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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의 상황과 심연을 동시에 열어준 비평가
텍스트의 상황과 심연을 동시에 열어준 비평가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7.08.14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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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우 숙명여대 교수, 제9회 임화문학예술상 수상자로 선정

권성우 숙명여대 교수(국문학)가 임화문학예술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염무웅)와 소명출판(대표 박성모)이 공동주관하고 소명출판이 후원하는 제9회 임화문학예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비평집 『비평의 고독』(소명출판, 2016)이다. 

권 교수는 "등단 30년만에 비평집으로 받는 첫 상입니다. 만감이 교차합니다. 늘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비평가에게는 걸맞은 受賞의 자리가 있게 마련이다. 늦었지만 권 교수는 그런 자리에 섰다.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 국문과에서 학부, 석사, 박사를 마쳤다. 1985년 서울대 <대학신문>이 주관하는 ‘대학문학상’에 이문열론이 당선되면서 문학비평을 쓰기 시작했다.

198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분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비평가의 길을 걸었다. <세계의 문학>, <사회비평>, <문학수첩> 등의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지은 책에는 『비평의 매혹』(1993), 『모더니티와 타자의 현상학』(1999), 『비평과 권력』(2001), 『비평의 희망』(2001), 『논쟁과 상처』(2006), 『횡단과 경계』(2008), 『낭만적 망명』(2008), 『비평의 고독』(2016)이 있다. 목록에서 알 수 있듯, 그의 비평적 글쓰기는 2008년에 멈췄다가 8년만에 다시 움직였다. 

8년만의 글쓰기로 귀환

그는 오랫동안 문학, 문단의 중심 쪽보다는 주변부에 눈길을 돌렸다. 그를 둘러싸고, 혹은 그가 참여해서 벌어진 문학논쟁, 예컨대 문단권력논쟁 등은 한국 문학비평의 첨예한 발광체인데, 거기서 그는 글쓰기 권력의 핵심적인 문제를 겨냥하면서 자기 자신까지 거기에 포함시켜 문제화하는 대범한 담론을 지폈다. 물론 이것은 그에게 일종의 ‘금족령’ 같은 문단 일각의 폐쇄조치를 불러오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쓰고, 움직였다.

임화문학예술상은 식민지시대 한국근대문학을 풍성하게, 그리고 예리하게 일궜던 林和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문학상이다. 임화가 누군가. 선정 이유서의 일부를 보자. 

“임화가 펼쳐놓은 문학사적 파상은, 우리 근대사의 굴곡을 그대로 반영한 풍부하고도 착종된 무늬를 이룬다. 임화는 식민지 시대와 해방 직후에 걸쳐 활약한 대표적 시인으로, 비평가로, 문학사가로, 문학 운동가로 자신의 이름을 다양하게 수놓은 열정의 인물이다. 그의 이름과 행적이 아직도 끊임없이 당대적 소급이라는 역사적 감각과 현재적 해석이라는 현실眼을 동시에 요청하고 있을 정도로, 그는 범접하기 어려운 넓이와 높이의 문학 세계를 남겨 놓았다.”

임화가 당대의 일급 문학사가에 비평가였다는 사실, 특히 그가 ‘식민지 시대 최대의 비평가’임을 상기할 때, 제9회 임화문학예술상은 곧장 비평가 권성우를 호명하게 된다. 다시 선정 이유서를 보자.

“생래적인 시인 기질 못지않게 그는 끝없는 존재론적 자기 갱신 의지와 사회적 타자들에 대한 애정을 논리적 언어에 담아 거대한 비평적 성채를 이루었다. 그 점에서 이번 임화문학예술상이 임화와 맞닿은, 임화를 계승하고 넘어선 비평적 성취를 향하였다는 점은 자못 긍정적이라 할 것이다.”

