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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수준의 연구소를 지향하려면
세계적 수준의 연구소를 지향하려면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7.08.14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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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기 HK사업단의 기본 입장과 ‘재진입 불가’에 대한 반박

인문한국(HK)사업은 교육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이 “대학 내 인문학 연구소 집중 육성을 통해 인문학 연구 인프라 구축 및 세계적 수준의 인문학 연구 성과를 창출한다”는 목표로 2007년부터 10년 동안 시행해왔다. 현재 43개 연구소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007년 처음 선정됐던 16곳은 8월말로 사업이 종료된다.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한국문화연구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1기 사업단의 기본 입장과, 이들의 ‘재진입 불가’를 반박하는 내용을 정리했다. 

 

기본 입장

작년 예산 획득 과정과 교육부에서 연속 사업을 지속적으로 천명한 것을 감안한다면, HK 신규사업비 130억을 완전히 새로운 사업단과 기존사업단의 재진입 예산으로 각각 50% 이상 설정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이때 기존사업단은 HK교수 인건비를 제외한 사업비 중심으로 편성하고 완전 신규사업단은 HK교수 인건비를 포함한 예산으로 편성해 운영할 수 있다.

대형 기준으로 사업비(HK연구교수와 연구원 인건비 포함) 7~8억, 중형 기준으로 3~4억 이상 지원하고, 한국 인문학의 창신을 통한 세계적 수준의 연구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2기 재진입 지원 HK연구소 수를 늘여야 한다.
 
제1기 HK사업의 경우 2012년 이후 신규사업단 모집을 중단했는데, 이번에 제1기 사업의 연장으로 신규사업단만을 새롭게 모집한다는 것은 논리적 타당성을 잃은 조치다. 따라서 제2기 사업의 경우 제1기 사업에서 나타났던 제도적 문제점을 보완하고 새롭게 재편하되, 모두에게 개방된 사업을 지향해야 한다.

2017년 6월 이미 제출한 10년 사업에 대한 최종보고서를 최대한 빨리 검토·평가해 제2기 사업의 시작에 기존사업단이 진입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 과거의 BK사업 등에서는 1기 사업의 종료와 동시에 2기 사업에 기존사업단이 진입할 수 있도록 보장했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2022년까지 43개 사업단의 10년 사업이 순차적으로 종료됨에 따라 교육부는 이들 사업단이 계속해서 세계적인 연구소로 나아갈 수 있는 예산 확보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재진입 불가’ 논리의 주요 문제점

(1) 예산에 신규 8개 사업단으로 정해져 있다
[반박] 2016년 9월 이후 HK후속 사업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후속사업은 새로운 사업이므로 신규사업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했기에 신규사업단이라는 말이 들어간 것이다. 또 8개 사업단이라고 한 것은 10년 사업이 끝나는 16개 사업단 중 평가를 통해 그 중 절반인 8개 사업단이 새로 들어간다는 개념에 의해 이뤄진 말이다. 따라서 예산확보의 기본 취지에 의하면 신규사업단이란 후속 사업에 새로 편입되는 사업단을 말한다.

(2) 종합평가가 끝나지 않은 연구단의 새로운 사업 참여가 불가하다 
[반박] 일정 기간의 사업이 끝나면 그에 대한 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동의한다. 그러나 다음 몇 가지 측면에서 현재의 재진입불가는 문제가 있다. 
첫째, 사업의 단절로 인하여 HK연구교수의 고용이 이어지지 않음으로써 어렵게 확보한 연구진이 흩어지고 연구인프라가 무너지게 되는 문제가 있다. 
둘째, 10년 사업이 종료되는 16개 사업단은 6월초 이미 10년의 종합보고서를 제출했으므로 이에 대한 평가는 지금 단계에서는 거의 끝난 상태여야 하며, 이것이 새로운 사업에 신청할 때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무엇보다 BK사업 등 여타 사업의 경우 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재평가와 함께 재진입이 이뤄졌던 것으로 볼 때, HK사업만 새로운 사업에 바로 진입할 수 없다는 것은 모순된다.

(3) 신규로 들어가기를 바라는 사업단이 많다
[반박] 당연히 신규로 들어가려는 사업단이 있을 수 있으나 2016년 9월 예산확보 과정에서 논의의 전제가 기존사업단이 더 한층 발전하기 위한 지원이었고, 2012년 이후 신규사업단이 선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2017년 초까지 새로운 사업단의 진입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신규로 들어가기를 바라는 사업단이 많다는 것에는 논리적 함정이 있다. 

즉 기존사업단의 재진입이 불가하다는 방침이 알려진 이후에 신규로 참여하기를 바라는 사업단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 논리적인 해석이다. 따라서 기존사업단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채 누군가에 의해 신규 사업 중심으로 하겠다는 논리가 이미 은밀하게 전해졌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 또 예산확보 과정에서 8개의 신규사업단을 언급할 때, 기존사업단의 재진입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사업단을 포함한 8개의 포스트HK 사업의 시작을 의도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10년의 경험을 통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성장한 연구소를 완전 배제하고 신설 연구소로만 세계적인 연구소를 만들겠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논리적인 모순일 수밖에 없다. 

(4) 10년 지원을 했으면 자생력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
[반박] 인문학 분야에서 10년의 지원을 통해 완전한 자생력을 가진 연구소가 생긴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시각이다. 이공계통의 BK연구소도 7년 1단계 지원으로 완전한 자생력을 가진 연구단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인문학은 장기지원이 필수적인데, 지난 10년의 지원으로 자생력을 가져야 하고 그런 이유로 더 이상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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