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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 너무 경박스럽다
교육개혁, 너무 경박스럽다
  • 이덕환 논설위원/서강대·화학
  • 승인 2017.07.17 16: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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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이덕환 논설위원/서강대·화학

교육정책이 다시 널뛰기를 시작하고 있다. 자사고·외고를 폐지하고, 혁신학교를 확대하고, 고교 무학년 학점제를 시행하고,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모두가 메가톤급 폭탄이다. 그러나 아무리 대선 공약이라도 최소한의 절차는 거쳐야 한다. 절차적 정당성은 사드 배치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겉으로는 법치와 협치를 외치면서 속으로는 권한과 권위만 고집하는 구태는 확실하게 버려야 한다. 국정 농단의 아픈 기억 탓에 솥뚜껑만 봐도 놀라는 국민의 안타까운 입장도 헤아려줘야만 한다.

맹목적인 경쟁만 부추기던 신자유주의적 수월성 교육의 폐해를 극복하고, 공정성과 계층 사다리를 강조하는 보편·평등 교육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적절한 수준의 수월성 교육도 필요하고, 공정한 보편 교육의 꿈도 포기할 수 없다. 과도한 경쟁을 어느 정도로 순화시키고, 완벽한 평등의 꿈을 어느 정도까지 추구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현장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입시 과열이 대학의 서열화 탓이라는 지적은 섣부른 것이다. 대학의 완벽한 평준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결코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사실 대학 서열화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학연을 ‘코드’로 악용하는 부패·비리를 대학 서열화 탓이라고 오해하고 있을 뿐이다. 고위직은 코드 인사로 채우면서 하위직에는 블라인드 채용을 강요하는 ‘내로남불’식의 정책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자사고·외고를 혁신학교로 대체하겠다는 구상도 엇박자다.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 사립학교인 자사고·외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려면 4천억 이상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극심한 학력 저하 논란에 휩싸인 혁신학교의 확대에도 엄청난 예산이 들어간다. 결국 자사고·외고를 혁신학교로 대체하면 일반고에 대한 재정 지원은 심각한 수준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무학년 학점제도 어설프다. 수준별 수업도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예산도 부족하고, 경쟁의 공정성도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멀리 떨어진 자사고와의 차이도 용납하지 못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무학년 학점제는 견디기 어려운 형벌이 될 것이 분명하다.
새 정부가 무엇보다 서둘러 해결해야 할 문제는 따로 있다. 자사고·외고에 대한 불만을 폭발시켜버린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폐지하는 것이다. 학생에게 ‘희망진로’를 위해 모든 노력과 자원을 집중 투자하도록 강요하고, 한 순간의 방황이나 실수도 용납하기 않겠다는 학종은 지극히 반교육적이고 폭력적이다. 성장기의 청소년에게 미래의 희망진로를 선택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중학교의 자유학기가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될 수도 없다. 부모도 함부로 할 수 없는 학생들의 내밀한 희망진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현재 직업의 절반이 사라질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실제로 대학의 입학사정관이 학생부의 비교과 영역과 자기소개서를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없다. 그런데도 많은 대학이 학종을 선호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속빈 강정에 불과한 진로설명회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원하는 학생을 마음대로 뽑을 수 있도록 해주는 대학에게 더 없이 좋은 제도이기 때문이다.

교육에 대한 어설픈 형식논리적 논쟁은 그만 둬야 한다.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창의·인성과 학습 부담 경감이 교육의 목표가 될 수 없다. 애써 노력해서 배울 가치가 있는 것은 어렵더라도 가르쳐야 한다. 비비꼬인 객관식 수능 문제를 푸는 기능훈련은 진정한 교육이 아니다. 융합이 대세인 세상에서 희망진로에 따라 ‘맞춤형’을 강요하는 자가당착적인 교육정책은 폐기해야 한다. 고등학교 1학년에서 끝나는 문·이과통합 교육과정도 재개정해야 한다.


 

 

 

 

 

이덕환 논설위원/서강대·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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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현 2017-07-18 16:10:18
좋은 말씀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