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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인문한국플러스 사업, 기본 철학을 잃어버렸다
2017년 인문한국플러스 사업, 기본 철학을 잃어버렸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7.08.14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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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_ 2017 HK+ 지원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난 9일 ‘2017 인문한국플러스(HK+, 이하 HK+) 지원사업 신청요강 공고’를 내면서 HK+ 사업을 가시화했지만, 이달 말 사업이 종료되는 1기 HK사업단을 비롯 기존 참여 연구단들의 반발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세계적 연구소 육성’을 국가적 사업으로 깃발처럼 들어 올렸던 사업 취지는 빛바래졌고, 인문학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거시적 시좌는 옹색해지고 말았다.

2017년 HK+ 내용은?

전국 4년제 일반대학(고등교육법 제2호 제1호) 인문학 분야 부설연구소를 대상으로 한 2017 HK+ 사업은 총액 359억원(계속 27개 223억원, 신규 8개 내외 136억원) 규모로 진행되며, 사업기간은 기재부와 2017년 예산 협의 과정에서 기존 10년에서 7년으로 사업 기간이 조정됐다. 

유형별로는 △인문기초학문(최대 17억원 지원) 5개 연구소 내외 △해외지역(최대 17억원 지원) 1개 연구소 내외 △소외·보호/창의·도전(최대 17억원 지원) 1개 연구소 내외 △국가 전략·융복합(최대 17억원 지원) 1개 연구소 내외(톱-다운 방식)를 선정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총 8개의 연구소에 성과학산총괄센터 1개(기존 사업 수행 연구소 중 지정해 HK 연구소 간 네트워크 및 사회적 확산(홍보 등) 기능 수행)를 지원한다(표 참조). 

2017 HK+ 사업 지원계획이 공개되기 전에 가장 논란이 됐던 기존 연구소의 ‘신청 불가’ 입장은 철회되거나 수정되지 않았다. “’07년 이후 HK 수행 연구소(하위 단위 연구소 포함)는 신청 불가”라고 못 박았다. 

뿐만 아니라, “’07년부터 HK사업을 지원받으면서 HK교수를 정년트랙 임용 필수 조건(HK사업관리운영규칙(’14.4.25.제정) 제14조제1항 및 제24조제3항)을 미이행한 대학에 소속된 모든 부설 연구소는 ’17년 이후 HK+ 사업에 신청 불가”라고 명시함으로써, HK교수 임용 승계 문제까지 의식해 관련 규칙을 강화하기까지 했다.

첨예한 문제로 불거진 '임용 승계'건을 의식해, 정년 보장 전환과 관련 기존의 '10년 이내 규정상 확보된 인원의 50% 이상 정년보장' 항목을 아예 '폐지'하고 이를 전적으로 대학 자율에 맡긴 것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담당자는 영전했지만…

2017 HK+ 사업의 윤곽이 그려질 즈음, 기존 HK연구단은 활발하게 ‘개선안’ 의견을 피력해왔다. 신규 예산 130여억원을 1기 사업단에 지원함으로써 HK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또한 2017 HK+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수백명이 넘는 참여 연구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심각한 상황을 경고하면서, 세계적 연구소 육성이라는 사업의 애초 취지를 적극 반영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2017 HK+ 사업이 발표되면서, HK연구단이 품었던 일말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연구단의 의견에 귀 기울이던 교육부 담당자는 영전했고, 후임 학술장학지원관(국장)은 세종시까지 찾아간 HK연구소 회장단의 ‘泣訴’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2018년도에 반영하겠다’는 모호한 대답만 돌아왔다. 

인문학 진흥을 위해 국가가 팔 걷고 나섰던 국책 인문학 인프라 구축 사업은 도대체 왜 이렇게 정체불명의 ‘일몰사업’, 한시적 시혜나 받는 천덕꾸러기 사업으로 전락한 것일까. 

다섯 가지 문제점

교육부는 지난 10년 동안 4천400억 원의 막대한 예산을 지원해 43개 인문한국 연구소를 우수 연구소로 성장시켰다. 그런데 이 연구소 연구의 지속성과 세계적 연구소로 발돋움하기 위한 사업비(HK 교수 인건비를 제외한 경비)가 지원되지 못하면, 그간 막대한 예산을 들인 HK연구소의 사업이 중단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2017 HK+ 사업 그림이 나왔음에도 HK사업단을 포함해 학계가 반발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첫째, 1기 사업단을 비롯 ‘세계적 인문학 연구소’를 지행해왔던 그간의 노력과 성과가 원점으로 돌아갈 우려가 크다. 이들이 그간 걸어왔던 실패의 길조차 인프라 구축에 훌륭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이번 신규 사업으로 그간 축적해 온 인문학 연구 집단의 해체와 한국 인문학 역량의 큰 손실이 예상된다. 2017 HK+ 사업에 내재된 기본 정신은 2007년 사업 원년의 철학과 과연 합치하는가.

