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회에서 공생사회로
경쟁사회에서 공생사회로
  • 박혜영 인하대·영문학
  • 승인 2017.07.1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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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1859년 『종의 기원』이래 많은 진화론자들은 자연세계를 줄곧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했다. 나아가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은 정글의 법칙만이 아니라 인간세상에서도 중요한 생존기술로 통하게 됐다. 동물이나 인간이나 모두 그 본질은 이기적 유전자이고, 생존을 향한 서로 간의 경쟁이 만물의 본성이라는 것이다. 물질적 성공과 경제적 이윤이 모든 사람들의 목표가 되어버린 지금으로서는 이렇듯 경쟁심과 이기심으로 사회진화를 설명하는 것이 더 그럴듯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로 이기심이나 경쟁심이 모든 생명체의 본성일까?

언젠가 한 동물학자로부터 반대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바다표범은 하렘을 형성하는 대표적인 포유류로 번식기가 되면 다른 수컷과의 영토싸움에서 이긴 한 마리의 가장 뛰어난 알파수컷이 약 30마리의 암컷무리들을 모두 차지한다. 이때 싸움에서 진 수컷은 그 무리를 떠나야하고, 따라서 다른 암컷들과 짝짓기도 할 수 없다고 한다. 그야말로 승자독식 사회인 것이다. 그런데 예외가 있더라는 것이다. 짝짓기 결투에서 패한 수컷이 무리를 떠날 때 놀랍게도 몇 마리의 암컷들이 알파수컷의 눈을 피해 쓸쓸히 무리를 떠나는 패자를 따라나서는 알 수없는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들이 동정심에서 따라나선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심오한 이기적 계산인지는 물론 알 수 없지만 경쟁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자연에 있음을 보여준다.

또 다른 예는 사회주의 혁명가인 로자 룩셈부르크의 옥중편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녀에 따르면 많은 철새들이 겨울철이 되면 추운 시베리아를 떠나 따뜻한 남쪽으로 대규모 이동을 하는데, 이때만큼은 이상하게도 큰 새들이 작은 새들을 사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보통 때는 큰 새들이 작은 새들을 공격하기 일쑤지만 철새들의 이동 철이 시작되면 놀랍게도 큰 새들이 날개를 파닥거리면 힘겹게 날고 있는 작은 새들을 잡아먹지 않고 오히려 같이 나란히 남쪽으로 날아간다는 것이다. 먼 길을 가야하기에 훨씬 더 치열한 생존경쟁이 존재할 법도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라는 이야기이다. 

마지막으로는 인디언 부족의 유명한 이야기를 들 수 있다. 미국의 한 인디언 부족의 아이들이 한번은 학교사정으로 인해 백인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게 됐다. 백인선생님은 평소에는 토론식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에게 책상을 둥글게 맞댄 채 서로 마주보며 앉게 했다. 그러다가 시험날짜가 다가오자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시험대형으로 책상을 다시 배열하라고 말했다. 백인아이들은 모두 일렬로 책상을 가지런히 줄을 세웠는데, 인디언 아이들만이 여전히 둥글게 책상을 맞대어놓은 채 앉아있더라는 것이다. 그러자 선생님은 “얘들아, 모두 시험대형으로 책상을 바꿔야지”라고 다시 채근했는데, 인디언 이이들의 대답은 이러했다고 한다. “선생님, 우리 추장님께서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모두 다 같이 힘을 합해 해결하라고 하셨어요.” 

우리는 경쟁과 이기심이 인간의 본질이고 사회발전의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으로 소위 진화를 거듭했다고 알려진 자연세계에서도 우리는 얼마든지 반대의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언젠가 나는 학교연못가를 거닐다가 버드나무에 몸을 기대고 살아가는 가느다란 넝쿨나무를 본 적이 있다. 한번은 엄청나게 센 태풍이 몰아쳐 나무들이 여기저기 뿌리 채 뽑혀나가게 됐는데 놀랍게도 바로 옆의 큰 나무는 뽑혀나갔는데도 작은 넝쿨이 감아 올라간 그 버드나무는 온전하게 서있었다. 진정한 자연의 법칙이란 어쩌면 우리의 생각과 달리 작고 힘없는 것들은 큰 것들에게 기대어 살고, 힘 있는 큰 것들은 작은 것들을 돌보며 공생하는 것인 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이토록 무수히 많은 종들이 모두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겠는가? 공생하며 서로 돌보는 것이 진짜로 자기 종을 보존할 수 있는 자연의 법칙이라면 인간의 본성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경쟁심을 자극하는 교육이란 인간이 만든 인위적인 법칙에 불과함을 깨달을 수 있도록 표트르 크로포트킨의 『만물은 서로 돕는다』를 이 무더운 여름밤에 권하고 싶다.  

 

 

박혜영 인하대·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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