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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사업, 시민사회 성숙에도 기여 … ‘기본정신’ 이해해야
HK사업, 시민사회 성숙에도 기여 … ‘기본정신’ 이해해야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7.07.11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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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HK사업 10년, 원점으로 되돌릴 수 없다

인문한국(HK. 이하 HK)사업은 인문학진흥을 위해 대학 내 ‘연구소’ 중심의 연구체제를 확립해 인문학 연구 인프라 구축 및 활용을 통한 세계적 수준의 연구역량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2006년 말 노무현 정부에 의해 예산이 책정돼 2007년 이후 총 43개 연구소를 선정해 10년 동안 지원하는 대형 국책 인문학 사업이다. 다음달 8월이면 16개 연구소의 1단계 10년 사업이 종료될 예정이다.

이 사업을 통해 현재 43개 연구소가 총 415명의 인문학분야 전임 연구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전임 HK교수는 227명, 비전임 HK연구교수는 188명이다. 인문학 분야 박사들의 생계를 돕고, 이들을 선순환적 연구인력으로 활용함으로써 한국 인문학과 대학의 공동화를 막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들은 6천여 편의 논문 등 다양한 성과를 산출해, 인문학 분야 연구 성과의 축적과 확산에 기여했다. 또한 사회적 양극화, 4차 산업혁명, 분단과 통일, 동아시아와 세계정세 등 국가적·사회적으로 시의성 있는 의제를 선제적으로 연구 개발했다.

HK사업을 ‘인력 사업’으로 규정하는 차철욱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HK사업의 자생성을 말하기에는 10년이란 시간은 충분치 않다. 어떤 가능성을 확인한 단계라고 말하는 게 솔직할 것 같다. 이 사업은 연구인력을 안정적으로 선순환시켰다는 게 중요하다.” 연구소를 중심으로 교수-연구교수가 협업해 공동연구, 소수연구를 진행해온 것도 성과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차 교수는 특히 ‘로컬리티’를 중심 의제로 천착한 것에 의미를 매기고 있는데, 부산이란 지역을 중심으로 ‘로컬리티’ 담론의 이론화 작업을 수행함으로써, 지방정부의 정책이나 기획에 ‘로컬리티’의 문제의식이 반영되고 있는 것도 소중한 성과라는 설명이다.

‘일몰논리’의 함정

그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6.30 간담회 조치에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지역은 특히, 인문학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다.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의인문학연구단 같은 경우는 중요한 일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연구소가 주축이 돼 보고서에 일일이 다 기록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사회적 기여를 했다. 이런 사업을 국가가 지원하지 않는다면, 지역은 인문학 불모지로 쉽게 회귀하게 될 것이다.”

2017년 8월 16개 사업단의 10년 사업이 종료되면 남은 연구소는 27곳이다. 그래서 이상한 논리가 만들어졌다. 바로 ‘일몰사업’이란 논리다. 기한을 정하고, 기간이 끝나면 사업을 자동 종료하는 사업을 말한다.

여기서 잠시 HK사업 시행 초기, 사업 의도를 정확히 읽어내는 게 필요하다. HK사업의 밑그림을 그렸던 한 연구자에 의하면, 이 사업은 2046년 한글창제 600주년을 겨냥한 의미심장한 사업이다. 30년간 HK사업을 통해 ‘한글’을 학술어·문화어로 만들 수 있는 학문적 인프라를 구축하자는 전략이 깔려 있다. 이런 HK사업의 기원을 더듬어보면, ‘일몰사업’ 논리는 그 어떤 정신도 사상도 갖추지 못한 단순한 예산논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도 2016년 초 교육부와 기재부는 이 27개 사업단의 사업비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2017년 예산으로 편성하지 않으려 했다. 예산 지원을 중단함으로써 자연스럽게 HK사업을 폐기하려는 속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를 눈치 챈 기존 HK연구소 참여인력과 인문학의 중요성을 인식한 몇몇 국회의원의 문제제기에 따라 ‘Post-HK사업(혹은 2단계 HK사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모아졌고, 이에 따라 8개 사업단의 신규 진입을 고려한 예산 편성이 이뤄졌다.

그런데 ‘신규 8개’라는 말을 교육부와 기재부에서는 2단계 HK사업이 아니라 기존의 HK사업에 신규 연구소가 참여하는 것으로 해석함으로써, 예산 편성의 원래 취지에서 어긋나고 말았다. 이에 따라 2017년 사업 종료되는 16개 연구소의 재진입을 원천 봉쇄함으로써 10년간 축적된 사업성과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사장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6.30 간담회’의 비극성은 여기에 있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계획에 의해 예산이 집행된다면, 10년 사업이 종료된 연구소에서 중요한 연구인력으로 자기 역할을 다해온 HK연구교수 92명은 바로 ‘일자리’를 잃게 된다. 10년간 꾸준히 노력해 길러놓은 연구인력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꼴이 되고 만다. HK연구소 연구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바로 이 대목이다.

그렇다면, 2017년 이후의 HK사업은 어떤 방향을 지향해야 할까. 교육부의 그림대로 ‘신규 연구소’의 진입을 허용하면서, 기존 연구소들의 축적된 성과를 나누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2017년 8월 10년 사업이 종료된 16개 사업단은 물론, 이전까지 참여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업단도 추가로 참여할 수 있는 좀더 열린 2단계 HK사업을 추진하자는 주장이다.

HK사업의 본질과 후속사업의 방향

이를 위해 2017년 예산안에 들어있는 세부사업명 ‘인문한국(HK)’이라는 용어를 좀더 적극적으로 해석해 기존 1단계 사업방식만이 아닌 2단계 HK사업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해석하는 게 원래 예산 편성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1단계 HK사업의 사업비 중에는 전임 HK교수에 대한 인건비가 포함돼 있으나, 사업 진행 10년이 지나면 이 인력에 대한 인건비는 소속 대학교에서 부담하기로 돼 있으므로, 전임 HK교수의 인건비를 제외한 비용만을 사업비로 배정해 사업을 진행할 경우, 동일한 사업비로 훨씬 더 많은 연구소가 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제안도 솔깃하다.

HK사업이 국민세금에 의해 지속되기 때문에 ‘인건비’나 ‘사업비’ 등은 충분히 검토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사업에 내재된 기본 정신의 이해와 공유다. 실은 이 부분이 결여돼 있기 때문에 교육부와 기재부 행정공무원의 펜 끝에서 사업 진행 여부가 결정되는, 장기적인 인문학적 관점에서는 비극적인, 일이 반복된다.

HK사업의 기본 정신을 다시 성찰해보면 다음과 같다.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문학 박사들의 생활 안정을 돕는 것은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인문학 연구자들의 소멸은, 대학 인문학의 소멸과 한국 사회의 인문적 소양의 죽음을 의미한다. 나아가 이들이 선순환 구조 속에서 온축한 인문학은 한국 시민사회의 성숙에 깊은 기여를 하게 된다. 깨어있는 시민, 시민사회의 민주적 성장은 한국사회 전체에 선물이 될 것이다. 안정적 연구인력과, 성숙한 시민사회와 교감하고 연대하는 인문학 연구는, 세계사의 유례없는 질곡을 온몸에 새긴 ‘한국사회’를 자양분으로 세계적 연구소로 뻗어나가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 자명하다.

HK연구소 10년의 積功을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연구자들에게도, 국민에게도, 한국사회의 미래에도 불행한 일이다. 인문정책은 거시적 차원의 긴 호흡이 필요하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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