둘째, 이달 말 사업이 종료되는 16개 HK연구소 연구 인력의 대량 실직 문제다. 부산대를 비롯 국공립대 HK교수단이 ‘임용 승계’를 요청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HK교수’들이 이럴진대, 연구교수와 보조인력, 직원 등의 일자리 문제, 생계 대책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새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의 기본정신은 밑돌을 빼서 윗돌 고이는 그런 정책인가. 

셋째, 2017 HK+ 사업을 발표하면서 교육부와 연구재단은 중요한 정책을 앞두고 제대로 된 ‘공청회’조차 거치지 않았다. 혹시 항의 방문한 사업단 교수들의 목소리를 공청회 여론 수렴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중대한 직무유기다. 왜 주요 정책 시행을 앞두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여론 수렴을 생략한 것일까. 누군가, 다른 어떤 조언 그룹이 존재해 이들로부터만 ‘유익한’ 정보를 가려 들었다면 이야말로 ‘적폐’다.

넷째, HK사업 10년에서 강조해야 할 점은 ‘내용’인데, 정작 내용은 안 보고 ‘규정’만 강조하는 본말전도 현상이 빚어졌다. 세계적인 연구소는 단순한 수사였고, 박사들에 대한 일시적인 생계 지원 제도로 협소하게 이해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다. 새로운 사업을 전개할 때, 10년간 이룩한 인문학적 성과와 가능성을 꼼꼼히 챙겨본 뒤,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지원책을 유인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데도 왜 규정만 강조한 것일까. 연구재단의 평가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다섯째, 사업 철학의 훼손, 박사연구자들의 대량 실직 사태, 불투명한 절차, 내용 평가가 아닌 ‘규칙’ 강조에서 확인된 평가 시스템 문제 등은 결국 이번 HK 문제를 ‘국정조사에서 다뤄야 할 사안’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학계 일각에서 '연구재단 국정조사론'을 조심스레 검토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려오는 이유다.

HK사업의 기본 취지 및 경과

HK사업은 2006년 인문학 위기 선언과 미래 국가발전을 위한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제고되는 가운데, 당시 집권당인 민주당의 적극적인 지지에 의해 추진된 사업이다.  학문후속세대인 박사들의 미취업 사태의 심각성, 학과 단위를 넘어서는 세계적인 인문학연구소의 육성이라는 미래지향적 필요성에 의해 현재의 HK사업이 가시화됐다. 

지난 10년(2007~2017)의 노력을 통해 현재 43개 연구소에 총 415명의 인문학분야 전임연구인력(전임HK교수 227명, 비전임 HK연구교수 188명)을 채용하고 있고, 2017년 5월말 현재 총 7천158건의 논문과 2천297권의 저역서를 발간했다. 이는 인문학 분야 학과 소속 교수의 연구실적 대비 3배 높은 성적표다.

HK연구소는 현재 국내외 인문학 연구 담론과 방향을 선도하고 있으며, ‘사회적 양극화’, ‘4차 산업혁명’, ‘분단과 통일’, ‘동아시아와 세계정세’ 등 국가적 및 사회적으로 시의성이 있는 의제를 선제적으로 연구 개발해왔다. 

제2기 HK사업의 혼선

이러한 10년의 공력 위에 전개될 제2기 사업은 기존의 사업팀이 세계적인 연구수준을 갖도록 더 한층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며, 새로운 사업팀의 진입에 의해 연구의 외연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돼 왔다. 

문제는 지난해 2017 예산편성 과정에서 불거졌다. 교육부는 2017년도 예산편성 과정에서 HK사업이 ‘10년 일몰사업’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새로운 사업을 위한 예산을 편성하지 않다. 모든 사태의 발화점이다.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는 소식을 접한 HK사업단들은 각계각처를 뛰어야 했다. 불행중 다행으로 2016년 9월 HK사업단 협의회의 노력과 국회의원의 도움을 받아 130억의 추가 예산을 편성할 수 있게 됐다. 당시 교문위 소속 도종환 의원(민주당 간사, 현 문화체육부 장관)은 물론 강길부, 유은혜, 손혜원 의원과 유성엽 교문위 위원장의 적극적인 지지와, 김재경, 정갑윤, 유승민, 김세연 의원 등의 도움이 있었다.

