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開院 이래 첫 수정 … “국민 신뢰 회복하는 계기 되기를”
開院 이래 첫 수정 … “국민 신뢰 회복하는 계기 되기를”
  • 김홍근 기자
  • 승인 2017.06.19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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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외인사’로 바꿔

 

 

서울대병원이 故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를 ‘외인사’로 변경했다. 이번 사망진단서 수정은 서울대병원 개원 이래 처음이다. 대한의사협회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에 따라 결정됐다. 서울대병원은 향후 담당 의사의 판단과 전문가 집단의 합의된 판단이 다를 경우를 대비해 의사직업윤리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할 것을 밝혔다.

서울대병원(원장 서창석)은 지난 15일 어린이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9월 25일 사망한 故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의 사망 종류를 병사에서 외인사로 14일 수정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의 이번 사망진단서 수정은 백씨의 첫 사인 판명이 나온 지난해 9월 이후 9개월 만의 일이다. 서울대병원은 사망진단서에 표기된 백씨의 사망 종류를 ‘병사’에서 ‘외인사’로, 직접 사인을 ‘심폐 정지’에서 ‘급성신부전’으로, 중간사인을 ‘급성신부전’에서 ‘패혈증’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김연수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내과학교실)은 기자회견을 통해 “외상 후 장기간 치료 중 사망한 환자의 경우, 병사로 볼 것인지 외인사로 볼 것인지에 대해 의학적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대한의사협회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에 따르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수정을 결정한 것은 사망진단서를 직접 작성한 신경외과 전공의가 병원 의료윤리위원회의 수정권고를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 김 부원장은 “의료윤리위원회 등을 통해 사망진단서 논란과 관련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6개월간 논의해왔다”며 “지난 7일 병원 자체적으로 의료윤리위원회를 개최해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전공의에게 수정을 권고하기로 방침을 결정했고, 전공의가 권고를 받아들였다”고 정황을 설명했다.

백씨는 2016년 11월 민중총궐기대회 집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장기간 의식불명에 빠져 있다가 숨을 거뒀다. 그런데 주치의였던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가 사인을 ‘병사’로 밝히면서 사망진단서 논란이 점화됐다. 백씨의 유족들은 사망진단서와 관련해 소송을 즉각 진행했고, 의료계에서도 사망 원인을 ‘병사’로 판단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서울대병원은 “사망진단서 작성은 주치의 고유 권한이라 수정을 강제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까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가 이번에 돌연 수정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서울대병원이 정권 교체에 따라 새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거나, 앞으로 있을 7월 감사를 앞두고 태도를 바꾼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김 부원장 은“이번 수정이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이뤄진 것은 아니다”며 “감사와도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한편 서울대병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존 윤리위원회와 별도로 ‘의사직업윤리위원회’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망진단서 논란처럼 의사의 개인적 판단이 집단의 합의 수준과 다를 때 의견 수렴과 조율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 부원장은 기자회견을 마치면서 “지난 1년 가까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앞으로 이번 일과 관련해 여러 일들이 진행될 텐데 서울대병원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홍근 기자 m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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