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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학을 시작하는 후배 연구자들에게
무용학을 시작하는 후배 연구자들에게
  • 김주희 충남대 박사후연구원·무용사회학
  • 승인 2017.06.22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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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김주희 충남대 박사후연구원·무용사회학
▲ 김주희 충남대 박사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자신을 소개해야 하는 상황을 끊임없이 맞이하게 된다. 비슷한 직종에 있지 않는 한 자신의 일을 상대방에게 소개하는 일은 쉽지 않다. 무용이론을 하고 있는 나에게는 특히 그렇다. 그것도 그럴 것이 그 동안 무용학에서는 무대 현장과 실기 영역의 활동을 무용이론보다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독립된 학과의 학문 영역으로 자리매김한 지 미국은 85년 남짓, 한국은 54년 정도 밖에 되지 못해 다른 학문과 비교해 볼 때 그 역사가 짧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무용학 전공자들은 ‘무역학과가 아니고 무!용!학과’라고 소개 한 경험이나 ‘무용과에도 박사가 있냐?’는 웃지 못할 질문을 받은 경험이 한 번쯤은 있는 것 같다. 무용학에 대해 생소해 하는 사회 인식 외에도 현재 무용학과는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몇 학교가 이미 폐과됐으며, 다른 학과 안에 통합되는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무용학에 발을 들여 놓기 시작하는 몇 안 되는 후배 연구자들에게 나의 경험을 말해주고 싶다.

첫째 자신의 학습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이공계나 다른 인문, 사회학과의 경우 실험실이나 대학원생들을 위한 연구실이 대부분 마련돼 있다. 하지만 무용의 경우 아직도 실기의 측면이 강조되다 보니 무용실 시설만 제공될 뿐 연구공간이 마련되지 못한 곳이 많다. 학과와 행정실에 필요공간을 요구하기 어렵다면, 자신에게 맞는 학습 환경을 스스로 마련하는 것이 효율적인 연구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둘째 무용학 연구에 관심이 있다면 선택과 집중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무용학의 경우 학부시절까지는 실기 중심의 수업이 주로 구성됐다면, 석박사과정에서는 이론 중심의 수업으로 급격하게 전환된다. 이때 공연활동과 이론을 병행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공부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과감하게 이론연구에 몰두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항상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체력과 시간이 허락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 연구자와 교류를 활발히 해야 한다. 연구를 하다 보면 자신만의 세계에 고립되는 수가 많다. 같은 전공을 연구하는 연구자 외에도 다른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새로운 연구주제에 대한 아이디어와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교류가 공동연구와 융합연구의 기회로 확장될 수 있으며, 연구자 간의 관심사를 나누다 보면 무용학이 다양한 학문의 영역과 맞닿을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학문이라는 점에 새삼 놀라게 될 것이다.

넷째 다양한 연구지원 사업에 도전하길 바란다. 무용의 경우 도제식 교육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스승의 일에 보조 형태로 동참하는 정도로만 머무르기 쉽다. 자격조건이 됐다면 한국연구재단을 비롯한 기관 사업에 적극적으로 지원해보기 바란다. 지원서를 준비하면서 서서히 독립된 연구자로의 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며, 연구를 통한 자심감과 성취감을 얻게 될 것이다. 탈락의 두려움과 상실감은 선정되기 전까지 덤으로 오는 것이라 생각하고 용기 내어 지원해보길 바란다.

이러한 나의 조언이 다른 영역 전공자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기와 현장 중심으로 운영돼져 온 학과의 전공자라면 연구자로의 첫 길이 막연하고 답답하게 다가올 것이라 생각된다. 나 또한 이러한 고민을 가졌던 새내기 연구자 시절이 있었다.

한국연구재단의 시간강사사업으로 시작해서 박사후연수, 공동연구 등의 사업을 준비하면서 조금씩 연구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었고, 연구자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그 과정이 즐겁다. 그 과정 속에서 무용학을 소개하는 기회가 종종 마련된다는 것에 감사하다. 이 즐거운 과정을 후배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다.

김주희 충남대 박사후연구원·무용사회학
 

성균관대학교에서 무용학으로 박사를 했다. 신체가 배치되는 다양한 공간을 재조명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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