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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학년도 수능개편안, 과학교육 붕괴시킨다”
“2021학년도 수능개편안, 과학교육 붕괴시킨다”
  • 최성희·한태임 기자
  • 승인 2017.08.18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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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정 의원, 17일 보도자료 통해 문제제기

4차산업혁명 인재 육성을 위한 수학·과학교육 활성화 대책 마련해야               '17년 수능과탐Ⅱ 응시생 전체 학생수의 5%, '12년 대비 응시생 1/4로 줄어

 

지난 10일 교육부는 ‘융복합형 인재 양성’에 무게를 실은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발표했다.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융합’인 만큼, 단일 지식을 갖춘 인재가 아닌 ‘창의 융합형 인재’를 기르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통합사회-통합과학을 공통 과목으로 하고, 사회-과학-직업군에서 1과목을 선택하도록 했다. 특히 심화과목인 과학Ⅱ(물리Ⅱ·화학Ⅱ·생명과학Ⅱ·지구과학Ⅱ)을 수능의 선택 범위에서 완전히 배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오세정 의원은 이 같은 교육부의 개편안에 문제를 제기했다. 오세정 의원실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은 오히려 고교 과학교육을 붕괴시키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미래 과학 인재 양성 시스템을 붕괴시킨다고 지적했다.

오 의원은 이번 수능 개편안에서 과학Ⅱ 과목이 배제된 점을 문제로 꼽았다. 선택과목의 수를 줄이고 범위를 제한하면, 학생들이 어려운 과학 과목을 더욱 기피하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2005학년도 수능부터 이과 응시생에게 물리Ⅰ·Ⅱ, 화학Ⅰ·Ⅱ, 생물Ⅰ·Ⅱ, 지학Ⅰ·Ⅱ 총 8과목 중 최대 4과목을 선택하게 하자, 학생들이 과학Ⅱ 과목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과학Ⅱ 응시생은 2012년에 전체 응시생의 23.5%이었지만, 2017년에는 무려 5.3%로 현저히 줄어들었다.

통합사회와 함께 통합과학을 공통과목으로 넣어 고1 수준에서 출제한다는 정부의 방침도 문제다. 이에 대해 오 의원은 △고교 3학년 수업이 1학년 수업의 반복 수준이 돼버릴 가능성이 크고, △중학교 단계에서 해당 과목의 선행 학습을 실시하는 학원이 증가하고, △고등학교는 국어와 수학 중심으로 진행돼 사교육이 더욱 기승을 부릴 거라고 내다봤다. 

오 의원은 “과학과 사회의 학습범위를 최소화한다고 융합형 인재가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면서, “심화학습 없이 쉬운 내용만 반복 학습하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떨어뜨려 공교육 붕괴를 가속화하고, 결과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융합적 창의력을 기를 수 없도록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의원은 정부가 이번 수능 개편안을 재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학계에서도 오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는 “수능에 과학 심화 과목을 배제한다는 것은 결국 과학 교육을 포기하겠다는 뜻이다”고 말하면서 “오늘날 과학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절반만 배운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대로 수능 개편안이 이뤄지면, 이공계 학생들에 대한 정상적인 대학 교육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과학 교육 수준 자체가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능 과목 여부나 평가 방식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의 내용과 깊이’라는 의견도 있다. 민경찬 연세대 특임교수(수학)는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을 겸비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교육의 깊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교육 과정의 내용과 출제 방향을 보다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오 의원은 “교육은 ‘국가백년대계’를 세우는 일이어야 한다. 현 정부는 이러한 목표로 교육정책을 이끌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가 이달 말 출범 예정인만큼, 교육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충분한 계획을 토대로 ‘국가교육회의’를 통하여 이 문제를 다시한번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며 “만일 수능에 과학II를 넣기 어렵다면 최소한 학생들의 과학심화지식을 검증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라도 찾아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창의적인 인재육성이 그 교육혁신의 출발점이어야 할 것이며, 그것이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는 지름길임을 각인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오세정 의원은 서울대 물리학과를 나와 스탠퍼드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서울대 자연대학장,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등을 지냈으며,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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