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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에 관한 ‘머피의 법칙’
강의에 관한 ‘머피의 법칙’
  • 이춘호 호서대
  • 승인 2002.12.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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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
 ◇ 이춘호 호서대·수학
콘스탄스 리드가 쓴 수학자 힐버트에 관한 전기 ‘힐버트-수학과 삶’에 그 당시 위대한 수학자들의 강의에 관한 대목이 나온다. 먼저, 클라인의 강의는 완전히 준비된 백과사전식의 완성된 강의로 모든 개념들을 명쾌하게 설명해 전후좌우의 사실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연결하는 방식이고, 힐버트는 전 시간에 강의한 내용을 주의 깊게 요약한 후 새로운 내용을 강의하고 자주 반복하며 천천히 강의하는 방식이며, 후크스의 강의는 준비없이 그 자리에서 수학적인 사실을 생각하면서 하는 방식이었다. 이와 같은 강의방식을 접하면서 수학에서 강의는 어떠한 방식을 택하는 것이 우리의 학생들에게 적합할 것인가를 생각했다.

필자가 대학에서 처음 강의를 했을 때 강의란 학생들에게 필요한 지식을 습득케하고 성적을 주는 그런 행위라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이 얼마동안은 그대로 유지됐다. 그러나 얼마 후 학생과의 면담을 통해 필자가 생각하는 강의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그래서 학생들이 필자의 강의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밝히기 위해서 강의를 하면서 매 학기말에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시행하는 강의평가가 아닌 개인적인 강의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이 중에서 학생들의 응답에 신경을 가장 많이 쓰는 부문은 강의시 개선해야할 점, 강의 방식에 대한 요망사항, 수업방식의 개선점 등이다. 매년 설문대상 학생들은 바뀌지만 한결같은 응답은 교수가 학생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 강의수준을 맞추어 달라는 것,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응답에 대한 해결책일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학생들에 대한 응답이 모두 이해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해되지 않는 응답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새로운 강의는 보다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훌륭한 강의란 학생들의 수준에 맞도록 조절돼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수준에 맞지 않는 강의는 교수의 일방적인 지식의 단순한 전달일 뿐 학생과 교수간의 교감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 잡지에서 읽은 눈높이 교육에 관한 일화가 생각나는데 학생들의 관점에서 강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 일화의 요점이다.

가르치는 과목이 수학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과목인 해석학이다 보니 매년 많은 학생들이 쉽게 설명해달라고 주문을 한다. 필자도 이 주문에 응답하려고 여러가지로 고민하고 있으나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러한 일을 많이 겪다보니 하나의 격언을 얻게 되었다. ‘쉽고 중요한 개념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명제는 중요하지 않다. 어려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어려운 과목에 대한 강의를 하다 보니 아래와 같은 머피의 법칙이 성립함을 알게 되었다. ‘교수의 강의방식이 좋다고 자평할수록 학생들의 수업반응도는 나쁘게 나올 수 있다.’ ‘수업분위기가 좋다고 학생들의 성적이 좋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강의는 어려운가보다. 매 번 강의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 강의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데 필자의 경우에는 아래와 같은 것을 조사해 강의에 임하고 있다. 학생들의 실력을 사전에 조사한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을 하고 있는지, 강의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지를 항상 점검하면서 강의에 임한다. 이러한 강의방식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자신의 강의방식이 최선이라는 자만심을 없애고 항상 다른 사람들의 좋은 강의방법을 배우는 자세로 강의를 하는 것이 최선의 강의법이라 생각한다.

이번 학기를 마치면서 학생들에게 강의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면서 올해 나는 과연 학생들과 얼마나 많은 공감을 가졌는지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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