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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교수들, “비정규직 양산하는 고용승계 방안 반대”
HK교수들, “비정규직 양산하는 고용승계 방안 반대”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7.08.18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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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사업 종료, 불똥 튄 부산대에 무슨 일이?

2007년 HK사업 원년 ‘인문분야’ 대형 과제를 진행한 연구소는 5곳, 중형 과제를 진행한 연구소는 8곳이다. ‘해외지역분야’ 중형 과제를 맡은 연구소 3곳까지 포함하면 모두 16곳이다. 이들은 8월말 사업종료 된다. 

인문학 분야 정부 지원 사업으로 유사 이래 가장 큰 규모라는 평가를 받는 이 사업은 10년이 경과한 지금 엉뚱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사업 성격과 철학이 변질됐기 때문이다. 축적한 내공을 어떻게 지속, 성숙시킬 것인지 논의조차 없다. ‘고용 승계’ 즉 신분 문제 해결이 당장 절실하기 때문이다. 

HK교수 가장 많은 부산대의 갈등과 고민

단적인 사례가 부산대(총장 전호환)다.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인문학연구소·점필재연구소가 HK사업에 뛰어든 부산대는 가장 많은 HK연구인력(HK교수 21명)을 두고 있다. 부산대 HK교수측은 “HK교수 전원을 고용승계해야 한다”고 학교측에 요청했지만, 부산대는 재원 부족을 이유로 100% 고용승계가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다가 최근 ‘전원 고용’을 수용하는 전향적인 수정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HK교수들은 학교측 수정안을 거부하고 있다. 

‘HK운영규칙’에 의하면 HK교수는 교육공무원 혹은 무기계약기금교수의 형태로 임용돼야 한다. 무기계약기금교수는 교육공무원 신분이 아닐 뿐 대우와 처우 등은 동일직급 전임교원(교육공무원)과 동일하다. 또한 HK교수의 50%는 사업 종료 전까지 정년보장을 완료해야 한다. 

이 ‘HK운영규칙’을 내세운 HK교수들은 “HK교수들은 당초 정년보장심사를 받을 권리가 있는 정규 교수로 임용승계를 확약받고 채용됐으며, 부산대 총장은 임용승계를 여러 번에 걸쳐 확약서로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도 부산대는 전원 임용승계가 아닌 1/2의 승계, 그것도 종전보다 훨씬 낮은 처우의 비정규직 기금교수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부산대는 재원 부족을 이유로 3차례에 걸쳐 동일한 내용의 HK기금교수채용 공고를 냈다. 

부산대의 미적지근한 고용승계에 대해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부산대의 방침이 중대한 협약위반이라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급기야 지난 7월 14일에는 경고 공문을 학교 측에 송달했다. 이는 약 280억 원에 이르는 지원금을 환수하겠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부산대는 완강하다. ‘재원 부족’이 주요 이유지만, 학교측은 “고용승계와 관련해 교육부가 교육공무원 TO를 주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교육부는 ‘고용승계’만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부산대 본부의 ‘HK교수 전원 고용승계 방안’

그렇다면, 부산대 본부가 내놓은 고용승계 방안은 뭘까. 지난 4일 본부측과 HK교수들 간에 진행된 ‘HK교수와의 간담회’(본부측, HK연구소장 3명, HK교육공무원 2명, HK교수 19명)에 제출된 「인문한국(HK)교수 전원 고용승계 방안」은 A4 세 장으로 구성돼 있다. 1.계획 2.방안 3.향후 본부의 노력 4.기타 사항 5.향후 일정을 담은 간략한 내용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부산대 당국은 HK전임교원 고용승계 방안으로 HK기금교수(7명 이내) 및 HK강의전담교수(10명 이내)를 신규 임용한다. HK기금교수는 발전기금에서 인건비를 지급하며, HK강의전담교수는 대학회계에서 인건비를 지급한다. 

