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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으로 가는 폐교, 문제점은?
구조조정으로 가는 폐교, 문제점은?
  • 한태임 기자
  • 승인 2017.09.04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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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 붙었는데 폐교 대학 구성원 ‘보호장치’가 없다
 

이번 한중대, 대구외대 그리고 서남대의 ‘폐교 절차 진행’은 다시 한 번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냈다. 절차적 문제가 아니라, 학생, 교직원 등의 향후 신변 처리 문제에서 그 어떤 해결책도  마련하지 못한 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폐교의 원인이 설립자 혹은 경영진들의 비리에 있었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떠안게 되는 피해는 더 막대하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이들 폐교 절차가 진행 중인 대학의 구성원은 한중대의 경우 학생 1천24명, 교원 124명(2017년 기준), 대구외대는 학생 427명, 교원16명(2017년 기준), 그리고 서남대는 학생 2천383명, 교원355명(2016년 기준)이다. 만일 최종 대학폐쇄 명령이 내려진다면 이들은 어떻게 될까.

 

학생·교수들 피해 뻔한데

폐교 대학의 학생들은 고등교육법시행령에 따라 ‘특별편입학’ 대상이 된다. 이들은 별도 정원으로 처리돼 인근대학의 동일·유사학과로 편입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그러나 ‘특별편입학’ 제도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인근대학들이 특별편입생 수용을 거부할 경우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실제로 2012~2014년 폐교한 명신대, 성화대, 벽성대 재적생 2천116명 중에서 특별편입학에 성공한 학생은 단 920명(44%)에 불과했다(김태년 의원 「2014년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교육부 관계자는 “인근대학 내에서 특별편입생 수용이 어려울 경우, 범위를 확대해 최대한 지원해나가겠다“고 답했지만, 이 역시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폐교 대학 교수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들을 위한 법적 보호 장치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현행 교육공무원법과 교육공무원 임용령에서는 사립학교의 폐교로 퇴직되는 교원들을 특별채용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입법 당시 취지가 초·중등 교원들에만 해당돼 대학 교원들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폐교 대학 교수들은 타 대학에 임용되기도 쉽지 않다. 폐교대학 출신이라는 ‘낙인’이 찍히기 때문이다. 홍성학 전국교수노동조합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실제로 많은 폐교대학 교수들이 ‘폐교에 이르기까지 뭐했냐’는  부정적인 시선을 마주한다고 한다.

교육부는 학교를 떠나야하는 교수들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꺼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수는 현행법상 법인과의 고용관계이므로, 사실상 국가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폐교 교원 보호 문제를) 국회에서 조속히 법적으로 해결해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렇게 보면 교육부가 폐교 절차라는 강수를 두면서도, 특히 교수들의 교원 신분보장이나, 학생들 구제와 관련해서는 국회에 떠넘기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덕재 전국폐교대학교교권수호를위한교수연합회 대표, 홍성학 전국교수노동조합위원장 등은 교원신분보장을 위한 방안으로 △폐교대학교원 구제특별법 제정, △국가연구교수제도 도입 등을 제안하고 있다.

 

기존의 폐교 사례가 주는 교훈은?

현재 ‘강제폐교’ 절차가 진행 중인 대학은 한중대, 대구외대, 서남대 3곳뿐이지만, 이미 몇몇 대학들도 폐교대상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달 11일에는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신경대, 광양보건대를 폐교대상으로 직접 거론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신경대와 광양보건대는 1주기 대학평가에서 E등급을 받았으며, 교비횡령으로 구속된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 씨가 세운 대학이다.

강제폐교 절차를 밟기 전에 ‘자진폐교’를 결정한 대학도 있다. 1주기 대학평가에서 E등급을 받았던 대구미래대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결국 내년 2월 28일자로 폐교하기로 했다. 자진폐교 절차는 강제폐교와는 조금 다르다. 자진폐교는 ①폐지결정(이사회의결), ②폐지인가신청서제출, ③폐지적정성검토, ④폐지인가 및 후속조치 순서로 진행된다.

이미 폐교된 대학들 중에서는 건동대(’13.2.), 경북외대(’14.2.), 인제대학원대(’15.8.) 3개교가 재정 악화를 이유로 ‘자진폐교’ 했다. 특히 건동대, 경북외대의 자진폐교는 구성원간 합의 없이 재단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당시 교내 구성원들이 “재단 비리를 감추려고 폐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렇게 ‘폐교’가 실제 진행돼 왔음에도, 교직원, 학생 등 교육 현장의 피해 구성원을 구제하는 방안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1주기 평가 뒤 폭풍 휘몰아칠까

교육부는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이행점검 결과’를 4일에 공식 발표했다. 해당 대학은 지난 1주기대학평가에서 D, E 등급을 받은 4년제 대학 32곳, 전문대 35곳 등 67개 대학들이다. 이들 대학은 1주기 대학평가 결과에 따라 교육부로부터 ‘맞춤형 컨설팅 이행과제’를 받아 수행한 바 있다. 이번 이행점검 결과가 결국 또 다른 ‘폐교’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대학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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