수상작인 『비평의 고독』은 『낭만적 망명』(2008) 이후 8년 만에 펴낸 그의 여섯 번째 비평집이다. 앞서 지적했듯, 그는 문단 시스템을 內波하고 비평적 자의식을 텍스트와 그것의 관계적 의미망에 고루 뿌려왔다. “그동안 비평의 관행적 고식에 커다란 균열을 내고 새로운 기율을 불어넣어왔고, 문학장이나 문학 시스템을 성찰적으로 사유하는 비판적 자의식을 견지해왔던 귀한 비평가” 권성우는 “논쟁과 재해석의 치열성에서 자신을 고독하고도 서늘하게 지켜왔고, 그만큼 문학과 관련한 여러 현상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자신만의 문장으로, 흐름으로, 체온으로 감싸안아 표현하는 비평가” 였다. 그는 문학과 함께 문학이 호흡하는 공기 속에서 수많은 살들과 그들의 고민을 자기 고민으로 마주하면서 뚜벅뚜벅 걸어왔다.

그렇다면, 『비평의 고독』은 어떤 이유에서 수상작이 될 수 있었을까. 제9회 임화문학예술상 심사위원들(구중서, 최정례, 유성호)에 따르면, “이 책은 아직도 충분히 조명되고 해석되지 못한 현대문학사의 고전들을 읽고 해석하고 평가하는 일련의 고독한 과정을 통해 한국문학의 성취와 결여를 면밀하게 동시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문학장과 비평의 역할에 대한 컨텍스트를 풍요롭고 입체적으로 제시하는 한편, 텍스트의 기표와 흐름과 맥락과 궁극을,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따라잡는 미학적 집념과 성실성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의 비평은 텍스트에 대한 평면적 해석에 머무르는 경우가 거의 없다. 동어반복에 가까운 해설 편향의 비평 풍토에서도 그는 거리가 멀다.”

요컨대, 그의 비평이, 비평적 글쓰기가, 그리고 비평적 안목이 자기 안일을 거부하는 날카로운 미학적 집념에 의해 움직였다는 평가다. 

미학적 집념과 성실성

심사위원들이 또 하나 ‘비평가 권성우’에게서 세심하게 읽어낸 미덕은, 그의 글이, 문장이, 숨이 ‘공감의 영역을 넓혀가게끔 섬세하게 배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렇게 마무리 지었다. “우리는 가끔씩, 문득, 권성우 비평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텍스트의 상황과 심연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기회와 욕구를 얻기도 한다. 비평이 텍스트의 後景이 아니라 指南이 되기도 함을 그는 여러 번 우리에게 선사한 바 있지 않은가. 그에게 주어지는 임화라는 이름의 문학상이 그의 이러한 ‘고독’한 비평 행로에 크나큰 격려와 위안과 다짐의 기회가 되기를, 마음 깊이, 바라마지 않는다.” 

임화문학예술상은 한국 근대문학사상 독보적인 존재로 불꽃처럼 살다간 임화의 문학적 학문적 업적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해 제정된 상으로, 임화의 문학예술사적 업적에 갈음하는 창작, 비평, 학문 및 실천적 활동에 업적을 남긴 인사에게 수여해 왔다.

역대 임화문학예술상 수상자는 백무산(『거대한 일상』, 2009년, 제1회), 최원식(『제국 이후의 동아시아』, 2010년, 제2회), 손택수(『나무의 수사학』, 2011년, 제3회), 안도현(『북항』, 2012년, 제4회), 김흥규(『근대의 특권화를 넘어서』, 2013년, 제5회), 나희덕(『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2014년, 제6회), 김사인(『어린 당나귀 곁에서』, 2015년, 제7회), 강영주(『통일 시대의 고전 『임꺽정』 연구』, 2016년, 제8회)다. 

임화문학예술상 수상식은 오는 10월 13일(금) 숙명여대 100주년 기념관 6층 신한은행홀에서 식전행사 제10회 임화문학심포지엄에 이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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