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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식 아동교육 3부작
프랑스식 아동교육 3부작
  • 박아르마 건양대·불문학
  • 승인 2017.06.2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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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su 우리는 생각한다] 박아르마 건양대·불문학

프랑스에 처음 갔을 때 의아하게 생각했던 모습 중 하나가 버스나 지하철, 도서관 등의 공공장소에서 잠을 자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나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니 프랑스인들은 피로에 지쳐 졸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들은 대개 5시면 퇴근을 하여 가족과 함께 보내다가 일찍 잠자리에 든다. 아이들은 저녁 9시면 자기 방에 들어가 잠을 자야한다. 밤 12시까지 숙제를 하거나 부모와 ‘사랑과 전쟁 시즌2’를 보고 아침에 간신히 일어나는 우리 아이들하고는 수면의 양과 질이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아이 때부터 이미 ‘피로 사회’를 경험 하고 있는 셈이다.

이쯤 되면 프랑스식 아동교육이 궁금해진다. 지금 소개하려는 프랑스 아이들과 관련된 책의 저자가 미국인이고 보면 다른 나라 사람들도 ‘프랑스식’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외할머니가, 미국은 베이비시터가, 프랑스는 국가가 아이를 키운다는 말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생후 3개월이면 아이를 크레슈라는 탁아소에 맡긴다. 젖도 떼지 않은 아이를 엄마와 떨어져 지내게 한다는 것은 왠지 가혹해보인다. 프랑스에서 아이 교육은 3개월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프랑스 아이처럼』(북하이브)의 저자는 아이를 재웠으면 밤에 보채거나 젖을 달라고 떼를 써도 아침까지 혼자 자게 하는 ‘수면 교육’을 시키는 것이 프랑스식이라고 말한다. 엄마가 피곤하지 않아야 우울증도 안 생기고 부부관계도 좋고 가정도 화목해진다는 것이다. ‘가정의 중심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라는 말이다.
 
『프랑스 아이들은 왜 말대꾸를 하지 않을까』(아름다운사람들)의 저자인 미국 엄마는 자신의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이른바 ‘프랑스화 프로젝트’를 시작해보겠다고 단단히 벼른다. 미국 엄마는 식당이나 기차 안에서 얌전히 밥을 먹거나 떠들지 않고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프랑스 아이들을 보고 충격을 받을 정도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아이와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면 떼를 쓰거나 뛰어다니는 아이를 보느라고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를 법한데 프랑스 부모는 아이와 함께 코스 요리를 느긋하게 즐기고 있으니 말이다. 프랑스 부모들은 도대체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일까? 혹시 아이를 때리기라도 한 것일까? 요즘은 덜 하지만 과거에는 길거리에서 아이를 때리는 프랑스 엄마들을 종종 볼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저자가 주목한 프랑스식 아동 교육의 특징은 ‘육아’가 아닌 그야말로 ‘교육(education)’을 한다는 것이다. 부모는 사령관이고 아이는 병사이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와 권력을 절대 나눠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랑스 아이는 이른바 밥상머리 교육에서부터 식사를 하는 부모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자란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우리로서는 애한테 너무 모진 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가 어렵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프랑스식 아동교육은 ‘죽음교육’에 관한 것이다. 『아이에게 죽음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북랩)는 어린 아이에게 형제자매나 부모의 죽음을 어떻게 알리고 이해시켜야 하는지 알려주는 죽음교육 지침서다. 지금까지 지켜보았듯이 아이에게 조금 가혹하게 여겨지는 프랑스식 교육은 죽음을 알리는 문제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부모의 가까운 죽음 혹은 일어난 죽음을 있는 그대로 아이에게 알리라는 것이 지침서의 핵심 내용이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 때문에 아이가 트라우마를 겪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부모의 임종이나 장례식에서 아이를 소외시켜서도 안 된다고 한다. 아이가 부모의 죽음 때문에 상처를 받는 정도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의 질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한다. 아이는 죽어가는 부모의 초췌해진 모습을 보고도 건강했을 때의 모습과 적절하게 조화시킬 능력이 있다는 지적에도 공감이 간다. 아이는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고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프랑스식 교육에 관한 세 권의 책을 읽다보면 프랑스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독립적이고 인내심이 강하며 정신적인 성숙도 역시 높을 것만 같다. 루소도 자신이 공교육(고아원)에 맡긴 아이들이 잘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다만 이렇게 독립적인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시민적 결합을 위한 계약(동거)’에 들어가고, 신생아의 절반 이상이 결혼 이외의 관계에서 태어나는 것이 프랑스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들의 결혼과 출산 형태가 우려스럽다는 말은 전혀 아니다. 다만 프랑스식 교육에 장점만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쯤은 누구나 눈치 챘을 것이다.

 

 

박아르마 건양대·불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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