HK사업단들은 이 예산이 제2기 HK사업을 위한 예산이므로 신규로 시작되는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신규사업’으로 명명하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제1기 사업단의 재진입과 처음 진입하는 사업단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사업으로 구상해 예산이 편성된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와 연구재단의 ‘신규사업’에 관한 생각은 달랐다. 

교육부와 연구재단은 ‘신규 사업’이라는 말에 대해 원래의 예산 추가 편성 기본취지에 어긋나는 해석을 내렸다. 여기서 혼선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즉 연구재단의 정책연구 등을 통해 볼 때 연구재단의 입장은 ‘1기 사업단에 대한 계속 지원’에 맞추어져 있었는데, 교육부는 사업 종료를 2개월 앞둔 시점에 기존사업단을 2기 사업에서 배제한다는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제1기 사업단에 엄청난 충격과 혼란을 던졌다. 

2017년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한 국회 논의과정에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이에 대한 학계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교육부가 제2기 HK사업에서 기존사업단을 배제하는 것에 대한 합리적 근거나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된 HK+ 지원사업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학계에서는 ‘인문학 연구소의 집중 육성을 통한 인문학 연구의 인프라 구축, 세계적 인문학 연구 성과 창출’(2017년 신청 요강)이란 사업 목적에 위배되는 설계 방식으로 2017 HK+ 사업안이 제출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참여 인력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이번 HK+ 사업안은, 기존1.5억원 당 HK교수 1인 채용에서 3억원 당 1인으로 후퇴했으며, 70%이상을 인건비에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삭제했다. 한 교수는 “현재 신청 요강에 따르면 최대 17억원을 지원받는 경우, 극단적으로 HK 교수 4인만 채용하고 나머지는 전부 사업비로 사용할 수 있다. 즉,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에게 인건비를 주고 HK연구교수는 채용하지 않은 채,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연구원에게는 유리하지만 실제로 연구를 수행하는 HK인력은 축소됐다는 지적은 다른 부분에서도 확인된다. 연구소의 육성 취지에 어긋나는 일반연구원 채용 규정을 제시한 부분이다. 현재 신청 요강에 따르면 정년 보장과 관련해 일반연구원 채용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연구소에서 실질적으로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연구 인력들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또한, 과거 10년 동안 나타난 부작용이었던, 사업비만 가져가고 실질적으로 연구는 하지 않는 일반연구원들의 폐해를 강화할 위험이 크다. 

또 하나. 일명 'Top-down'  방식의 사업을 포함시켰다는 것도 의아한 대목이다. 한 교수는 "과거 세월호 사건 때, 관련 연구소에서 어떤 발언도 하지 않았잖은가. 스스로 주요 의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런 경험에 비춰 국가가 특정 의제를 제시하는 것은, 문제는 있겠지만 수용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라고 지적했지만, 기존 수행팀의 유사 어젠다로, 기존 연구 수행팀의 연구 성과가 도용될 측면까지 있어 문제가 된다. 게다가 '중복 지원'의 혐의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과거 2007년에도 학제간 및 융복합 연구를 장려하긴 했지만, 특히 이번 신청 요강에서의 융복합은 인문학을 지나치게 기능적으로 이해해, 도구화함으로써 오히려 부차화 한 느낌을 준다. 

제2기 HK사업 이후를 보는 관점

그렇다면, 2017 HK+ 사업과 관련된 이 후폭풍을 어떤 관점에서 해소할 수 있을까. 다수의 경로를 통해 확인된 학계의 공통 의견은 이렇다. 

기존 1기 HK사업단의 경우 2017년 8월 제1기 사업이 종료됨에 따라 연구재단의 지원으로 고용했던 HK교수 전원을 정년 때까지 소속 대학에서 인건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따라서 교육부는 재진입하는 1기 HK연구소에 사업비만 지급함으로써 1기 HK사업에 비해 훨씬 적은 지원을 통해 우수한 HK연구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을 유지하면서 더욱 세계적 수준을 갖춘 연구소로 발전시킬 수 있다.

10년 사업 종료 이후 대학은 HK교수의 정년 때까지의 신분보장과 함께 재정을 부담하는 데 그 규모는 HK 연간 예산의 약 60%에 달한다. 대학의 막대한 재정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사업비 지원 중단으로 HK연구소의 사업이 종료된다면 결과적으로 10년간 4천400억을 들인 효과를 무화시킴은 물론 대학 재정지원 사업에서 대학과 교육부가 함께 구축한 좋은 협업 모델을 방기하는 셈이다.  

기존사업단이 더 한층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2017년에 10년 사업이 종료되는 16개 사업단에 대한 빠르고 엄정한 평가와 동시에 새로운 진입이 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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