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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론과 중력의 만남, 수식 없이 이뤄지다
양자론과 중력의 만남, 수식 없이 이뤄지다
  • 김재호 과학전문기자
  • 승인 2017.07.12 14: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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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드로 읽는 과학本色_190. 스티븐 호킹의 제자가 쓴 『우주, 시간, 그 너머』

지금까지 『우주, 시간, 그 너머』(크리스토프 갈파르 지음, 김승욱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2017) 같은 책은 없었다. 우주와 양자세계를 다루면서 E=mc 외에 그 어떤 수식(공식 혹은 방정식)이 나오지 않는다. 책 속엔 그 흔한 이미지나 사진 한 장 없다. 

그런데 그 어떤 책보다 이해가 잘 된다. 아인슈타인의 이론과 물리학의 최전선에서 나오는 양자역학, 우주의 시작과 끝인 빅뱅·인플레이션 이론과 다중우주론의 4단계,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특이점과 블랙홀까지 말이다. 

저자인 크리스토프 갈파르는 케임브리지대에서 이론 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스승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스티븐 호킹 박사다. 현재 갈파르는 과학을 대중에게 손쉽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갈파르는 책에서 이동 가능한 정신체로 변해서 아주 작은 세계나 아주 큰 세계로 여행을 간다. 양자 안으로 들어가 미동하는 끈들을 발견하고, 우주의 끝까지 날아가 마지막 산란면과 마주하기도 한다. 일종의 사유실험이다. 그리고 아주 작은 세계와 큰 세계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소설처럼 묘사한다. 그래서 어려운 개념을 머릿속에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책은 마치 우주의 소설, 소설의 우주 장르를 개척한 듯하다. 

아주 작은 세계와 큰 세계의 결합

왜 아주 작은 세계와 큰 세계가 합쳐지는 게 중요한가? 이 둘은 어떻게 합쳐질 수 있는가? 아주 작은 세계인 양자세계에서의 물리법칙은 어떻게 우주로 확장되며 인류의 시각을 넓히는가? 또한 이론의 한계는 무엇인가? 갈파르는 “올바른 길을 찾아내서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는 틀린 점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즉 뉴턴의 중력이론,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가진 한계를 끊임없이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뉴턴의 중력이론은 미시세계에 부합하지 않고,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특이점을 설명할 수 없다. 특이점은 시공간이 사라지는 지점으로 블랙홀 안에 있다. 갈파르는 “블랙홀과 우주의 탄생 모두 상당히 작은 공간에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갇혀 있는 사건”이라며 “두 경우 모두 아주 큰 것이 아주 작은 것으로 줄어들고, 중력과 양자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고 적었다. 2015년 인류가 찾아낸 가장 큰 블랙홀은 태양의 230억 배라고 한다. 

양자이론은 아주 작은 것들의 세계를 다루고 일반상대성이론은 아주 큰 것들의 세계와 에너지가 매우 높은 세계를 다룬다. 뉴턴은 그 중간 즈음에 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시공의 비탈 혹은 휘어짐이 중력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한다. 특이점은 부피가 아주 작은 곳에 너무 많은 질량(에너지)이 몰려 있을 때 발생하며, 특이점의 대폭발은 원시 우주를 만들어낸다. 즉 특이점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동시에 우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따라서 아주 작은 세계에 대한 이론과 아주 큰 세계에 대한 이론이 동시에 일관되게 필요한 것이다. 갈파르는 이를 ‘양자 중력 이론’이라고 부른다. 갈파르는 우주의 구조를 설명하는 일반상대성이론과 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것을 설명하는 양자장이론을 섞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인류가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들이 풀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 영역이란 11차원을 가진 끈이론과 다중우주의 4단계인 브레인(brane)과 암흑물질·암흑에너지 등 여전히 많다. 브레인은 얇은 막을 뜻하는데, 우리 우주가 브레인과 같다고 가정한다. 여러 브레인이 가능하고, 닫힌 끈들은 브레인들을 옮겨간다. 