방안은 두 가지. 1안의 경우, HK기금교수와 HK강의전담교수 인건비를 동일하게 책정한다. 기본급 1천500만원(논문 1편 게재) + 강의 담당 시간 수에 따른 차등 보수를 지급한다. 예를 들면, 1주당 9시간을 담당할 경우 연간 약 4천만 원, 1주당 6시간을 담당할 경우 연간 약 3천100여만 원 식으로, 강의 담당 시수에 따른 보수를 차등 지급하겠다는 것. 

2안은, HK기금교수에게 논문연구비 명목으로 연 1천800만원, HK강의전담교수에게 연 1천500만원을 지급하는 안이다. 의무사항은 HK기금교수 논문 2편,  HK강의전담교수 논문 1편을 써야 한다. HK기금교수가 주당 9시간 강의를 담당할 경우 약 4천300만원, HK강의전담교수의 경우 주당 9시간을 강의할 경우 약 4천만원을 지급한다. 

부산대 본부 측은 △전임교원 T/O 배정 최대한 노력 △향후 발전기금 예산을 확보해 점진적으로 HK강의전담교수를 기금교수로 전환 △강의배정과 관련 인문대 및 사범대 각 학과 및 교양교육원 강의 배정 협조 요청 등 향후 다각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부산대 ‘HK교수 일동’이 제안을 거부한 이유
 
부산대 본부가 다소 ‘전향적’인 완전 고용승계를 조건부로 제시했지만, HK교수들은 두 가지 이유로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 ‘편법적인 고용안’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을 들어보자.

첫째, HK교수는 인문한국협약에 따라 임용 당시부터 정년보장트랙으로 채용된 바, 고용승계는 현재의 경력과 호봉이 승계 또는 반영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난 4일 개최한 간담회에서도 이 부분을 상세히 설명하고 HK전임교원 채용 방안의 재검토를 요청했으나 학교당국은 어떠한 개선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같은 주장만을 반복, 강요하고 있다.

둘째, 강의와 연계 짓는 HK기금교수, HK강의전담교수 채용은 정년트랙의 연구소 전임교원으로 임용된 HK전임교수를 사실상 비정규직 시간강사로 재고용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만약 학교당국의 안이 현실적으로 적용된다면 최대 51 강좌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시간강사의 수업권을 심각하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시간강사에게 지급해야 할 재원으로 HK전임교원의 고용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으로, 연구소 전임교원의 확보를 규정한 교육부(한국연구재단)와의 협약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것이다. 학교당국의 제안은 현재 비정규직 시간강사가 담당하고 있는 강좌를 HK전임교원에게 전가함으로써 비정규직 시간강사와 HK전임교원 간의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여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부산대 HK교수 일동은 “HK전임교원 고용문제를 당사자 간의 성실하고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합의를 도출하자고 거듭 제안해 왔으나, 학교 당국은 일방적으로 과도하게 연봉을 삭감하고 비정규직 교원을 양산하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이에 부산대 HK교수 일동은 앞으로 모든 방법을 통해 학교 당국의 부당함을 알리고 이에 맞서는 행동을 재개할 것”을 천명했다. 

장대하게 출범한 한국 인문학의 야심적인 정책은 이렇게 초라해졌다. 결과적으로 2017 HK+ 사업은 오랫동안 상생하며 성숙을 모색하던 대학과 연구자들을 서로 반목하게 만들었다. 인문학 연구자들을 ‘각자도생’의 살벌한 일자리 판으로 쫓아냈다. HK교수뿐만 아니라 HK연구교수와 이들을 지원하던 연구단 전체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부산대 HK교수 고용승계 문제는 경상대, 순천대, 목포대, 한국해양대, 전남대, 강원대 등 국공립 HK연구단 전체와 연동된 사안이다. 부산대 본부가 편법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배경에는 HK사업의 주관기관인 교육부와 연구재단의 감독소홀도 작용한다. 부산대 사례는 HK사업의 또 다른 민낯이 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세계적 연구소를 지향했던 기본 정신은 훼손됐고, 지난 10년 ‘국민세금’으로 진행된 인문학의 온축 작업을 되살려 새롭게 지피겠다는 노력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인문학 지원은 말 그대로 일시적인 ‘떡 하나 주는’ 정책에 그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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