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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의 교육적 (역)효과
청문회의 교육적 (역)효과
  • 최희섭 논설위원/전주대·영문학
  • 승인 2017.07.0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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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지 두 달 가까이 되어간다. 많은 분들이 고위직에 임명되었고, 더 많은 분들의 하마평이 무성하다. 아마도 한동안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사회의 각 분야에 많은 분들의 하마평이 오르내릴 것으로 짐작된다. 정권이 바뀌면 적어도 몇 백개의 고위직이 새로운 분으로 바뀐다는 말이 있으니 말이다.

이미 임명되신 분들과 새로 임명되실 분들 일부에 대한 세간의 평 중에서 가장 압권인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새로운 사자성어일 것으로 생각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속된 말을 줄여 말하는 것으로 최근에 언론에 많이 노출된다. 아마도 예전에 고위직에 임명된 분들에게 했던 말을 자신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일부 높은 분들 때문에 나온 말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중에 발표한 공약에서 고위직에 부적합한 다섯 가지 조건을 발표하며 여기에 해당되면 일체의 관용없이 임용에 배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다섯 가지는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논문표절, 병적면탈 이다. 이 조건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국민에게는 아무 관련이 없다. 위장전입을 하거나 부동산투기를 할 정도의 넉넉한 생활을 하는 국민은 소수이다. 세금을 탈루할 만큼 수입이 많거나 소위 빽이나 다른 핑계로 군복무를 면제받는 국민도 아주 적다. 논문을 표절할 정도의 학자도 매우 소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공약으로 발표한 것은 과거에 고위직에 지명된 분들이 이러한 법을 어기는 행동을 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국민은 대통령 후보의 공약을 신선하게 받아들이고 이 공약은 반드시 지켜지리라 기대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지도자의 진실성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순진한 국민은 이를 그대로 믿었다고 생각된다.

국회의 청문 절차가 필요하지 않은 고위직 지명자가 이러 저러한 흠이 있다 하더라도, 대통령에게 꼭 필요한 분이라고 짐작해서 많은 국민은 용인하였다. 그렇지만 큰 흠결 때문에 청문회를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는 분들을 보면서 국민은 무엇을 배울까 의문이 든다. 그분들이 지명된 직책을 담당하든 안하든 상관없다. 그 분들의 흠결이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약속한 다섯 가지 조건 중의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아니 그에 미치지 않더라도 상당한 정도의 흠결이 있다면 그 자리에 연연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적어도 교육적인 면에서는 그리해야 한다.

대학의 교육은 사회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사회의 흐름을 신속하게 따라가기를 바란다. 산학협력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체와 학교가 여러 가지 사업을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 교육부의 대학 지원이나 평가에서 사회와의 협력이 중요한 요소의 하나인 이유가 대학 교육이 사회 현실과 유리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 교육은 학교 울타리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학교 밖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고 할 수 있다.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사회 현상을 보면서 대학생은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진로를 정한다. 최근에 실시된 지방직 공무원 시험의 지원자가 22만명이 넘었다. 이 숫자는 서울지역의 지원자를 제외한 숫자인데, 서울지역에 중복 지원한 숫자까지 합하면 30만이 넘는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회의 청문회를 거치는 고위직일 것이다. 

이들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대학에서 배우는 것보다 더 많은 생활의 지혜를 청문회에서 배울 것으로 짐작된다. 청문회 자리에 나오는 고위직 지명자들은 성공적인 삶을 살아왔기에 국민의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 이 점에서 그 분들은 일종의 교육자이며 모범이다. 모든 국민이 그 분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살아서 나라와 국민에게 크게 봉사하겠다고 결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청문회가 교육에 끼치는 (역)효과는 매우 크다. 교육적인 (역)효과만 고려해서라도 청문회에 나오는 고위직 지명자들은 큰 비리뿐만 아니라 사소한 흠결도 없었으면 싶다.

 

최희섭 논설위원/전주대·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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