우주의 시작은 양자세계에 대한 관찰로부터 발견된다. 아주 작은 세계가 확장돼 아주 큰 세계를 만들고, 지금도 우주는 가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양자이론이 중요한 이유는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양자장 때문이다. 거대한 우주에 허공은 없다. 물체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힘 운반체인 입자들을 서로 교환하면서 상호 영향을 끼친다. 양자장에 있다는 건 마치 바다 속에 사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우주의 끝에 가면 어떤 느낌일까? 마지막 산란면에 닿는 순간을 크리스토프 갈파르는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엄청난 양의 에너지 같은 것이 손에 닿자 존재하지도 않는 팔뚝에 소름이 돋는다. 빛은 내가 바라보고 있는 벽 너머에 존재하지만, 결코 자유로이 넘어오지 못한다.” 갈파르에 따르면, 마지막 산란면 너머에 적어도 두 개의 벽이 더 있다. 바로 ‘빅뱅’과 ‘빅뱅을 야기한 것’이다. 그는 마지막 산란면은 우리의 과거 속, 약 138억 년 전에 존재한다고 적었다. 

천체물리학의 한계와 우주 원칙

모든 설명이 가능해도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부분에는 한계가 있다. 즉 우주의 팽창과 빛이 가져다주는 시간의 단절,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범위와 반복실험의 불가능성 등. 이에 대해 갈파르는 “지금 지구에서 안드로메다은하 안의 1조 개 별들 중 한 곳으로 전화를 건다면, 신호가 목적지에 닿는 데 약 250만 년이 걸릴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주를 연구해야 할 운명이다. 이 때문에 저자는 세 가지 우주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비슷한 조건에서는 자연이 공간과 시간 속 어디서나 똑같은 법칙을 따른다. 둘째, 지구에서 아주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추측하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어디에도 특별히 더 나은 자리가 없다고 가정한다. 셋째, 먼 은하들이 그가 있는 곳에서 항상 멀어지는 광경. 지구에서 보는 광경과 똑같다. 예를 들면, 우주 어디를 가든 모든 원자의 외곽엔 파동 같은 성질이 있다. 또한 양자장들은 시공간의 모든 곳을 채우고 있고, 양자장들이 없는 진공을 만들 수 없다. 

물고기가 바다 속에 있는 것처럼 모든 시공간은 양자장 안에서 살고 있다. 따라서 언제든 문득 입자가 나타날 수 있다. 입자는 오로지 그들 자신만으로 이뤄진 쿼크, 렙톤, 힉스를 떠올리면 된다. 그런데 우리가 관찰하지 않으면 입자는 가능성들의 파동이지만 우리가 관찰을 해버리면(?) 입자의 위치가 들통 나 다른 모든 곳에 존재하지 못한다. 즉 모든 것을 동시에 존재하는 가능성들로 이루어진 양자파동이 붕괴하는 것이다. 

갈파르를 비롯한 이론물리학자들의 꿈은 그 모든 것이 설명되는 만물의 이론을 성립하려는 것이다. 즉 중력과 양자이론을 결합해보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가 보여준 천체 물리책의 독특한 서술 방식은 다른 우주를 보여주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다. 그 가능성은 창의적인 예비 물리학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열어주어 우주에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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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2017-07-13 01:39:09
통일장이론으로 우주를 새롭게 해석하는 책(제목; 과학의 재발견)이 나왔다. 이 책은 형식적으로는 과학을 논하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인문교양서다. 저자의 심오한 통찰력과 혁명적인 발상으로 우주의 모든 현상을 새롭게 관찰하고 분석했다. 이 책은 수학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우주의 탄생과 운행부터 생명의 본질까지 명쾌하게 설명하므로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참된 과학이론은 우주의 모든 현상을 통일된 하나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사물의 크기, 장소, 형태와 상관없이 우주의 모든 현상을 하나의 원리로 설명하지 못하는 기존의 물리학이론은 국소적인 상황만 그럴듯하게 설명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그리고 우주의 원리를 모르면 바른 가치도 알 수 없으므로 과학이 결여된 철학은 진정한 철학이 아니다. ‘과학의 재발견’은 서양과학으로 동양철학을 증명하고 동양철학으로 서양과학을 완성한 통일장이론서다. 가상적인 수학으로 현실을 기술하면 오류가 발생하므로 이 책에는 수학이 없다.

과학은 현상을 연구하고 철학은 본질을 탐구한다. 그래서 그들이 서로 다른 길로 가고 있지만 계속 전진하면 결국에는 서로 만나야 한다. 왜냐하면 본질을 발견하면 현상을 이해하고 반대로 현상을 이해하면 본질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면 독자의 관점과 지식은 물론 철학과 가치관도 바뀐다. 이 책이 주장하는 법칙은 시간(과거와 미래), 장소(지구와 우주), 크기(거시와 미시), 형태(물질과 생명)와 상관없이 적용되는 통일장법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