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21:30 (토)
疏通의 필요조건
疏通의 필요조건
  • 김치경 충북대 명예교수·미생물학
  • 승인 2017.07.10 14: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로칼럼] 김치경 충북대 명예교수·미생물학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이 있다. 그것은 교통이 불편해 교류가 어려웠던 시절에 사용하던 좋은 의미의 말이다. 또 ‘이심전심’이란 말은 상호간의 소통관계가 소원하더라도 상대편의 마음을 알고 서로 신뢰하는 관계를 의미한다.

그와 같은 상호관계는 인구가 적고 경쟁의식이 심각하지 않던 시대에 주로 통했던 표현들이다. 그때에는 소통(communication)의 수단과 방법이 주로 언어를 통한 대화였고 인쇄매체를 통한 글의 교환이었다. 그 후 과학기술이 발달돼 통신기술과 정보산업이 발달된 오늘날에는 전파를 이용하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나 누구와도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 그 내용들 또한 개인의 생각에서부터 세계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모든 정보들이 공유의 대상이 됐다.

더욱이 사회구조가 복잡해지고 전문성이 극도로 발달돼 다양화 된 현대사회에서는 소통문제가 서로의 원활한 관계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됐다. 소통이 허물어지면 개인 간에도 서로 오해가 생기고 불신과 불화로 이어진다. 특히 일반 公衆들과의 소통이 단절되면 이해가 상충되는 집단이나 지역 간에 적대적인 대립관계로 충돌이 일어나 사회는 병들게 된다.

우리 몸에서도 질병의 원인은 마찬가지다. 각 장기의 조직과 세포들이 제각각의 기능이 유기적으로 작용할 때는 건강하지만, 그들 상호간에 자율적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 병이 생긴다. 여러 가지 질병 중에서도 암이 발생하면 본인의 삶이 망가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온가족의 행복도 한꺼번에 사라져버린다. 

암세포는 우리 몸에 처음부터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생명기능에 나쁜 환경조건이나 유전적 원인에 의해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환되는 것이다. 일단 암세포가 되면 주변의 정상세포들과 상호간에 조절(regulation)하고 통제(control)하는 소통기능이 차단되고 혼자서 비정상적 증식활동을 진행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조직이나 기관으로 전이돼 생리기능을 교란하고 조직을 파괴시킨다. 다시 말하면 암세포의 특성은 주변의 다른 세포들과의 사이에 소통기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요즘 고위 공직자들의 낙마 이유 중 하나가 논문표절이다. 그것은 첫째 연구자의 책임과 윤리의식이 부족했고, 둘째로는 연구 결과물에 대한 공개적인 검증과 소통이 안 됐기 때문이다. 작년에 과학기술의 공중소통(PCST: Public Communication of Science and Technology)에 관한 제14차 국제학술회의가 터키 이스탄불에서 있었다. 과학이란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것이고 과학기술 학술회의는 그들이 연구한 업적들을 발표하고 서로 토론하는 모임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 과학기술공중소통회의에는 과학자들 외에 비 과학자들이 더 많이 참석했다. 거기에는 사회학자, 경제학자, 법학자, 언론인, 교육자, 정치가, 행정 관료들뿐만 아니라 문학인과 예술가들까지 사회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관여하고 있다. 그 이유는 과학기술이 과학 기술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이 연구하고 발명한 과학지식과 기술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알려지고 서로 소통할 때 그 학문은 더욱 발전하고 기술은 더 유용하고 정의롭게 활용되기 때문이다.

나는 특히 교육 분야의 소통문제를 생각해보고 싶다.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모두 소통과정인데, 그 내용과 방법은 보통교육과 고등교육에서 구분돼야 한다. 판단의식이 미숙한 학생들에 대한 보통교육은 그 내용이 보편적이고 사회적으로 공인되고 수용되는 것이어야 한다. 보통교육 담당자들 또한 자기의 주장이나 편견을 개입시켜서는 안 된다. 배타성의 모임이나 끼리끼리의 편애는 ‘왕따’를 만들고 편 가르기만을 조장한다. 그 방법 또한 일방적인 가르침이나 지시보다는 양방향의 적극적인 교감으로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개인뿐 아니라 가족의 행복은 구성원들 사이의 격의 없는 의사소통으로 이루어진다. 요즘 1인가구나 주말부부 가정의 증가현상은 가족 간의 일차적인 소통이 멀어지기 때문에 가족의 유대와 결속력이 희박해지고 자기중심적 개인주의가 만연하게 된다. 모든 정보소통은 건전한 조직이나 사회발전에 필요한 수단인데, 그것은 반드시 공평성을 지녀야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소통의 내용이 사실이고 진실인 동시에 공익성이 있어야 한다.

의사소통과 정보공유를 강조하면서 SNS를 이용할 때에 ‘내로남불’, 즉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지탄을 받아서는 안 된다. 소통은 우리의 사회생활에서 나눔이고 협력이며 화합과 발전의 원동력이다. 

김치경 충북대 명예교수·미생물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