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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인기
대통령의 인기
  • 설한 편집기획위원/경남대·정치철학
  • 승인 2017.06.22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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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설한 편집기획위원/경남대·정치철학
▲ 설한 편집기획위원

어깨에 힘을 뺀 소탈한 행보로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과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이에 힘입어 여당의 지지도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진정성과 국민과의 교감에 기댄 새 대통령의 리더십은 홀로 성에 틀어박혀 혼밥을 즐긴 고독한 전임자의 리더십과 비교돼 더욱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듯하다. 공감과 소통의 리더십으로 그동안 상처받고 지친 국민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따뜻한 대통령이 돼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하는 정치인은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산다. 하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이 연예인처럼 인기에 연연하거나 여론에만 신경 쓰며 좌고우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민심이란 朝變夕改라, 국민의 지지도는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니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다만 국민은 결코 만만한 존재가 아니며, 대중의 삶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은 없으니 민심은 곧 천심이란 사실을 되새기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 정치는 거품과 과대포장으로 병들어 왔다. 정권이 바뀌면 새로운 구호를 외쳐야 했고, 현란한 修辭를 앞세운 새 콘셉트(concept)를 내놓아야 했다. 끊임없는 허상과 거품으로 가벼움을 부채질하는 정치의 연속이었다. 본질과 내면이 받쳐주지 않는 인기와 이미지 정치의 거품 터지는 소리는 국민의 고통스런 신음소리였다. 이제 새 대통령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거품이나 헛꿈이 아니었다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이른바 허니문 효과(honeymoon effect)는 오래가지 않는다. 선거가 끝나고 평범한 일상이 시작되면 각기 바라는 다른 희망과 변화가 좌절되는 현실을 겪으면서 한껏 부풀어 오른 기대감은 꺼지고 인기도 식어버린다. 그러니 임기 초반 국민이 새 정부에 대해 걸고 있는 과도한 기대와 변화에 대한 열망은 시간이 흐르면서 실망과 좌절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정부가 수행하는 정책들이 모든 국민을 만족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시간이 필요하다. 새 정부의 공약이 현실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좋다고 호들갑 떨지 않고 싫다고 금방 내치지 않는 진중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새 정부에 대한 높은 정책기대감과 쏟아지는 요구 속에 중요한 것은 성공적인 정책 수립과 실행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는 정책의 일관성에서 온다. 예나 지금이나 정책과 원칙의 잦은 변화는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며, 국민의 삶을 고달프게 한다. 그러나 다양한 상황변수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피드백에 따른 정책의 수정과 변경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물론 지도자가 많은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라는 힘의 원천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국민은 도덕적이고 윤리적이며 품격 있는 지도자를 원한다. 또한 많은 것을 이루고 득을 주는 지도자, 반면 자신은 많은 것을 버리고 희생하는 지도자를 존경한다. 하지만, 국민은 자신을 위해서는 정치를 그렇게 도덕적인 개념에서 생각하지 않는다. 선거에서도 자신의 이익에 가장 합치하는 후보를 선택하며, 자신이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을 제시하는 정치인을 지지하고, 이를 위해 헌신하는 지도자를 신뢰한다.

민생은 결국 밥그릇이다. 지도자의 우선적인 책무는 국민의 밥그릇을 만들고, 지키고, 키우는 것이다. 지도자가 국민의 밥그릇을 팽개치거나 깨뜨리면 국민은 결코 온순하거나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존재가 아니다. 국민은 관대하다가도 순식간에 냉정해질 만큼 자기 자신에게 이기적인 결정을 내리는 존재다. 따라서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국민이 원하는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루고 국민의 욕망을 채워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렇다고 국민들은 영웅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경제가 어려워 살기 팍팍하고 미래 전망도 어두운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은 권위주의적인 리더십이 아니다. 哲人의 올바른 지혜라도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새 대통령에게 더욱 요구되는 것은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을 설득하고, 국민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 동의를 이끌어 내는 능력이다. 왜냐고? 지금은 국민이 영웅인 시대이니까.

설한 편집기획위원/경남대·정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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