사용한 반면 신규 HK+팀은 이런 규정이 없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말해서 17억 원 중 HK교수 4인만 채용하고 나머지는 전부 사업비로 사용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본 협의회는 신규 HK+사업의 문제점을 알리고 이를 현실화하는 것을 목표로 해서 올해 사업이 종료되는 사업팀과 함께 교육부장관 면담을 비롯해 국회 차원에서의 ‘국정감사 요구’ 등을 추진해갈 생각이다. 그래서 협의회는 지난 7월부터 김상곤 교육부장관의 면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 인문한국사업의 지속성이 한국 인문학의 성장과 성숙에 큰 기여를 할 텐데, 지금 단추가 엉뚱하게 꿰인 감이 있다. 사업에 참여한 대학별 유형은 국?사립 다 다르지만, ‘세계적 연구소’를 지향하면서 인문학 인프라를 장기적으로 구축한다는 건 인문학계의 공통된 바람 아니겠는가. 단순히 ‘전임 자리’ 몇 개 늘리는 사업은 아니라고 본다. 한국 인문학계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인문한국사업으로 인해 한국사회에서 국제적인 수준을 갖춘 연구소들과 한국적인 특성을 살린 인문학 연구소들이 출현했다. 게다가 텍스트 중심의 고답적인 인문학을 벗어나 한국사회의 문제들을 정면에서 다루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까지 제시할 수 있는 인문학 연구소들도 생겨났다. 이런 인문학들은 한 개인 연구자들의 힘만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HK사업의 최대 성과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을 하나의 어젠다를 중심으로 묶어서 분과학문의 체계를 넘어선 통섭적이고 융합적인 연구 집단을 탄생시켰다는 점다. 이 사람들도 이전에는 자기 전공분야만을 연구했다. 하지만 HK사업을 하면서 전혀 다른 전공을 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서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싸우기도 많이 했다. 그렇게 부딪히면서 10여 년을 보냈고 그렇게 현재의 연구소들을 만들어냈다. 
세계적인 연구소란 바로 이런 연구역량을 지닌 연구자들이 모여 있는 연구소다. 지난한 과정이었지만 그렇게 10여 년 동안 갈고 닦아서 현재의 연구소를 만들어낸 것이다. 세계적인 연구소는 영어를 잘 한다고 몇몇 이름 난 외국의 학자들을 데리고 온다고 세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적인 연구소는 한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연구 영역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의 주제로 연결되고 그렇게 융합됐을 때 탄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HK+사업은 지금까지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 온 연구소들을 전부 버리겠다는 것이다. 사실, 세계적인 학문 추세나 어떤 문제들을 다뤄야 하는지는 대부분 알고 있다. 우리가 세계적인 연구소를 육성하는 데 실패하는 것은 세계적인 연구 트렌드나 연구 성과들을 공부하지 않거나 세계의 유수 석학들과의 네트워크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대학도 이미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세계적인 네트워크들 속에서 우리의 것을 축적해가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세계적인 석학이 한국에 온다고 세계화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자신이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야 세계화된다. 국내에서 이런 역량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그런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연구소들은 바로 지난 10년간 HK사업을 수행해 온 연구소들이다. 그들은 지난 10년간 세계화할 수 있는 연구역량을 길러내고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겨우 그 토대를 만들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인문학을 육성하고자 한다면 정부는 적어도 다음의 두 가지 특성부터 파악하고 이를 고려해서 인문학 진흥 사업을 펼쳐야 한다.
첫째, 인문학은 쉽게 토대를 만들기 어렵지만 한 번 만들어지면 아주 오래간다. 그것이 인문학의 힘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인문학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은 더 어렵고 더 오래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보다 장기적인 기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둘째, 인문학은 자연과학처럼 도구들을 사용해 연구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대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의미와 정서와 가치들을 다룬다. 그렇기 때문에 인문학은 인공 지능을 포함해 기계들이 다룰 수 없는 영역들을 다루며 그것을 다루는 인문학자의 역량에 보다 많이 의존한다. 이것은 곧 인문학의 육성은 인문학자들을 길러내는 작업이 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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